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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Oct 27. 2020

켄터키 옛집

 미국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티븐 포스터(Foster)의 "켄터키 옛집"(Old Kentucky home)에 갔다. 노래에서 말하는 켄터키 옛 집은 그의 사촌 로완(Rowan) 판사가 살던 집이다.  지금은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켄터키 옛집에 햇빛 비치어 어느  검둥이 시절

 새는  날을 노래 부를  옥수수는 벌써 익었다

마루를 구르며 노는 어린것 세상을 모르고 노나

어려운 시절이 닥쳐오리니  쉬어라 켄터키 옛집... 

  

 우리 나이 사람이면 아마 이 노래 안 불러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켄터키 주를 대표하는 이 노래(State Song)를 우리는 중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다. 

 그때는 뜻도 모르고 켄터키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앵무새처럼 불렀다.  요즈음의 노래는 아무리 배우려 해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중학교 다닐 때 배운 이 노래를 한자도 안 틀리고 지금 까지도 외우고 있으니 신기하다. 

원본 가사를 읽어본다.

우리가 불렀던 노래와는 뜻이  조금 다르다. 


By'n  hard times comes a knockin' at the door,   

Then my old Kentucky home, good-night!             

Weep no more my lady,                                          

Oh! weep no more today,                                       

We will sing one song for my Old Kentucky Home,            

For the Old Kentucky Home far away.                     

어려운 시간이 다가와  문을 두드린다.

 자라, 정든 켄터키 옛집

마님 이제는 우지 마세요

!오늘은 우지 마세요.

우리가  곳에서 그리운  켄터키 옛집을 위해 노래 부를 겁니다. 


 이 곡은 포스터(Foster)가 켄터키에 살던 그의 사촌 로완(Rowan)의 집에서 머무르는 동안 영감을 얻어 26세에 작곡하였다.  이 집에는 흑인 노예가 34명이나 있었는데 포스터는 그들이 받는 고통을 보며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노래들을 작곡했다. 로완은 이 지방에서 정치적으로  대단한 영향력을 가졌으나  재정에  어려움이 생기자 흑인 노예들을 팔기 시작했다.

 “어려운 시간이 문을 두드린다 “는 험한 사탕수수 농장으로 먼저 팔려간 노예를 생각하며 남아있는 자신에게도 곧 그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한다.   노예는 물건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에 한가족이라도 각각 팔리면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그 와중에 그는 주인마님에게  울지 말라고 달랜다.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목숨을 걸고 온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용감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드넓고 풍요한 땅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 생각했다. 먼저 살고 있던 원주민을 멀리 내 몰았다. 그리고 보다 많은 수확을 위해 일손이  필요했다.  요즈음 농부들이 농기구를 사듯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사들여와 일을 시켰다. 쌀과 목화, 사탕수수는 노예들의 피와 땀으로 자라 거대한 이문을 남겨주었다.

 미국의  헌법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 당시 노예는 사람이 아니라 소유재산이라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남부의 주장이었다. 노예제도가 건국이념뿐만 아니라 기독교적으로도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포스터는 스토 부인의 엉클 톰스 캐빈(Uncle Tom’s Cabin)을 읽은 후  노예들의 삶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제도에 반대하는 노래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좋아했지만  노예제도를 반대한다는 그의 성향 때문에 뉴욕의 음악시장에서 그를  거부하는 회사도 있었다.

 포스터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 보려고 뉴욕으로 갔다. 그의 아내는 어려운 생활을 참지 못하고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 버렸다. 혼자서 열병을 앓던 그는 쓰러지면서 세면기에 머리를 부딪혀  37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그의 주머니에서는 동전 몇 개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어려서 즐겨 불렀던 포스터의 곡은 이 외에도

"머나먼 저곳 스와니 강물 그리워라..." 하는 플로리다주의 대표곡( State Song)인 "스와니 (Old Folks at Home)" 지금도 플로리다 주지사 취임식에서 불린다.

"그리운 날 옛날은 지나가고 들에 놀던 동무 간 곳 없으니.. "하는  "올드 블랙 (Old Black Joe)",

 황금을 찾아 서부로 갔던 골드러시 (Gold Rush) 때 미국 사람들이 즐겨 불렀다는

"멀고 먼 앨라배마 나의 고향은 그곳 벤조를 메고 나는 너를 찾아왔노라.." 하는 "  수산나(Oh Susanna)" 등 200여 곡이 있다. 


 내가 켄터키 옛집에 간다고 아이에게 말하니 벤조는 가지고 가느냐고 묻는다. 요즈음 아이들은 이 노래를 모르는 줄 알았는데 내 아이도 알고 있었다. 어려서 학교에서 음악시간에 배웠다고 했다. 포스터는 정규 음악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지만 그가  작곡한 이 노래들은  150년이 지나도록 국경과 나이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라. 

한갓 헛되이 해는 지나 이 맘에 남모를 허공 있네. 

꿈길에 보는 귀여운 벗 들어주게 나의 고운 노래 

부질없었던 근심 걱정 다 함께 사라져 물러가면 벗이여 꿈 깨어 내게 오라. 


 그가 사망하기 두 주일 전에 작곡한 "꿈길에서"는 그의 사후에 발표되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작곡한 이 노래를 100년 후 나를 비롯한 꿈 많은  한국의 소녀들도 참 많이 불렀다.

그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을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열심히 부른 줄 안다면,  그리고 그의 노래가 깊은 남부의 주지사 취임식에서 불린다는 것을 안다면 그의 영혼이 좀 위로를 받을까?   

 저택 안은 로완 판사가 살던 때처럼 잘 꾸며 놓았는데 사진 촬영이 금지돼있어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던 로완 판사가 백악관 마당에 있는 매그놀리아 나무의 씨앗을 가져다 심었다. 미국의 20달러 지폐에 있는 백악관 오른쪽에 있는 나무가 이 나무의 조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앤드루 잭슨 매그놀리아"라고 부른다.  

 로완 판사의 변호사 사무실. 요즘 일반적인 변호사 사무실과는 무척 다르다.  

세월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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