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안에서 듣는 빗소리

2025 대륙횡단

by 질경이

이번 여행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혹시 예전 습관이 나올까 반복해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한 곳이라도 더 보려고 아침 일찍 서둘러 움직일 때가 있었다. 어떤 날은 운전을 10시간 넘게 한 적도 있다. 이제는 천천히 움직이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천천히 움직이며 자연을 보고 느끼기로 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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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걷기 전 주변을 둘러보니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수줍게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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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스토어에 가서 전날 저녁 돈 안 내고 그냥 가져온 장작 값을 치렀다. 당연한 일인데 주인이 무척 고마워했다. 쉐난도어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스카이 라인 드라이브를 천천히 달렸다. 사람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 합창으로 불렀던 Oh Shenandoah I long to hear you.. 를 흥얼거리며 달린다. 이곳과는 상관이 없는 미주리주 이야기라는데 여기만 오면 저절로 생각난다.

1930년대 경제공황을 겪는 젊은이들을 데려다 만든 길이다. 대 공황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 이 길을 달리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지날 때마다 그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젊은이들이 그때처럼 적은 돈을 받고 힘든 일을 할까? 그 힘든 일을 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는 그런 고생을 시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해 그들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전에 왔을 때는 이 길 왼쪽으로 가는 루이스 폭포 트레일 4마일 하이킹을 했다. 거리는 짧아도 아팔라치안 트레일의 일부로 힘든 코스였다. 다크 할로우 폴스(Dark Hollow Falls) 트레일은 1.4마일로 그리 힘들지 않은데도 이번에는 가지 않았다.

가다 잠시 서서 내려다보고 또 가다 잠시 서서 보고.

스카이라인 길을 한참 달리다 국립공원이 끝나는 곳에서 한인들이 많이 사는 페어팩스로 향했다.

워싱턴 디씨 근교 센터빌 한인타운에서 목욕도 하고 점심도 사 먹고 과일과 반찬도 사서 쿨러를 채웠다. 북쪽으로 가는 길은 95번 길이 최단거리지만 그 길은 복잡하고 여러 번 가 본 길이다. 가보지 않은 길로 가기로 했다. 캠핑장을 검색했다. 언젠가 가 보고 싶었던 게티즈버그 역사유적지 근처에 오웬스 크릭 캠핑장에 자리가 있다. 28번 15번 7번 길은 낯설었지만 버지니아주 농가를 지나는 편하고 한가한 길이다.


오웬스 크릭 캠핑장은 조용하고 한가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텐트 안에서 빗소리를 듣는 것이 아주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날밤 잠이 들 때까지는 그랬다. 한밤중 빗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텐트지붕에 마이크를 달아 놓은 것처럼 크게 들렸다, 그렇게 밤새 비가 내리쳤다. 혹시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을까. 텐트가 떠내려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낭만이 공포가 되어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 5시쯤 비가 좀 잦아들고 잠시 눈을 붙였다. 7시쯤 비가 멎을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서둘러 텐트를 걷어 차에 실었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작했다.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한 격전지였고 링컨대통령이 그 유명한 연설을 한 게티즈버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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