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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Jan 21. 2020

과호흡이 온다

숨을 잘 못쉬겠다 

작년 7월은 내게 너무나 힘들었던 한 달이었다. 그런데 그 일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8월까지 나를 괴롭혔고, 지금 현재도 나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좀 익숙해지고 있었는데, 다시 이번달 들어서 과호흡이 두 차례 왔다. 처음 증상이 나타났던 건 작년 여름 8월말의 일. 숨을 못 쉬어서 잘 못 걸어 다닐만큼 체력이 깎였던 게 한 달. 그리고 9월은 어느 정도 횟수가 줄면서 괜찮아 져가고 있었는데... 이 모든 일을 극복하기가 생각보다 많이 버겁다. 


중간의 일을 되돌아보면 내게 이런 트라우마를 남기는 일은 7월부터 있었고, 그때 내 친한친구에게 이런 저런 고민을 얘기했을 때 병원을 가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물었다. 약을 좀 먹으면 모든 게 조금 더 편안하게 느껴지고, 그렇게 보일거라고. 그런데 병원을 가는 게 정말 간단치가 않았다. 일단 당장 눈 앞에 놓인 일들을 해결해야 했고, 그 일들을 해결하려고 나 혼자 동동거리는 과정에서 몇 차례 더 쇼크가 왔다. 뒤돌아보고나서 이제서야 아는 거지만. <82년생 김지영>에서 대사로 나왔던 "그냥 왜. 석양을 보고 있는데,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어." 그 말 처럼, 그 쇼크는 그렇게 내게 나타났다. 처음 몇 차례는 기초 체력으로 버텼는데, 그 한계를 넘어가니 숨을 못쉬는 상황이 됐다. 내 친구 말대로 진작에 병원을 가든, 일을 쉬든 어떤 조치를 해야 했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말이다. 


맨 처음 과호흡이 왔을 땐 병원에 갔다. 앰뷸런스에 실려가면서 참 웃기다고 생각했다. 숨을 못쉬겠다니. 과호흡이 오면 병원에 가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 병원에 갔을 때 엠부백을 받아왔는데, 지금도 숨을 잘 못쉬겠으면 그냥 그 장치를 착용한다. 그리고 그 장치를 끼고 있으면, 새삼 바보같다는 생각이 든다. 숨도 못 쉬냐. 바보같이. 멍청이. 


과호흡이 한 번 오면 가슴 부근이 너무 아프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홧병이라고 하는 그 자리. 드라마를 보면 어른들이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아이고,아이고 말 하면서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그 자리. 그 자리가 계속 울렁대고 아프다. 


혹자는 운동을 시작해라, 새로운 취미를 가져라, 힘든 생각을 당분간 내려놓으라고 하는데. 그것 역시 잘 안된다. 운동은 워낙 지금 체력이 깎여서 시작할 용기가 안 나고, 새로운 취미는 새로 시작했는데, 그 일마저 내게 어떤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래서 계속 해 나갈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생각은, 보통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면서 다른 상황에 몰입하면서 잊곤 했었는데, 요새는 드라마에 집중이 잘 안된다. 그것도 날 힘들게 만드는 한 가지. 그래서, 결론은.... 그냥 나는 묵묵히 버티고 있다는 거다. 그냥 꾹 참으면서... 이게 답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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