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빅데이터 분석'
세상은 거대한 데이터 생성기다. 모든 행위는 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다. 손짓과 발짓,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모두 데이터다. 모아진 데이터가 일정한 패턴을 보이면 유용한 발견을 할 수 있다. 특히 행위를 데이터로 저장하는 인터넷에선 데이터를 모으기 더 쉽다. 스마트폰의 터치, 사이트 이동 경로, 구매 패턴 등이 모두 데이터로 저장된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데이터 분석으로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온라인 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미국은 영토가 넓다. 온라인 상거래 특성상 구매 후 배송까지의 걸리는 시간이 항상 문제였다. 보통 1~2주가 걸렸다. 배송이 느리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있었다. 미국의 많은 소비자들은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했다.
아마존은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모았다. 일정한 패턴을 발견해 이를 사업에 적용했다. 특정한 A지역에서 한 달간 기저귀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1천 명이 있다는 패턴을 발견했다면, A지역 물류 센터에 1천 명 분의 기저귀를 미리 가져다 놓는 방식이다. 영토 넓은 미국에서 온라인 상거래로도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미국의 물류 회사 UPS(United Parcel Service)는 물류비 절감을 데이터 분석으로 해결했다. 배달 트럭의 경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기서 내린 결론은 ‘좌회전 금지’였다. 좌회전을 많이 하면 할수록 경로가 복잡해지고 소비하는 연료도 많다는 걸 발견했다. 좌회전 금지라는 일괄적인 운전지침을 내렸다. 그 결과 원가 5%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다. 2013년 기준 약 3,700만 리터의 연료를 절감했다.
아마존은 물류센터에 물건을 미리 갖다 놓기 위해 수많은 구매 데이터를 수집했다. UPS는 수많은 트럭 이동 경로 데이터와 연료 사용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하고 의미 있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해결책을 찾은 것보다 중요한 건 ‘문제 정의’다. 아마존은 ‘어떻게 하면 배송 기간을 줄일 수 있을까’ UPS는 ‘어떻게 하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했다. 이 명확한 정의에 의해 필요한 데이터를 모았고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를 보통 ‘빅데이터 분석’이라 말한다. ‘빅’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데이터 안에 담긴 정보들 간의 패턴을 발견하고, 필요한 정보 찾아낸다. 데이터에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정보는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원하는 정보가 없는 데이터는 의미 없다. 그래서 의미 있는 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 데이터가 많다면 의미 있는 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도 많아질 확률이 높아진다.
지상파 예능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은?
TV 프로그램 시청률이 매우 중요한 지표이던 시절이 있었다. 월요일자 신문엔 항상 주간 시청률이 올라왔다. 어떤 프로그램이 1등을 차지할지 모두가 주목했다. 몇몇 드라마는 시청률 60%가 넘었다느니, 드라마가 하는 시간에는 거리에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한산하다느니 하는 기사도 종종 보였다. TV가 막강한 매체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다. 인터넷이 없었고 TV와 신문 정도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였다.
현재의 TV 프로그램 시청률도 예전처럼 그렇게 중요한 지표일까? 아래는 2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 순위다.
‘지상파 예능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 뭘까?’ 회사 동료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효리네 민박’이나 ‘윤식당’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을 꼽았다. 질문을 다시 보면 틀린 답이다.
‘효리네 민박’은 JTBC의 방송이라 종합편성 채널이다. 윤식당은 TVN의 방송이라 케이블 채널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또한 MBC every1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다. 세 개를 빼니 ‘런닝맨’ ‘불후의 명곡’ ‘라디오 스타’ 등의 답이 나왔지만, 모두 정답이 아니었다.
정답은 ‘전국노래자랑’. 누구나 알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예능 주간 시청률 1위라는 화제의 프로그램인지는 아무도 몰랐다는 눈치다. ‘전국노래자랑’은 12.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화제의 예능이라고 꼽았던 ‘윤식당’은 같은 주간 같은 조사기관 기준 13.1%로 ‘전국노래자랑’보다 0.7% 포인트 높았고 ‘효리네 민박’은 4.7%로 전국노래자랑과는 차이가 매우 컸다.
예전처럼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 주간 지상파 1위 예능이지만 화제의 프로그램도 아니다. ‘전국노래자랑’이 방영되는 일요일 정오 무렵, 거리가 한산해지지도 않는다. 시청률이라는 지표와 데이터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현재의 시청률 집계 방식은 ‘본방 사수’ 즉 정규 편성된 시각에 TV를 시청하는 사람 수를 측정한다.
