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아버지는 생애 마지막 10년을 거의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황악산을 오르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더우나 추우나 오후 3시면 어김없이 등산스틱 하나를 챙겨 길을 나섰다.
아버지는 체격이 좋으셔서 양복을 입으면 아주 멋진 신사셨는데, 매일 2~3시간씩 산행을 하면서 군살이 다 빠져 말년엔 맞는 양복이 없으셨다. 그때 내 나이는 서른 살 무렵이었는데 아버지가 산행을 청하면 여간해선 따라나서지 않았다. 아직 자연(自然)의 위대함을 알기엔 부족했던 데다, 아버지의 ‘만날 산행’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아서였다.
새삼 아버지의 ‘만날 산행’이 참 대단하다 느낀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 뒤의 일이었다. 어느 날인지, 어떤 상황에서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사람이 어떤 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건 그 일의 경중을 떠나 참 존경할 만하다’는 걸 알게 됐다.
5년 전 [보통 글밥*]을 시작할 때 나는 아버지의 ‘만날 산행 정신’을 다시금 아로새겼더랬다. 아버지의 산행치럼 내 ‘글행’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더우나 추우나 10년은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세운 것이다. 그랬는데 고작 3년 그럭저럭 페이스를 유지했을 뿐이다. 내 글행은 두 아이를 온전히 아내와 함께 키우는 일 앞에서는 왕왕 2순위로 밀리기 십상이다. 아이들이 입원을 하거나 가정보육을 해야 할 때 특히 그렇다.
*필명 심보통으로 매일 아침 글을 지어 오피니언 리더 100명과 공유하는 글. 나는 글을 밥처럼 매일 먹어야 건강한 것이라 생각해 필명을 합쳐 [보통 글밥]이라 했다.
최근 라온이와 바론이가 폐렴으로 일주일씩 입원을 해 글행이 멈추었는데, 지난주엔 바론이가 수족구병에 걸려 또 일주일 글행을 나설 수가 없었다.
오늘에야 바론이는 어린이집으로 돌아갔고, 글행을 나설 수 있음에 안도한다.
2.
오늘 아침엔 아내와 두 아이를 배웅하고 양 무릎에 보호대를 차고 10분 달리기를 했다. 나는 이 ‘10분 달리기’를 아버지의 산행처럼 만날 할 작정을 했다. 어제 본 영상 하나가 이 결심을 줬다.
“걷기는 운동이 안 된다”는 게 요지인 이 영상에 따르면 우리는 평소에 2,000~3,000보를 걷는다. 시간을 들여 7,000~8,000보를 걷는다고 해서 운동의 효율은 그리 높지 않다. 걷기로 효험을 보려면 ‘빨리 걷기’를 해야 한다. 빨리 걷기는 9분에 1㎞를 가는 정도고, 큰 보폭으로 걸어야 한다.
하지만 빨리 걷기 대신 1㎞당 7분 30초가 걸리는 ‘천천히 달리기’를 하면, 빨리 걸을 때보다 운동 효율이 4배나 높아진다.
요는 걷기는 ‘빨리 걷기’라도 기분전환만 될 뿐 ‘천천히 달리기’에 비해 운동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
영상에선 “달리기를 막상 해보면 열에 아홉은 포기한다”며 “자기 능력보다 빨리 달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천천히 달리기’를 권한다. ‘천천히 달리기’의 기준은 남성은 1㎞당 7분 30초, 여성은 1㎞당 8분~8분 30초.
‘천천히 달리기’는 비강호흡을 추천한다. 코로만 호흡하면 빨리 뛰고 싶어도 뛸 수 없는 대신 비강호흡이 유리해지는 장점이 있단다.
아침에 이 내용을 토대로 10분 타이머를 걸고 ‘코로 호흡하며 천천히 달리기’를 했다. 비강호흡은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구강호흡을 했다. 신경을 써야만 비강호흡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영상에선 천천히 달리면 허벅지와 종아리가 아프다고 했는데, 나는 양 골반이 아팠다.
천천히 10분 달리니 1㎞를 조금 더 갔다. 1㎞당 7분 달리기를 한 것 같다. 조금씩 늘려 ‘매일 5㎞ 천천히 달리기’가 우선 목표다.
글행(文行)에 주행(走行)을 곁들이면 롱런(long-run)할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