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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Dec 09. 2020

미물도 득시하여

아일 로열(Isle Royale) 국립공원

아일 로열 국립공원은 미국 본토(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에서 제일 북쪽에 있다.

수피리어 호수 안에 있어 차로 갈 수도 없다.

미시간 주의 카파 하버나 휴톤, 미네소타주의 그랜드 포티지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겨울이 춥고 길어 배는  5월 에서 9월까지만 운항한다. 

카파 하버에서 떠나는 아일 로열 퀸 IV 호가 제일 크고 빠르다.  당일 갔다 그 날로 돌아올 수 있다.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을 하지 않고 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나의 50번째 국립공원으로 오는 길은 참으로 멀었다.

바다 같은 호수에서  배를 탄지 세 시간 만에  항구(Rock Harbor)가 보인다.




예상했던 대로 조용하고 평화롭다.

수피리어 호수가 얼마나 깊고 큰가 하면.. 담수 호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캐스피안 호수가 제일 크지만 바닷물이다. 남한 전체의 5분의 4만큼 크다. 수피리어 호수의 물을 1.5 미터 깊이로 수영장을 만들면 미국 전체를 덮을 수 있다고 한다. 

300개의 강과 개울 물이 흘러들어오는 이 호수는 물의 양으로는 바이칼, 탕가니카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다.




 이 호수 안에 섬이 400개가 있는데 그중 제일 큰 것이 아일 로열 국립공원이다.



섬안의 유일한 숙소.

저기서 며칠 지내며 카약을 타고 이곳저곳 섬을 볼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갈 길도 멀고 체력도 달려 포기했다.

배에서 내려 국립공원 사무실에 들어가 공원 입장료를 내야 했다. 국립공원 패스가 통하지 않는 곳이다. 일인당 $4 다.  50개의 국립공원을 가 보았지만 공원 비터센터에서 양봉업자들이 쓰는 모기망이 달린 모자를 빌려주는 것은 처음 보았다. 빌릴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자연에 왔으니 자연과 함께 지내보자는 마음으로 참았다. 



스코빌 포인트까지 걸어서 가 보기로 했다.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 만들어 놓은 길도 소박하다.

이 공원의 일 년 방문객은 엘로스톤의 하루 방문객 수보다도 적다.


수피리어 호숫가 주변에는 10,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4,500년 전에 이섬에도 사람들이 들어와 살았다

구리를 캐서 녹여 낚싯바늘도 만들고 연장을 만들어 사냥과 낚시로 생활한 흔적이 있다.

평균 20년마다 한번 이 거대한 호수 전체가 얼어붙는데 아마도 그때 썰매를 타고 들어 왔을 것으로 추측한다.

1,800년 경 유럽의 모피상들이 들어오며 원주민은 사라지고  구리 광산과 수산업이 생겼다.



 12억 년 전, 땅이 솟아오르고 화산이 터질 때 이 땅이 생겼다.

10000년 전, 빙하 아래 있던 이 바위섬이 솟아오르고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흙이 생기고 그 흙에서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어났다.

아일 로열 국립공원 오솔 길가에 피어난 수줍은 작은 꽃들을 무수히 많이 만났다.

누가 심지도 물을 주지도 않아도 혼자 피고 지는 꽃들이다.



산길을 걸었네

소리 없이 아름답게 피었다 가는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무위당 장일순-


미물도 득시하여 자락함이 사랑흡다



세상에 태어난다는 사실은 

대단한 사건 중에서도 대단한 경사입니다.

태어난 존재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거룩하고도 거룩합니다.


가끔 한밤에 풀숲에서 들려오는 벌레소리에 

크게 놀라는 적이 있습니다.

만상이 고요한 밤에 

그 작은 미물이 

자기의 거짓 없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들을 때 

평상시의 생활을 즉각 생각합니다.

정말 부끄럽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럴 때면 내 일상의 생활은 생활이 아니고 

경쟁과 투쟁을 도구로 하는 

삶의 허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삶이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하나의 작은 벌레가 가르쳐 줄 때에 

그 벌레는 나의 거룩한 스승이요,

참 생명을 가진 자의 모습은 저래야 하는구나 

하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됩니다.











문득 발 밑의 풀을 보게 되지요.

사람들에게 밟혀서 구멍이 나고 흙이 묻어 있건만 

그 풀들은 대지에 뿌리내리고 

밤낮으로 의연한 모습으로 

해와 달을 맞이 한단 말이에요.

내 스승이요 벗이 되는 순간이죠.


-무위당 장일순-








짧은 여름 열심히 피어난 예쁜 꽃들



바다 같은 수피리어 호수의 습기가 이 섬에 많은 비를 내리게 하고 겨울에는 많은 눈이 내리고 자주 안개로 감싸기도 한다.

아직 사람들로 인해 망가지지 않아 자연 그대로 남아있다.

내가 갔을 때 만나지는 못했지만 늑대, 무스. 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늑대수가 줄어들면 무스가 너무 늘어나 발란스를 맞추기 위해 공원 당국에서 늑대수를 가끔 보충시켜준다. 


아... 그리고 모기도많다 도시의 모기보다 좀 사납다. 걸을 때는 견딜 만 한데 사진 찍으려고 잠시 정지하면 무섭게 달려든다.

 모기망이  달린 모자를 빌리지 않은 것을 잠시 후회했다. 얼굴만  여덟 곳을 물렸다. 한쪽 눈은 잘 떠지지 않을 정도로 부풀었다.돌아오는 배안에서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모기에 물려 얼굴이 퉁퉁 부은 내가 딱했는지 선원이 물병을 냉장고에 얼렸다가  냉찜질하라고 갖다 주었다. 얼음찜질을 하니 좀 나아졌다. 



 


자연은 거칠다. 도시에서 편안하게 살아 물러터진 내가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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