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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Dec 30. 2020

봄이 오면 갈 수 있을까?

록키산 국립공원

When it's springtime in the Rockies
I'll be coming back to you
Little sweetheart of the mountains
With your bonnie eyes of blue

Once again I'll say I love you
While the birds sing all the day
When it's springtime in the Rockies
In the Rockies far away


나 어렸을 때 록키산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이 노래를 불었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며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노래 때문인지 소나무가 있는 경치 때문인지 친숙하게 느껴진다.


7000만 년 전 바다였던 미대륙의 한가운데가 솟아 올라 육지가 되었다.

빙하기에 지금의 땅 모양이 만들어졌고 만 천년 전부터 산과 계곡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유테(Ute) 족이 계곡과 호숫가에서 사냥을 하며 1700년까지 살았다. 그 후 아라파호 족이 들어와 유테족은 산의 동쪽으로 밀려났다.

200년 전 유럽의 모피 상인들이 이곳으로 짐승의 가죽을 찾아왔다.

유태 족도 아라파호 족도 모르는 사이에 이 땅은 프랑스 소유가 되었다가

1803년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록키는 미국 소유가  되었다.


콜로라도 골드러시에 사람들이 몰려왔으나 금과 은은 그리 많이 나와 주지를 않았다.

그러나 그 사람들로 인해  기막히게 좋은 경치가 세상에 알려졌고 관광 사업이 시작되며 이 곳 또한 개발업자들의 무분별한 개발이 시작되었다.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1915년 이 곳을 보호하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연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국립공원은 공원 안에 있던 숙박업소와 스키장, 골프장도 사 들여 모두 없애 버리고 사업장을 위해 만들었던 댐과 물길도 자연대로 돌려놓았다. 


록키산맥은 알래스카에서 멕시코까지 10000마일을 잇는  북미대륙의 등뼈이다.

록키산 국립공원 안에만  약 3700미터가 넘는 산봉우리가 72개가 있다. 그중에 제일 높은 Longs Peak 은 해발 4346미터이다. 

국립공원 서쪽 입구에서부터 올라가다가 첫 번째 View Point에서 바라본 록키.


공원의 3분의 1은 고도가 높아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툰드라 지역이다.

칠월 중순갔을 때도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험한 곳에  예쁜 꽃들이 피어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잘 포장된 트레일 릿지 로드(Trail Ridge Road)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하늘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의 가장 높은 곳에  알파인 비지터센터가있다.

잠시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 동안 눈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웠다. 한국의 달력에 복날이라고 되어있다.

초복날 록키산 꼭대기에 조금 남은 빙하 앞에서 추위에 떨었다.

여름이 없는 산맥 (Never Summer Mountains)  평균 3900미터 산들이다.



긴 겨울을 이겨낸 작은 꽃들이 짧은 여름을 맞아 마구 피어있다.

이곳에 핀 꽃들은 매우 작지만 그 뿌리는 1.8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미국 동전 중에 제일 작은 10전짜리와 크기를 비교해 보았다.


눈 옆에서 피는 꽃, 알파인 아벤스.




내려오다 보니 대륙 분수령이 나온다.

비가 내려 오른쪽으로 흐르면 태평양으로 가고 왼쪽으로 흐르면 대서양으로 흘러들어 간다.

덴버는 수 십 년 만에 더위라며 99도였는데

고도 3700미터가 넘는 산 위에는

아직 눈이 남어있고 눈 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가워 귀가 시리고 손이 시렸다.




 돌아 나오는 길에서  Elk떼를 만났다


자기들이 이 산의 주인이라고 과시하듯

사람들과 차도 상관하지 않고 덤벼든다.

가까이서 보니 무척 크다


10월에 다시 갔을 때는 전날까지 눈이 쌓인 곳이 있어  이길  통행이 금지되었었는데 다행히 풀려 

미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포장된 길로 편하게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동쪽 입구 Estate Park에서 서쪽 Grand Lake까지 48 마일의 Trail Ridge Road는 고도 8000 피트에서 12000피트까지 올라가 록키산을 완전히 보여주는 All American Road이다. 

계곡에는 눈이 아직 많이 있다



길 옆에 쌓인 눈을 칼로 자르듯 치워놓았다. 


