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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Mar 23. 2020

중소 자산운용사 믿을만할까?

지금 변곡점에서 공모주가 답이 될 수 있을까? 

빈 자리는 2015년 이후 급증한 군소 기관이 채워
리포트 하나 회람하고 수십곳이 같은 가격 써내기도
시장 왜곡 원인 중 하나…'최소한의 진입장벽 필요할수도'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 공모 참여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대형 운용사들의 빈 자리를 2015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군소 운용사·투자자문사들이 채우며 수요예측의 가격결정(프라이싱) 능력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최근 공모주 시장이 1년에도 수 차례 과열과 급랭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시장이 된데에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국내 최상위권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수년간 공모주 투자 및 공모주 펀드 규모를 축소해왔다. 특히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은 지난해 2월 이후엔 사실상 공모주 수요예측 참여를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한 대형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미래·삼성 등 메이저 운용사의 이름은 최근 공모주 수요예측 명단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수년간 점차 참여를 줄여오다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아예 본격적으로 발길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모주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대형 공모주 펀드 명단에서도 상위 5위 이내의 대형 자산운용사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 운용사 내부에서 공모주 분석을 담당하던 전담역도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대형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전엔 공모주가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였지만 최근 부침이 심해지고 주식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면서 비중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편입될 수 있는 대형 공모주의 경우엔 포트폴리오 편입 수요가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빈 자리는 상대적으로 운용규모가 작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채웠다. 최근 공모주 시장의 큰 손으로 KTB자산운용·흥국자산운용·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이 꼽힌다. 비교적 큰 규모의 공모주펀드나 코스닥벤처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이다.


군소 운용사·자문사들의 참여도 크게 늘었다. 2015년이 변곡점이었다. 이 시기 운용사 라이선스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며 이전까지 64곳 안팎이었던 자산운용사 수가 현재 200곳 이상으로 폭증했다. 최소 자본금 요건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줄어들며 '초소형 운용사'가 늘어났다. 었다. 같은 해 투자자문사의 공모주 수요예측 참여도 허용됐다.


2011년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4조8881억원)였던 삼성생명보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수는 총 412곳이었다. 최근 진행된 헬스케어업체 이지케어텍의 159억원 규모 공모엔 무려 1212곳이 참여했다.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군소 운용사·자문사가 '전문투자자'의 명찰을 달고 수요예측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두 사람이 만든 리서치 자료를 수십개 운용사·자문사 담당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회람하고, 큰 고민없이 비슷한 가격을 써내고 있다는 증언이 여러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IPO 실무 담당자는 "100여 곳의 군소 운용사·자문사가 10분~30분 간격으로 똑같은 가격을 순차적으로 써내는 게 최근 수요예측의 일상적인 풍경"이라며 "회사로부터 설명(IR)자료도 제대로 받지 않은 운용사가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을 상회하는 가격을 써낸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IPO 시장을 왜곡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지난해 하반기엔 상당수 발행사가 수요예측 이후 공모를 포기하거나, 밴드 하단의 가격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반전, 연초 이후 상장한 대부분의 공모주가 밴드 최상단 혹은 그 이상의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하고 있다.


대형 전문 투자자의 영향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대중심리에 영향을 받는 군소 기관들이 가격결정력을 행사하다보니 벌어진 풍경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가에서는 수요예측에서 주관사에 자율성을 좀 더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지금도 자율성이 폭 넓게 허용되고 있지만,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군소 운용사·자문사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으면 주관사에 상당한 압박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검은머리 외국인'을 걸러내기 위해 해외 기관의 경우에는 주관사와의 거래 관계 및 실체 인지 유무를 구분해 물량을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국내 기관엔 그 기준이 느슨한 실정이다. '코너스톤 투자자'(초석투자자) 제도가 이런 상황을 타파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주장마저 나온다. 믿을 수 있는 초대형 투자자에게 물량을 선배정하고, 가격 결정의 잣대 역할을 하도록 하면 군소 기관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상법상 '공모'의 기준으로 보면 불법이라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고,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 담당자는 "수요예측에서 결정된 공모가의 신뢰도가 최근 많이 추락한 게 사실"이라며 "일부 반발은 있겠지만, 공모주 시장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수요예측에 최소한의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http://www.investchosun.com/2019/03/29/323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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