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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Jan 22. 2020

나보다 우리 엄마가 더 슬퍼하며 본 영화

82년생 김지영, 뻔한 리뷰 



2019년을 남/녀로 나눈 영화 <82년생 김지영>


영화관에서 내리고 나서, 연말을 보내려고 우연히 틀게 된 영화. 어쩌면 보기 전부터 뻔한 얘기에 뻔한 결말일 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보다 훨씬 더 짜임새 있게 잘 만든 영화였다. 나랑 여동생이 함께 보고 있었는데, 엄마가 함께했다. 우리 엄마가 앞에서부터 다시 영화를 보자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엄마가 다시 앞에서부터 보면서 펑펑 울어서 나도, 동생도 당황했다. "나쁜 놈. 다 사위탓이야." " 저 사위가 잘못했네." 그리고 덧붙여지는 또 한마디. "그래도 쟤는 집도 아파트네. 나는 반지하에서부터 물 퍼내고 사는 것 부터 시작했는데. 그래도 낫네."하고 또 엉엉. 


아빠가 중간에 합류해서 엄마와 영화를 봤는데, 두 분이 영화 끝나고 투닥투닥 하는 것도 기억에 난다. "당신, 나한테 잘못 했어, 안 했어. 앞으로 나한테 잘해야겠어, 아니겠어. 영화 본 소감 말해봐" 등등....ㅋㅋ 너무나 여자입장으로 쓰여진 영화라서 성갈등을 조장한 영화란 프레임에 씌여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볼만한 영화지 않을까? 


영화의 얘기는 평범하게 자란? 본죽매장을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에서 성장한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 이 집도 딸 둘에 아들 하나. 아빠는 아들만 챙기고, 엄마는 딸들을 더 챙기려고 하고. 자라면서 어땠는지까지는 상세히 안나오지만, 그래도 아들이 더 많이 받고 자란 것처럼 나온다. 

어쩌면 가장 귀에 계속 맴도는 대사. "지영씨의 잘못이 아니야." 그럼 뭘까? 지영씨가 못한 게 아니야. 지영씨가 결혼한 게 잘못이야....? 지영씨가 결혼했는데 애도 가지려고 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야. 아니, 어쩌면 이 사회가 남자위주로 돌아가서. 그게 잘못이야....? 지영씨는 남편도 있고 애도 있으니까 육아에 전념해? 정답은 없겠지만, 얼마 전 롯데에서 생색내고 만든 '아빠 육아휴직'광고가 그나마 작은 해답이지 않을까. 애를 10달 품고 있는 것도 여잔데. 육아휴직도 여자가 하고, 애가 아프면, 다치면, 사고치면 여자가 회사를 조퇴하고 가서 처리하고....  

https://www.youtube.com/watch?v=RttxFxaa0io

아빠들의 육아휴직 자체가 '광고'가 될 수 있다는 게 여자들이 <82년생 김지영>이 자기 얘기라고 하는 이유인 것 같다.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나서부터 부당하게? 대우받아왔다고. 


영화 초반 스틸컷. 그냥 밖을 보는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어. 그리고 지영은 산후우울증? 육아우울증?을 겪는다.


영화를 가장 잘 대변해준다고 생각하는 이미지. 그치만 너무 가지런히 놓인 세제와 먼지 한 톨 없는 베란다가 오히려 영화임을 말해주는 것 같다. 맞벌이하면 이정도 퀄리티 절대 불가능
우울증을 겪으면서 손목까지 아픈 지영


그래도 따뜻한 가정임을 보여주려고하는 몇몇 스틸컷들. 그 사이에 가부장제, 한국의 독특한 명절문화를 꼬집고 있다. 
그래서 82년생 김지영은 앞으로 행복할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래서 82년생 김지영은 앞으로 행복할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영화 '82년생 김지영' 300만 관객 돌파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 18일째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0분 기준으로 '82년생김지영'의 누적 관객 수는 300만598명이었다. 전날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손익분기점으로는 200만으로 이미 영화만든 비용은 다 뽑은 셈. 

해외에서도 페미 열풍이 꽤 거센 듯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QTIkUzkbzQk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unbelievable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연쇄강간범을 다룬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범인을 쫓는 두 여형사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강간이 아니라 살인이었다면? 범인이 이렇게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잘 다독여보라고 피해자들에게 얘기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강간사건이 아니었다면, 피해자에게 사실인지 사실이 아닌지 다그칠 수 있었을까." 그 가설을 토대로 실제 범인을 추적해나간다. 이 이야기는 다음 리뷰에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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