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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Mar 09. 2018

팔리는 콘텐츠는 다르다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스토리펀딩은 ‘스토리’로 ‘펀딩’ 받는다. 이야기에 돈이 붙는다. 인터넷 생태계에선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콘텐츠 옆에 돈 액수가 붙어있으니 다들 신기해한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람들이 정말 돈을 내나요? 누가 내나요? 어떻게 해야 내나요?”


모바일 시대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돈을 낸다는 건 '1편 모바일에선 콘텐츠에 돈을 낸다'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나와 결합된 최적의 ‘개인화 디바이스’, ‘내꺼’엔 정말 좋은 것만 담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 이성적 판단을 무력화하는 ‘간편 결제’ 모바일 시대는 콘텐츠 유료화 최적의 기회다."


 누가 내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이렇게 답한다.


"누가 내는지 특정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20대가 돈을 내는 콘텐츠가 있고, 60대 이상이 돈을 내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예전처럼 콘텐츠로 모두를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타깃을 정했으면 그들을 최대한으로 만족시킬 방법만 찾으면 됩니다."

 

모두가 ‘관심’을 바라고 콘텐츠를 만든다 


콘텐츠는 감상형 콘텐츠, 정보형 콘텐츠, 선호형 콘텐츠, 관심형 콘텐츠, 이렇게 4개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대중은 콘텐츠를 좋아한다. 콘텐츠는 기분을 좋게 한다. 분노를 일으킨다. 슬프게도 한다. 독자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감정을 일으키는 콘텐츠를 ‘감상형 콘텐츠’로 분류할 수 있다.  


감상형 콘텐츠는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한다.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때때로 변하는 감정과 처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원하는 콘텐츠의 종류가 달라진다.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개개인은 대체로 명확하게 구분한다.  

 

콘텐츠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성적 판단을 돕는다. 연말 정산 많이 돌려받는 법이라든지 항공권 싸게 예매하는 방법 등의 콘텐츠는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스테디셀러 콘텐츠다. ‘정보형 콘텐츠’라 부를 수 있다.  

 

개인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다. ‘선호형 콘텐츠’라 부를 수 있다. 아름다운 선행이 담긴 미담 기사, 귀여운 동물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이 선호형 콘텐츠다.


관심(attention)을 모으는 콘텐츠가 있다. 이는 개인의 호불호, 개인의 감정에 상관없이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콘텐츠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현직 대통령이 파면을 당하거나, 드레스의 색깔이 파란색인지 금색인지 알아맞히는 콘텐츠는 개인의 선호, 감정의 변화와 상관없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콘텐츠다. 이를 ‘관심형 콘텐츠’라 부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 당시 Daum 메인 화면


콘텐츠를 생산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선호형 콘텐츠’나 ‘관심형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한다. 많은 독자들에게 노출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많이 노출되면 그만큼 다양한 기회와 연결된다. 광고를 붙여 돈을 벌 수 있고, 개인의 브랜딩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관심(attention)을 모으는 콘텐츠와 돈을 모으는 콘텐츠는 다르다 

 

관심을 모으는 콘텐츠를 만들면 돈도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관심을 모으는 콘텐츠와 돈을 모으는 콘텐츠는 다르다.


스토리펀딩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콘텐츠의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고 펀딩이 많이 되는 건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은 미치겠지만, 트래픽과 펀딩 금액이 완전히 비례하지 않는다.  

 

조회수가 높지 않더라도, 특정 독자들에게 콘텐츠 내용을 잘 어필했거나, 어디서도 얻기 힘든 정보를 제공했다면 펀딩 금액은 높아진다.  


'풍운아 채현국과 시대의 어른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가 진행한 프로젝트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 두어라”라는 말을 남기며 이슈가 됐던 채현국(1935~) 효암학원 이사장에 대한 이야기다. <풍운아 채현국>이라는 출간 서적의 마케팅 프로모션을 겸한 프로젝트였다. 스토리펀딩에는 책에 담긴 채현국 이사장의 스토리 중 일부를 담았다.  


 “시대의 어른으로 떠오른 채현국 이사장의 일갈은 앞뒤 막힌 노인 세대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그들을 욕하는 젊은 세대 역시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찰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똑같은 꼴이 된다는 엄중한 경고였다.”


"자기 껍질부터 못 깨는 사람은 또 그런 늙은이가 된다는 말입니다. 저 사람들 욕할 게 아니고, 저 사람들이 저 꼴밖에 될 수 없었던 걸 바로 너희 자리에서 너희가 생각 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거지."


 후원자에게 책을 증정하는 프로젝트였는데 918만 원이나 모았다. 목표했던 3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모으면서 306%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 프로젝트가 재밌었던 점은 어르신들의 후원 비율이 굉장히 높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고객센터에 이런 문의가 있었다.  


