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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14. 2021

아이에게 배웁니다

지는 해와 새싹

오래전 TV 광고 중에  기억나는 것 하나가 있었다. "아이에게 배웁니다"하는 POSCO 광고다. 그 회사가 왜 그 광고를 하는지 관련성은 잘 모르면서도 그 광고가 나오면 내 눈은 어김없이 TV를 향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귀에 짐을 잔뜩 싣고 험한 길을 간다. 나귀는 힘들어서 안 가겠다고 떼를 쓴다. 아버지는 그럴수록 나귀를 잡아끈다.

잠시 후 둘은 준비해 간 점심을 먹으려고 잠시 쉰다. 아버지는 자기 점심을 꺼내어 먹기 시작한다. 아이는 나귀에게 먼저 음식을 가져다주며 나귀를 쓰다듬어준다.

점심을 먹은 후 아이가 나귀를 끈다. 나귀는 순순히 잘 따라온다. 그러면서 음악이 흐른다.

“아이에게 배웁니다” 랄라랄라... 

 

얼마 전 ABC 방송국의 20/20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감동스러운 장면을 보았다.

5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모스라는 병사가 순찰을 돌던 중 RPG(로켓 추진형 유탄)가 날아와 몸에 박히는 사고를 당했다. 폭탄이 안에 들어 있는, 90cm의 로켓은 이 병사의 왼쪽 엉덩이로 들어가 오른쪽 허벅지로 관통하였고 뒷부분의 날개는 아직도 몸 밖에 달려있는 절박한 상태였다.

 그들의 원칙대로 하자면 이 병사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 전에 당장 벙커 같은 곳으로 옮겨 혼자 죽도록 버려야 한다. 용감한 동료 한 사람이 구급 헬리콥터를 불렀고 부상병은 야전병원으로 옮겨졌다.

야전병원에는 두 명의 군의관과 세 명의 보조원이 있었다.

수술을 집도해야 할 의사는 아직 살아서 숨 쉬고 있는 부상병을 보며 살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동료들에게 물었다

"누구든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은 사람은 나가시요" 그러나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의사는 목숨을 건 수술을 시작했고 병사의 몸에 박힌 로켓을 제거하는 수술은 성공했다.

폭탄 전문가가 병사의 몸에서 제거된 로켓을 가지고 나가 벙커에 던져 폭파시키는 장면을 보여준다. 저게 수술대 위에서 일어났다면 여러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을 것이다.

응급수술을 마친 이 부상병은 그 후 네 번의 수술을 더 받고 재활치료를 받아 지금은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두 아이의 아빠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미국에 이민 와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John Oh라는 젊은 한국인이었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같이 수술해 준 동료들이 너무나 고마웠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미국에 와서 살다 보면 가끔 뉴스에 한국이나 한국인이 나올 때가 있다.

나쁜 일로 나오면 가슴 아프고

좋은 일로 나오면 가슴 뿌듯하다. 

꼭 그렇게 보통사람들이 할 수 없는 위대한 일을  배우라는 건  아니다. 



 우리가 살던  집은 좀 외진 곳이라  신문을 배달해 주지 않았다.

이사 온 지 5년, 몇 번 시도했는데 보급소 직원은 해 줄 것처럼 얘기해도 막상 배달원은 해 주지 않았다.

얼마 전 한국일보 LA 보급소에 다시 물어보니 우리 집까지는 못해주어도 우리 우체통까지는 배달을 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 우체통은 집에서 2.4킬로 떨어진 마을 어귀에 있다.

처음에는 차를 타고 나가서 신문을 집어왔는데  남편이 살도 뺄 겸 운동 삼아 걸어 나가 신문을 집어 오기 시작했다. 


평화로워 보이는 어느 날

우리 동네는 집집마다 닭, 말, 염소, 망아지 심지어는 돼지를 키우는 집도 있다. 그중 두 집에 사나운 개가 있는데 때로는 길로 뛰어나와 으르렁거린다고 했다. 


위험을 느낀 남편은 지팡이도 가져 나가고 페퍼 스프레이도 사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시작하였다. 막상 사나운 개가 덤벼들면 지팡이도 소용없다. 페퍼 스프레이는 바람이 불면 쏘는 사람에게 날아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막상 위급상황이 생기면 그게 가능할까? 신문을 가지러 갈 때마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나서는 남편을 보며 딱하다는 생각을 했다. 

대낮에 코요테도 나온다.
신문 주우러 가야 하는 길

어느 날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동네 개에 대해 이야기하니

우리 딸이 깔깔 웃으며 " 적이 되지 말고 친구가 되세요. 몽둥이 대신 개가 좋아하는 과자를 주면 어때요." 한다. 

"아이에게 배웁니다... 랄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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