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안 된 자들의 밥벌이

by 심지훈

오늘은 ‘기본이 안 된 자들의 밥벌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련다. 이때 기본은 의식화(意識化)가 안 된 자들이요, 내 기준에선 독서(讀書)가 안 된 자들이다. 이런 자들이 사회에 진출해 밥벌이를 하게 되면 밥먹듯 민폐가 된다. 오늘은 그 나쁜 경험을 아침 댓바람부터 먹었다.


아내가 며칠 전 아침 여느 날처럼 주방에 나갔다가 발바닥에 유리조각이 박혔다. 한 달 전 큰아이가 유리컵으로 물을 먹다가 떨어뜨려 깨뜨린 적이 있는데, 그 파편이 수거되지 않고 굴러다니다가 아내 발바닥을 헤집은 것이다. 그날 당장 정형외과를 가서 파편을 제거했는데 일부가 남았던 모양이다. 아내가 일주일 정도 참다가 안 되겠던지 맘카페 정보를 갖고 어제 손발 등 정밀수술전문 병원을 찾았다. 미세 유리조각 등은 CT(컴퓨터 단층 촬영‧computed tomography)를 찍어야 알 수 있다는 게 이 시대 ‘최첨단 언론’ 대전맘카페 정보였다.


실제 병원에선 CT를 권했고, 찍었더니 5~6mm 조각이 박혀 있다고 했다. 병원에선 이건 수술을 해야 제거할 수 있다고 했고, 만에 하나 완전 제거되지 않으면 수술을 한 번 더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첫 번째 찾은 병원에서는 X–ray를 찍었고 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의사가 감각적으로 제거 작업을 했고 작은 유리조각이 나왔다. 그 과정에서 피가 나서 더는 확인-제거가 어려웠다.


의사가 말했다. “왜 뉴스에 보면 복부에 메스가 들어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게 다 피 때문이에요. 피가 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수술이 끝나고 수술 도구 개수가 안 맞으면 병원은 난리가 나는 거예요.”


두 번째 병원에서도 작은 조각이 흩어져 있으면 한번에 제거되지 않을 수 있고, 피가 고이면 제거 수술을 더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의사는 한번에 6mm 조각을 찾아내면 그걸로 수술이 끝이지만, 조각이 흩어져 있으면 조각들이 6mm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찾겠다고 했다.


아내는 오늘 오전에 수술하기로 하고, 아침 8시 30분에 입원했다.


수술은 수술실로 든지 30분도 안 돼 무사히 끝났다. 6mm 정도의 유리조각이 단번에 뽑힌 것이다.


문제는 수술 전에 발생했다. 그것도 명색이 수술이라고 수액과 마취제를 위해 길고 굵은 바늘을 혈관에 찔러넣어야 했다.


딱 봐도 초짜로 보이는 간호사가 맡았다. 왼손 오른손 각 1번씩 찔렀는데 실패했다. 곧 다른 간호사가 들어왔다. 커튼 너머로 보니 아내 인상이 돌아가 있었다.


두 번째 간호사도 하는 양이 시원찮았다.


“수술하는데 환자한테 바늘 꽂는 건 기본 아닌가요. 어째 저런 사람을 데려다 일을 시키는지.”


“아니에요. 저 선생님도 잘 꽂아요. 환자가 긴장해서 그럴 수 있어요.”


멀쩡한 환자 탓에 나는 짜증이 일었다. 그래도 지켜보았다.


이 중년의 간호사가 이 팔 저 팔을 살펴보는데 이미 잘못 찌른 곳에서 피가 나와 재시도 어렵다고 했다.


“거 안 될 것 같으면 아예 시도를 하지 마세요.”


“아니에요. 제가 잘할 수 있어요.”


믿음이 가지 않았다. 결국 또 실패했다. 혈관에 바늘을 꽂았는데 잘못 꽂아 수액을 넣자 이내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수액기를 조절하는 이 간호사 손을 보니 벌벌 떤다. 무슨 놈에 간호사가 바늘 꽂다가 손을 벌벌 떠는가. 한심하게 지켜봤다.


“그만 두세요. 지금 손을 떨고 있어요.”


“아니에요. 지혈을 하느라 꾹 눌러 그래요.”


이쯤 되자 더는 봐 줄 수가 없었다.


나는 수액기를 조절하는 손이 떨리는 걸 보고 말하는데, 자기는 지혈 중인 손을 이야기한다. 실력 없음을 세 치 혀로 감추려는 수다.