“후원을 하려고 하는데, 인터넷으로만 되더라고요. 제가 인터넷 결제나 간편 결제 같은 건 할 줄 모르는데,  혹시 계좌이체를 하면 안 되나요?”


60대 이상의 어르신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콘텐츠를 접하고 직접 돈을 결제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하지만 풍운아 채현국과 시대의 어른들 프로젝트에는 어르신들이 후원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채현국 선생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말씀 새겨듣고 저도 좋은 어른이 되겠습니다” 등의 의견을 남기며 후원했다.  


이를 ‘공감형 콘텐츠’라 부를 수 있다. 본인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 직접 경험하진 않지만 콘텐츠를 통한 간접 경험 등이 후원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콘텐츠에 지갑을 여는데 큰 도움을 줬다.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면, 돈은 따라온다.  

 

돈을 모으는 정보성 콘텐츠 ‘더 깊고 더 좁게’ 


‘사람을 살리는 건축 재료 처방전’ 프로젝트는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펀딩 받았다. 건축 재료 전문 매거진인 ‘감’에 대한 출간 비용을 받는 프로젝트다.

“건축재료 처방전 감 매거진은 개인의 창조력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의식주 중에서 ‘주’를 중심으로 자신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최소한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건축의 가장 작은 단위인 재료에 대해 고찰합니다.


‘감’은 순우리말로 재료를 뜻합니다. 건축 재료인 감의 씨앗으로 창조성과 새로운 문화를 바탕으로 발아해 새로운 재료와 그 구축 방법에 관한 정보를 축적하고 재배치하는 일을 수행하는 창작 집단으로 당신의 공간에 적합한 재료를 처방합니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인 소중한 기금으로 감 매거진 시즌 2의 <페인트>, <타일>, <바닥재>뿐 아니라 <금속>, <유리>, <석재>, <단열>, <친환경>까지 안전하고 아름다운 건축과 인테리어를 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모아  단행본을 낼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 전문 매거진 ‘스페이스 공간’의 에디터 출신인 심영규 건축 PD가 진행한 프로젝트다. 건축 에디터의 경험을 살려 전문 매거진을 만들었다.  

 

주변에 건축 관련 능력자들을 모았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문성 있는 매거진을 만들었다. 매거진 3종이 6만 원 정도로 저렴하지 않은 금액인데도 많은 독자들이 펀딩에 참여했다.

 

“집 짓기의 첫 단추를 감 매거진과 함께 하려 합니다. 다음 책도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저는 ‘타일쟁이’입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퍼가고 싶은데요. 승낙해주신다면 저희 커뮤니티에 내용을 올리겠습니다.”


응원의 댓글을 남긴 독자 대부분은 직접 집 짓기를 하려는 사람, 타일 시공하는 사람 등 건축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종사자다.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제공했고, 여기에 독자들은 열광했다. 기꺼이 지갑을 열어 돈을 지불했다.  

‘정보성 콘텐츠’는 돈을 모을 수 있다. 누구나 관심 갖고 선호하는 콘텐츠가 아니어도 된다. 오히려 누구나 관심 가질 정보성 콘텐츠는 돈을 내게 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이 콘텐츠는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줄 수 있다.


‘더 좁게 더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한다. 감 매거진은 건축 전반에 대한 정보가 아닌, 재료 하나하나에 포커싱 했다. 책 한 권의 제목이 <페인트>, <타일>, <바닥재>, <목재>, <콘크리트>, <벽돌>이다. 한 권 한 권 정체성이 명확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심영규 PD는 건축 재료와 관심 있는 후원자라는 좋은 데이터를 얻었다. 곧 이들과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한다. ‘감 파티’를 열어 네트워킹 효과도 노린다. 이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5편 빅데이터를 믿지 마세요'에서 언급했던 진정한 팬을 활용한 사례다.  


‘특정 소수의 최대 행복’ 마이크로 타기팅(micro target) 

 

‘관심형 콘텐츠’는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단순하던 PC 시절엔 모두를 만족시키는 게 어렵지 않았다.  

 

모바일은 다양성의 시대다. 개인화된 디바이스는 개인의 선호를 더욱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누구나 관심 가질 관심형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관심형 콘텐츠가 모두를 만족시킬 ‘매스 타기팅 (mass targeting)’ 전략이 필요하다면, 공감형-정보형 콘텐츠는 특정 소수를 만족시킬 ‘마이크로 타기팅(micro targeting)’ 전략이 필요하다.  

 

‘공감형 콘텐츠’ ‘정보형 콘텐츠’는 돈이 된다. 그리고 그 타깃은 좁으면 좋을수록 좋다. 최대한 명확하게 타깃 설정을 하는 게 중요하다.  


 ‘특정 소수의 최대 행복’ 적어도 모바일 시대에서 벤담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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