 정상의 Visitor Center는 이미  닫았고 Trial들도 들어갈 수 없어 차로 가다 잠시 서서 보고 또 가다 내려왔다.

이 공원도 며칠 후면 문을 닫을 것이다.

지난번 왔을 때 봄에 한번 더 와보고 싶다고 했는데 예상치 않게 눈 덮인 록키를 다시 오게 되었다.

금년의 첫눈을 록키에서 보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정말로 봄에 한번 와 보리라.


록키산 국립공원을 보고 나오며 집으로 가는 길을 찍었다.

구글맵은 큰길로 가라고 한다.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길이 하나 있는데 비 포장도로로 나온다.

구글에서는 돌아가라고 한다.

호기심이 발동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록키산의 동쪽으로 들어간다. 동쪽에는 덴버시가 있고 에스테 스팍이 있고 관광지로서 잘 발달되어있다.

서쪽으로 내려오면 세 개의 큰 호수가 있다.

그랜드 레이크, 쉐도우 마운튼 호수, 그랜비 호수.

지극히 평화롭고 잔잔해 보이는 그랜비 호수 밑에는 

작은 마을 하나 잠겨있다.


1908년 Wolcott라는 사람이 록키산에서 목재상을 하다가 제재소와 Box공장을 만들고 사업이 번창하자 

호수에 연결되는 운하를 만들어 목재는 내 보내고 사람들은 불러 모아 마을을 만들었다.

일본인 이주노동자들과 불가리아 이주민들을 동원해 Granby에서  Grand Lake까지는 기찻길도 놓았다.

사업이 커가고 도시가 형성되던 중 1908년 공장에 큰 불이 난 후 재기하지 못하고 

1930년 "Dust Bowl"이라 불리었던 미국 역사상 최악의 가뭄 이후 록키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놓을 댐을 만들게 되면서  남아있던 마을이 물 밑에 잠기었다. 


100년 전, 좀 더 잘살아 보려고 타국에 와서 기찻길을 깔았던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그 철로를 없앤 자리에   지금은 34번 도로가  쭉 뻗어있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아직도 석탄을 나르는 기차가 있다.

동쪽에 비해 식당이나 호텔은 아주 적다.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구글맵이나 내 차의 내비게이터는 40번이나 9번으로 가서 인터스테이트 70번으로 가라고 계속 주장한다.


Grand Lake에 도착해 "살찐 고양이(Fat Cat)"라는 시골스러운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들어가니 

 장난기 어린 웨이트리스가 친절하게 맞아준다.

점심메뉴에서 감자튀김 대신에 수프를 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주방장에게 물어보아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네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면 그렇게 해주겠다"고한다.

"Your secret is safe in me(비밀은 꼭 지킬게)"하고 둘이 깔깔 웃다.




크램 링에서 스테이트 브릿지까지 구글맵의 권유를 무시하고 지도에 희미하게 나오는 지방국도 1번 길로 들어섰다.

26마일인데 52분이 걸린다는 것으로 보아 한 시간에 25마일로 천천히 가야 하는 길이다.

비 포장도로를 달리는 차는 덜컹거리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경치는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다.

마음은 편안해진다.

차창을 열고 천천히 달린다.


높은 언덕을 지나다가 차에서 내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강이 흐르고 나란히 기찻길이 달린다. 

캠핑장이 있다

여기서 낚시도 하고 래프팅도 한다.

나도 해 보고 싶다.


래프팅 하다가 바위에 부딪쳐 물에 한번 빠지고 나서는 이젠 겁이 난다.

그래도 눈에 보이면 부럽다.

드디어 스테이트 브릿지가 보인다.

이 길로 오기를 잘했다.


스테이트 브릿지에서 월콧까지의 길도 한가하고 아름답다.

줄을 타고 강을 건너는 짚라인을 하는 사람의 환호소리가 조용한 계곡에 울린다.

저 아래 인터스테이트 70번이 보인다.

선계에 머물다 인간 세계로 내려가는 기분으로 고속도로로 들어갔다.


록키산에 봄이 오면 돌아오겠다는 노랫말처럼 돌아오는 봄에는 가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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