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잡화꿀(2.4㎏)을 10통 샀다. 우연히 양봉농가 아들을 만났는데, 처음엔 꿀 2통만 살 요량이었다. 집사람에게 고운 마음 써 준 분에게 하나, 그리고 우리 것 하나.
양봉농가 아들에게 꿀의 요모조모를 물었다. 가짜꿀, 사양꿀, 나쁜꿀이 판치는 세상 아닌가. 한 20분 검증 과정을 거쳤다.
양봉농가 아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 질문에 얼굴이 꿀처럼 노래졌다. 자기 아버지의 꿀이 참 좋은데 그걸 장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자신을 답답해했다. 나는 그 순진함에 그 정직함에 이끌려 10통을 내오라고 일렀다.
아들은 어쨌든 아비를 대신해 꿀 판매에 그것도 10통씩이나 팔았다는 것에 계면쩍어하면서도 싱글벙글댔다.
꿀을 싣고 돌아오는 길, 꿀 2통 사러 간 사람이 10통을 사왔다는 걸 알면 집사람이 뜨악해할 모습을 상상하자, 내심 장난스러운 웃음이 지어졌다. 이참에 감사한 분들과 좀 나눠먹겠다는데 설마 쥐어박는 소리를 하겠어, 하는 심산이었다.
“꿀 10통 사왔다”는 내 말에 아내는 그저 “10통?” 하고 의문을 제기하더니, 이내 “응”이라고만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부부 10년이면 남편 심중쯤은 꿰야 제맛 아닌가.
돌아오면서 양봉농가 사장님과도 따로 통화했다. 차분한 사장님 왈,
“사양꿀이 영 섞이지 않았다면 순 거짓말이고 자연스럽게 섞인 것뿐이니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제 꿀은 좋다고 자신합니다.”
집에와 꿀을 두 스푼 떠 꿀차를 타 시음했다. 맛이 아주 좋았다. 올 5~7월 사이 뜬 것이라는데 부드러웠다.
-꿀 1㎏을 채취하려면 꿀벌이 자그마치 560만 꽃송이를 돌아다녀야 한다.
-꿀은 예로부터 백밀(白蜜)이라고 했다. 보약으로 간주됐다.
-동의보감에는 꿀은 오장을 보한다고 돼 있다.
-위장병에 특효라고도 알려져 있다.
-꿀은 기본적으로 피로회복에 좋다.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에 꿀 1스푼을 먹으면 구내염 등을 없앨 수 있다.
-꿀을 먹은 뒤에는 양치를 하지 않아도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 오려히 진균, 세균을 잡아준다.
-꿀은 포도당과 달리 각종 영양제(폴리페놀, 항산화물질, 미네랄, 효소, 바티민)를 함유하고 있어 혈당을 급격하게 높이지 않는다. 때문에 당뇨 환자도 부족한 당을 꿀로 섭취한다.
-꿀은 이외에도 눈병, 피부병, 호흡기 질환에도 탁월하다.
-꿀의 으뜸은 목청, 석청이다. 3년 묵혔다 먹으면 위에서 열거한 효능이 배가 된다. 말 그대로 3년 묵은 목청, 석청은 꿀이 아니라 약이다.
-그런데 비건(채식주의자)들은 목청, 석청을 혐오한다. 양봉과 달리 재래꿀인 목청과 석청은 벌을 죽여야지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꿀은 아카시아꽃, 잡화, 밤꽃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어느 꿀이 좋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기호에 맞게 먹으면 꿀은 다 좋다. 다만 아카시아꿀과 밤꿀 가격이 잡화꿀보다는 1~2만원 높다. 꿀값은 한국양봉협회에서 정하는데, 아카시아꿀과 밤꿀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것은 첫째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아카시아꿀을 그중 선호한다. 밤꿀은 특유의 쓴맛 때문에 먹으면 약이 된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때문에 밤꿀은 조금 더 비싸다.
-결론은 아카시아꽃꿀, 잡화꿀, 밤꽃꿀 모두 건강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사양벌꿀인데, 사양벌꿀도 먹으면 된다(좋다)고 주장하는 한의사도 있다. 꿀벌이 꿀을 생산하는 원리를 알면 사양벌꿀도 좋다는 주장이다. 꿀벌은 유화기 때 꽃을 찾아가 꿀을 물어온다. 꽃이 지는 무화기 때는 양봉농가에서 설탕을 타서 벌집 아래 놓아둔다. 사양벌꿀은 설탕을 먹여 채취한 꿀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양꿀도 괜찮다는 주장의 핵심은 꿀벌은 유화기 땐 설탕물을 먹이로 줘도 안 먹는단다. 열심히 꽃송이를 찾아 꿀을 가져온다. 무화기 때 설탕물을 주면 그건 먹는데, 이때 설탕물 먹이를 귀신같이 알아채는 건 다름 아닌 우리 토종 꿀벌이란다. 얘네들이 이 설탕물을 많이 먹어 과당, 포도당 등 비율을 보여주는 ‘탄소동위원소비’를 확인하면 토종꿀의 설탕 비율이 더 높게 나온단다. 결국 토종꿀(재래꿀)이니 양봉꿀이니 사양꿀이니 하는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게 사양꿀 섭취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이 좋은 꿀도 찰떡궁합이 있고 상극이 있다.
-녹차 홍차 보이차 같은 타닌 성분이 합류된 차와 먹으면 쥐약이다. 차의 타닌이 꿀의 철분뿐 아니라 체내 있던 철분까지 끌어당겨 몸밖으로 내보낸다. 빈혈이나 변비를 유발한다.
-감, 밤, 포도, 도토리, 초콜릿에도 타닌이 함유돼 있어 꿀과는 상극이다.
-꿀과 콩은 최악의 궁합이다. 콩의 단백질과 꿀의 유기산이 만나면 소화기관에 부담을 줘 소화불량, 복통, 설사를 유발한다.
-꿀과 양파도 상극이다. 마늘을 꿀에 절이면 기력회복에 좋다고 하는 통에 양파를 절여먹기도 하는데 양파의 매운맛 성분인 유화알릴이 꿀과 만나면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양파는 식초에 절여야 효능이 배가 된다.
-꿀과 찰떡궁합은 마늘, 계피다.
-좋은 건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먹어 보면 안다.
-나는 아침마다 꿀을 따뜻한 물에 타 먹기만 하는데도 피로감이 확 줄었다.
-이제 계피꿀을 만들어 먹어볼 참이다. 계피꿀은 1:4 비율로 유리병에 담아 잘 섞어준 뒤 3일을 묵혀 차로 마시면 좋다. 면역력이 개선되고 관절염 등 각종 통증이 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