젊은 시청자 층은 다양한 VOD(Video On Demand) 서비스와 영상 플랫폼을 활용한다. 굳이 본방 사수할 이유가 없다. 이 프로그램이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지의 여부는 VOD 영상 클립의 조회수와 공유수가 결정한다. 연배가 높은 시청자 층은 가급적 본방 사수한다. 현재의 시청률은 연배가 높은 시청자의 행동 패턴이라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영역에서만 대표성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시청률은 광고 수익과 직결된다. 그래서 현재 케이블 채널과 종합편성 채널 위주로 고전적인 시청률 집계 방식이 아닌 ‘바이럴 지수’ ‘공유 지수’ 등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 이를 광고 수익과 연결시키려 노력한다. 시청률이라는 데이터를 재정의 하고 있다.
언급했듯이 데이터에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젊은 시청자 타깃에게 광고를 하고 싶은 광고주에게 고전적인 방식으로 집계하는 시청률은 의미 없는 정보다. 하지만 연배가 있는 시청자 타깃에게 광고하고 싶은 광고주에게 시청률은 의미 있는 정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데이터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많은 콘텐츠 업계에서 ‘빅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갖고 있다. ‘빅데이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빅데이터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에게 필요 없는 데이터를 많이 모았다면, 이를 제거하는 비용과 노력이 더 들 수 있다.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는데 방해 요소다.
빅데이터보다 중요한 건 그 데이터의 출처다. 출처가 사용하려는 곳에 알맞은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청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우리가 그동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이터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중요도와 활용도가 변할 수 있다.
자신에게 알맞은 정보를 갖고 있는 데이터라면 ‘빅데이터’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양이 많지 않더라도 1) 정확한 출처 2) 유의미한 정보, 이 기준을 충족한다면 ‘스몰 데이터’로 충분히 패턴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문제 해결에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문제 정의’가 중요하다. 데이터를 모아서 ‘매출을 높일 것인가’ ‘조회수를 높일 것인가’ ‘공유수를 높일 것인가’ ‘구독자를 모을 것인가’ ‘개인 브랜딩을 강화할 것인가’ 문제는 명확할수록 좋다. 문제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가 다르고 활용할 플랫폼도 달라진다.
플랫폼을 활용하기 앞서 어떤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수집할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랫폼은 어떤 분야가 강하다고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의 유저들이 플랫폼을 사용해야 한다. 유저들의 다양한 네트워크 효과 속에서 플랫폼은 생명력을 가진다.
물론 검색 유입이 강한 플랫폼이 있고, 개인의 브랜딩 강화에 적합한 플랫폼이 있다. 또한 매출을 높여줄 플랫폼이 있고, 구독자를 잘 모아주는 플랫폼이 있다. 하지만 이는 유저들이 사용하기 나름이다. 검색 유입이 강한 플랫폼에서 매출을 잘 내는 유저가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플랫폼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있다. 대표성을 담보할 수 없는 데이터로 단정하는 건 위험하다.
각 플랫폼이 어떤 특성을 띠고, 내가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일단 플랫폼을 사용해야 한다.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이 플랫폼에서 내 콘텐츠가 어떻게 활용되며, 어떤 유저들이 내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1,000명의 진정한 팬과 네트워크 효과
콘텐츠로만 한정하면, 나를 적극적으로 선호하는 1,000명의 진정한 팬에 대한 데이터를 우선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1,000명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콘텐츠를 좋아하는 진정한 팬이라면 1,000명의 데이터는 활용도가 매우 높다.
활동성을 체크해볼 수 있다. 나의 팬들이 어떤 시간에 나의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어떤 콘텐츠에 값을 지불하는지, 어떤 콘텐츠에 댓글을 남기며, 공유를 하는지, 모든 활동성이 수치화된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해 콘텐츠 생산에 활용한다. 밤 11시경 조회수가 가장 높다면 10시 30분쯤 콘텐츠를 올려 11시에 소비할 수 있도록 한다. 유저의 길목을 막는 방식이다.
특정 유형의 콘텐츠가 유독 페이스북에 공유가 많이 됐다면, 페이스북 공유에 적합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한다. 공유되는 링크의 카피와 썸네일(작은 사진)에도 신경 쓴다. 디테일한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계속 모아나가고, 새로운 문제 정의를 하며, 해결책을 만들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1,000명을 모았을 때 가장 큰 효과는 ‘네트워크 효과’다. 1,000명의 진정한 팬이 ‘이 콘텐츠 정말 좋은데 너도 한 번 볼래’ 하면서 각각 10명의 친구에게 추천하다면, 무려 10,000명의 유저에게 콘텐츠가 전달된다. 각각 100명이면 100,000명이 된다.
팬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면, 인터넷의 온라인 데이터 수집에만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급했듯 세상 모든 행위가 데이터다.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더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파편적이고 추상화된 정보들이 명료해지며 입체적으로 변한다. 2차원 정보에서 3차원 정보로 진화할 수 있다.
현재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많은 창작자들이 팬과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유용하고 값진 정보를 얻는다.
‘팬들이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연결된 그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굳이 빅데이터까지 필요 없다. 아마존이나 UPS가 아닌 이상, ‘스몰 데이터’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