“아니, 자기네들 실력 없는 탓은 하지 않고, 멀쩡한 환자 탓을 하지 않나, 내 두 눈으로 손 떠는 걸 보고 말하는데 엉뚱한 이야기를 하지 않나. 환자가 마루타야 뭐야. 자신이 없으면 잘하는 사람한테 부탁을 하든지. 잘못 찔렀으면 도의적인 사과부터 해야지. 지금 내가 왜 화가 난 줄 알긴 아세요? 저기 초짜 간호사한테는 내 말을 안 하지요? 왜 안 하겠어요. 딱 봐도 초짜인데 실수할 수 있다 이거야. 그런데 지금 분은 달라요. 나한테나 집사람한테 도의적인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환자 탓을 하고, 지금은 또 내가 엉뚱한 말을 한다는 거잖아요? 아침부터 성질나게 뭐하는 거야. 정말. 혈관 주사 바늘 하나 제대로 못 찔러 넣는 게 말이 돼. ”


이러고 있는데, 똑부러지게 생긴 간호사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제가 할게요. 죄송해요.”


장사 한두 번 하나. 딱 봐도 이 간호사는 선수다 싶었다. 그러나 내 화는 이미 밖으로 솟구쳤고, 원무과에서 사람들이 뛰어왔다. 댓바람부터 간호사들이 복도에 쭈르룩 도열했고, 몇 안 되는 환자와 보호자도 남의 집 불구경하듯 나왔다.


원무부장이란 사람이 사과 끝에 한 말이 또 짜증을 일게 만들었다.


다른 환자분들도 있는데 언성을 좀 낮춰달라는 얘기였다.


사정이 이 정도 되면 원무부장의 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원무부장에게 기본을 이야기했다.


“간호사가 수술환자에게 혈관 주사 바늘 꽂는 건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하나 여기 어디 신(神)이 있어요? 사람이면 실수할 수 있어요. 그러면 사과를 하면 돼요. 멀쩡한 40대 중반 환자 컨디션, 혈관을 탓할 게 아니라 도의적인 사과를 하면 되는 겁니다. 그게 기본입니다. 바늘을 집사람이 찔렀어요, 내가 찔렀어요? 왜 환자와 보호자 탓을 하는 겁니까.”


원무부장은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무실로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나는 나대로 화를 다 쏟아냈고 더 무슨 이야기가 필요합니까. 인지상정이 뭔지도 모르고 응대하는 간호사들 태도가 답답하구만요.”


하나 이게 어디 인지상정의 묘이기만 할까. 맥락적 대화가 되지 않는 자는 일러준다고 바루어지지 않는다. 단언컨대 그건 오로지 의식체계와 논리체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건 읽는 힘으로밖에 극복되지 않는다. 읽는 힘, 바로 독서다.


원무부장이란 자도 사람 열 뻗치게 한 그 사건에서 다른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단계로 제멋대로 쉬이 넘어 가버렸다. 그런 태도는 진실된 사과라고 할 수 없다. 입에 발린 사과일 뿐이다. 결국 그의 본심은 ‘네 입장을 충분히 알았고 들었으니 다중을 위해 입 다물라’는 얘기였다.


화를 내는 나를 보고 아내는 괴로워했지만, 내가 화를 내지 않았다면 아내의 손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수술을 못 했을 수도 있다. 세 번째 ‘선수’ 간호사가 긴급 투입된 건 내 화 덕분이었다.


간호사들의 자기 방어벽이 왜 그리 높은지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원체 간악한 세상이 되놔서 자기 실수를 순순히 인정하면 그게 더 큰 화가 되는 나쁜 경험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병원 사람들의 그런 병폐(病弊)적 태도 때문에 기본을 준수하면 족한 나 같은 이가 별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뚱뚱한 막내 간호사는 그 몸집이 맷집이라도 되는 양 끝까지 사과 한마디 없이 꿀 먹은 벙어리로 있었다. 귀가 먼 자인 것만 같았다. 나머지 간호사 두 명은 병실에서 큰소리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는 데 급급했다.


뒤늦게 뛰어온 원무부장과 직원들은 처음엔 제3자로서 쿨하게 사과했지만, 이내 병원 입장을 먼저 대변했다. 당장 아내와 내가 겪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나는 행거찮게(시원찮게의 경상도 방언) 밥벌이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귀하들은 1년에 책은 몇 권이 읽는가? 신문은 읽어본 일이 있는가?”


외관이 멀쩡하다고 정신까지 멀쩡한 건 아니다. 참 대화가 안 되는 세상이다. 유교 질서가 엄연했던 시절엔 두드려 패서라도 인간을 만들고자 했다. 지금은 인간 만들기도 힘든 세상이다. 저잣거리 강아지까지도 긴 혓바닥을 내밀어 자유를 주장하고 나설 판이니, 죄다 잘난 동물들판이다.


자유로운 강아지도 먹어야 살고, 자유로운 인간도 먹어야 산다. 이 ‘자유로운’ 넉 자 대신 ‘제멋대로’를 넣으면 딱 들어맞는다. 제멋대로 밥벌이하는 세상, 이 지경의 세상이야말로 개판이 아니랄 수 없다.


이 아침 개처럼 짖은 건 그들인지, 나인지. 이 이야기가 세상 허공에 떠올라 대중을 만나면 내 기본은 수성하기 어려울 터다. 그야말로 개판이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법과 조리가 제멋대로인 자 태반이다.(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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