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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Sep 04. 2024

말이 안 통해서 힘들었던 하루

크로아티아번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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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키슬랍을 출발해 쉬리토브치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가다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도 담안에 있던 아주머니도 희한한 구경거리가 온 듯 바라본다. 아마도 이렇게 생긴 사람을 처음 보는 것 같다.

"Good Afternoon!" 해도 가만있다가 

차를 타며 "Good Bye!" 하며 손을 흔드니 손을 흔들어 답해 준다.

작은 마을로 다니면 소통이 잘 안 된다.


아침 7시 반 민박집을 출발해 스크라딘으로가서 배를 타고 스크라딘스키부크를 보고 

 비소벡 가서 점심 먹고 로스키 슬렙보고 돌아올 때는 시리토브치를 경유해 쉬베닉으로 향했다.


쉬베닉은 우리와 인연이 없는가 보다.

거기서 숙소를 구하면 하룻밤 자고 그곳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성 제임스 대성당을 보려 했는데 

시내를 두 바퀴 돌아도 여행자 안내소도 숙소 간판도 찾을 수 없었다. 방이 있다 하여 들어가니 어둡고 

맘에 안 들었다. 방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차를 세울 수가 없고.. 해안도로 북쪽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었다.

보디체라는 마을에 들어가니 여행자 안내소가 문을 닫아 Zimmer, Sobe라는 간판이 있는 한집 한집 문을 두드리고 방이 없느냐고 물어보는데 주인들이 말도 없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하는 수 없이 별 네 개 호텔에 들어가 방을 물으니 여직원 말이 방은 있는데 이날 오후 동네에 불이 나서 동네가 다 정전이라고 한다. 그래서 모두 고개를 저었구나. 전기가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니 하는 수 없이 후퇴.

집주인들이 왜 고개를 저었는지 뒤늦게 알게 되었다. 

다시 해안도로 8번으로 북상하다 보니 쉬베닉으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마음은 조금씩 불안해지는데  

코르나티 국립공원 입구라는 간판이 보인다. 급 좌회전해서 들어간다 

국립공원이 있으면 당연히 숙소들도 있겠지. 

방이 있다는 집, 두 군데..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친구야 너는 길 건너

나는 길 이쪽.. 갈라져서 찾아보자. 

이 집에 들어가니 주인과 손님들이 바비큐 파티 중이다. 

"방을 구하는데요." 하니 

주인은  독일어로 대답한다.

이번에는 내가 못 알아듣는다.. 

다행히 손님 중 독일에서 왔다는 부부가 영어로 통역해 준다.

며칠 묵을 건가요?

오늘 하루만..

안 되겠네요 이 집은 최소 이틀입니다. 

"아... 어쩌나... 하루 방값을 좀 더 내도 안 되나요?.." 

"하루만 있을 거면 70유로 내야 해요."

"방을 좀 보여 주시겠어요?" 

3층으로 올라갔다.





방이 맘에 든다

"인터넷 되나요?"

주인이 알아 들었는지 Yes 했다. 

아래로 내려오니 친구가 이 집으로 들어선다.

"친구야, 70유로 라는데 맘에 든다." 하니 

친구도 "그러자"한다.

이 친구 한 번도 "안돼" 한 적이 없다.

친구랑 올라가니 친구가 대단히 맘에 들어한다.

전 날 밤 민박집이 좀 춥고 불편했는데 

이 집은 집안과 전망이 훌륭하다 


이렇게 좋은데 우리 그냥 이틀 여기 있자..

그래 그러자..

주인에게 "이틀이면 얼마지요?" 못 알아듣는다.

이번에도 독일에서 온 손님의 도움을 청한다 

이틀에 100유로... 그럼 이틀 묵을게요.

무선인터넷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지요?

독일인 손님이  이 집에 무선인터넷 안된다고 한다..

아까 집주인이 된다고 했는데요.. 하니 

설명을 듣더니... 이 숙소 웹사이트가 있다는 말 이란다...   

친구랑 방에 들어와 

그래도 이게 얼마나 다행 이냐며 한숨 돌리는데 배가 고프다. 바비큐 파티하는데 가서 우리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어 볼 배짱이 없다. 그냥 쉬베닉에서 장 봐온 걸로 간단히 저녁을 해 먹었다. 


해가 내려가고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뮤터 섬에 가로등이 켜지니  야경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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