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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Dec 06. 2020

산도 좋지만 야생화가 더 좋은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Mount Rainier)


 

 


 가장 더운 8월인데 아직도 산 위에 눈이 남아있다. 오전에 도착해서 파라다이스 비지터센터로 갔다. 다행히, 아주 운이 좋게도 쿠가 록  캠핑장에 자리가 하나 남아 있어 텐트를 쳐 놓고 트레일을 시작했다. 파라다이스에 가니 차를 세울 곳이 없어 다른 곳부터 보기로 했다. 


2006년 6월 Mt Rainier


2006 6월  Reflection Lake

 

눈 덮인 산은 보기만 해도 땀이 식는다.

눈 녹아 흐르는 시원하고 깨끗한 물.

예쁘고 선명한 야생화들.


 9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1883년 영국 해군이 와서 산 정상에 올랐다. 그는 이 산에 자기 친구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래서 이 산의 이름이 '레이니어'다

1883년 개발이 시작되었다. 호텔과 스파가 생기고 사업가, 철도회사, 등산가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몰려왔다.  

그리고 국립공원의 아버지 '존 뮈어'가 왔다. 1899년 미국의 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눈 덮인 레이니어 산을 거꾸로 들여앉힌 리플렉션 호수 

하나하나 보아가며 공원 안을 한나절을 돌아다녔다.



나라다 폭포를 보고 캠핑장으로 돌아와 장작을 피워놓고 저녁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을 바라보며 두세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전 날 복잡해서 가지 않았던 파라다이스로 향했다.

주차장이 한가하다.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다녀본 산속의 정원 중 가장 화려하고 엄청나게 아름다운...- 존 뮈어-

이 자리에 골프장과 스파가 있다면 모두가 아닌 일부의 사람들만 즐겼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나 와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얼마를 가야 한다는 계획도 없이 갈 수 있는 만큼만 가기로 했다.

국립공원 레인저를 만났다. 오른쪽 높은 산은 마운트 헬렌, 왼쪽은 마운트 애담스. 산봉우리 하나하나 가르치며 설명해 준다. 

꽃을 뜯어먹던 두더지가 쳐다본다.

꽤 많이 올라왔다.

가지고 간 간식을 먹다 실수로 땅콩 한알을 떨어뜨렸다.

주울 틈도 없이 다람쥐 한 마리가 나타나 냉큼 집어 들었다.

땅콩 반쪽을 맛있게도 먹는다.


이 날은 일식이 있는 날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남쪽으로 가면 100% 일식이라는데 여기서는 90%라고 했다.

며칠 전부터 일식 보는 안경을 사려고 했는데 가는 곳마다 다 팔리고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우리가 먹던 한국산 과자를 권했더니 아주 맛있다고 좋아했다. 이야기 중 안경을 사지 못했다고 하자  자기네는 두 개가 있다며 하나를 주고 갔다. 내 경험에 의하면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다.

맨눈으로는 바라볼 수도 없는데 그 안경을 끼니 작아지는 해가 그대로 보였다. 참 신기하다. 해가 점점 작아졌다.

90% 일식 지역이라서 아직 조금 남아있는 해가 그믐달처럼 보였다.

세상이 회색으로 변하고 온도가 뚝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지만 마운트 레이니어 정상은 해발 4392미터이다.

거기까진 갈 수 없었다.  그레이시어 뷰 트레일로 내가 갈 수 있는 만큼 갔다.

충분히 좋았다. 


Paradise서 시작하는 Alta Vista Trail에서 산을 등지고 본 풍경

여기는  Meadow에 꽃이 가득했다.

이런 꽃들이 산 중턱을 덮고있다.


빛깔이 다른 "그림 붓(Paint Brush)" 꽃도 있었다. 여러 곳에서 이 꽃을 보았지만 이런 빛깔은 처음 본다.

 흔하디 흔한 쑥부쟁이도 여기서 보니 더 아름다워 보였다

  

조금이라도 가깝게 보려고 가파른 길을  올라갔다. 힘들었다.

 더 올라가기 힘든 곳까지 가니 눈 녹아 흐르는 폭포가 가깝게 보였다.



8년 전에 왔을 때 내가 힘들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을 본 한 노인이 나에게 어디까지 갔다 오느냐며 자기도 그만큼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나도 조금만 더 젊었다면 해 보고 싶은 것이 더 있는데 그 노인의 말을 듣고 나니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에 가렸던 해가 나오고 세상은 다시 환하게 빛났다. 젊은 이들은 나 보다 훨씬 더 올라간다. 나는 여기서 돌아선다. 

이번이 세 번째다.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은 맑은 하늘과  야생화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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