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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Dec 16. 2020

보물은 못찾았지만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국립공원 

 플로리다의 포트 카나베럴을 출발한 배가 다음날 아침 8시 세인트 토마스 섬의 수도 샬롯 아말리  항에 도착했다.

크루즈 배는 여기서 오후 6시까지 머문다.

국립공원에는 그 안에 다녀와야 한다.

신대륙과 유럽 사이 무역 물자를 배로 실어 나르던 시절 해적들의 소굴 이기도 해서 어딘가에 해적들이 감추어 놓은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있다. 

크루즈에서 세인트 존스까지 가는 사람들.

국립공원이 있는 세인트 존스까지 다른 배를 타고 45분을 가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배의 이름이 '아일랜드 걸(섬 소녀)'이다.

작은 배는 큰 물살을 만들며 달렸다.

이 곳은 대서양과 카리비안 해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45분 후 세인트 존스 섬에 도착.

버진 아일랜드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국립공원 비지터센터는 부두 바로 옆에 있다.


직원들이 나의 59번째 국립공원이라는 말에 

가장 아름다운 곳을 가장 마지막에 왔군요... 하며 축하해 주었다.

나는 그들을 찍고 그들은 나를 찍으며 신기해했다.

" 나의 59번째 국립공원입니다"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세인트 토마스, 세인트 죤스, 세인트 크로아 가 대표적으로 큰 섬이다.

세인트 토마스 섬의 약 절반, 7000 에이커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있다.

5000 에이커는 록펠러가에서 기증했고 2000 에이커는 아직도 국립공원 소유가 아닌 곳이 있다.


푸른 숲과  아름다운 바다가 만나는 경계에는  흰색 고운 모래사장이 있다.

저 아래가 스노클링 하기 가장 좋다는 트렁크 베이다.


세인트 토마스에서  배가 도착하는 곳에는 이렇게 트럭을 개조한 택시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꼭 차면 운전사는 설명을 하며 꼬불꼬불한 길을 가다 경치 좋은 곳에서 세워준다.

길은 가파르고 경사가 급하다.

더구나 영국과 프랑스 식민지였던 관계로 왼쪽 길로 운전해야 한다.

차를 빌릴까 생각도 했는데 모두들 말렸다. 꼭 빌릴 생각이라면 지프를 빌리라고  한다.



길은 험하지만 경치는 평화롭다. 시나몬 베이에는 현대식 리조트도 있다.



찻길에서 노새 두 마리가 평화롭게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다.

이 섬의 역사가 다 평화로웠던 만은 아니다.

1493년 콜럼버스가 와서 이 섬들을 보고 로마시대 가톨릭 성녀로 지정된 우르술라 성녀와 그를 따르다 순교한 만 천명의 처녀들의 이름을 따서 버진 아일랜드라고 이름 지었다.

2000년 넘게 살아온 타이노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가져온 병균을 이길 힘이 없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노예가 되어 죽어갔다.


폐허가 된 캐터린 버그 설탕공장

1700년 대 유럽인들은 사탕수수를 재배해 설탕공장을 세우고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데려왔다.



노예들이 땅을 갈아 사탕수수를 경작하고 

그것을 쪄서 설탕을 만들던 자리는 이제는 폐허가 되고 그 장소는 국립공원이 되어  지금은 자원 봉사자들이 잡초를 뽑고 덩굴을 제거하는  환경정리를 한다.


지금은 흔적만 남은 애나버그 설탕공장이다. 사탕 수숫대를 찌던 곳.

너무 오래 끓여도 안되고 시간이 딱 맞아야 정제된 설탕이 나왔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나고서야 노예 해방이 되었는데 

여기서는 그 보다 훨씬 이전인 1733년 가뭄과 굶주림, 잔혹함에 대항하는 반란이 일어나 6개월 간 노예들이 이 섬을 장악했었다.

그러나 프랑스 군대가 들어와 다시 자유를 잃었다가 1848년 노예제도의 폐지로 자유인이 되었다.

덴마크가 지배하던 시절 유럽인보다 노예가 5배 더 많았다고 한다.

미국이 일차 세계대전 당시 혹시 독일 군이 점령할까 두려워 덴마크와 협상하여 2천5백만 불에 사들여 미국령이 되었다. 알래스카나 루이지애나 매입에 비하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맹그로브 숲이 있다. 저 뿌리들 사이에서 어린 물고기도 자라고 새와 두루미들도 둥지를 만든다.

뿌리끼리 엉켜 태풍에도 잘 견뎌낸다.


일찍이 록펠러 같은 부자들이 별장을 지어 즐겼고 오바마 대통령도 임기 중 이곳에 와서 휴가를 즐겼다. 




샬롯 아말리 항구에 돌아오니  아침에는 없던 거대한 크루즈 가 한대 더 들어와 있다.

아름답지만 힘든 역사를 가진 버진 아일랜드. 일 년이면 크루즈 손님이 150만 명이 방문해 조용할 틈이 없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라서 할 말은 없지만 이  섬의 그대로의 모습이 오래오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적들이 감추어 놓은 보물은 못 찾았지만 극립공원 자체가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오염되지 않은 파란 바닷물과 시간이 멈춘듯한 평화로움을 마음에 간직하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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