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장돌뱅이 : ‘장돌림(여러 장으로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장수)’을 낮잡아 이르는 말
2014년 뉴스펀딩(스토리펀딩의 전신)을 준비하면서 나의 처지는 딱 장똘뱅이였다. (사전상 표준어는 ‘장돌뱅이’가 맞지만 어감을 살리려면 ‘장똘뱅이’가 더 적절하다.) 콘텐츠에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플랫폼, 콘텐츠 생산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생태계, 구호는 좋았다. 명분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는 콘텐츠 담을 그릇에 대한 이야기다. 그릇의 명분은 만들었지만, 여기에 담을 내용을 찾기가 어려웠다.
우선 언론사를 중심으로 ‘영업’ 했다.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를 목적으로 시작했기에 신문사 방송사 등 언론사가 가장 적절했다. 무언가 물건을 팔지는 않았지만 영업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뉴스펀딩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참여하자고 독려 했다. 영업에 가까운 파트너 제휴 업무였지만 ‘차라리 영업이 더 쉬울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물건은 실체라도 있지, 콘텐츠 플랫폼은 정식 오픈이 되기 전까지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콘텐츠로 돈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무료로 풀리는 기사에 어떻게 돈을 받는 게 가능하냐’며 사기꾼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다행히 뜻에 동참하는 언론사와 1인 창작자와 의기투합 했다. 8개의 프로젝트로 2014년 9월 뉴스펀딩을 런칭했다.
초기에 생각했던 뉴스 콘텐츠 유료화의 키워드는 ‘분노’ ‘꿀팁’ ‘팬심’. 다양한 데이터를 모으고 트렌트를 분석했다. 분노를 일으키는 콘텐츠, 좋은 정보를 주는 콘텐츠, 팬들에게 어필하는 콘텐츠가 유료 콘텐츠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여기에 맞춰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뉴스펀딩은 1년에 30억을 모으며 무료가 당연시 되는 저널리즘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유료 콘텐츠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는데 뉴스라는 형식은 한계가 있었다.
첫 번째로, 분노 콘텐츠는 돈을 받는 주체가 모호했다.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뉴스를 내보내면,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기자에 대한 금전적 후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취재를 한다. 세상의 부조리를 알린다.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뉴스를 내보낸다. ‘이런 과정에 동조하는 독자들은 돈을 낸다’는 가설이었다. ‘내 돈이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는데 쓰인다‘는 심리적 만족감도 고려했다.
범죄에 피해를 입은 사람, 화상 피해를 입은 사람,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런 취재가 계속 되기 위해선 기자에게 취재비를 후원해야한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 독자들은 피해의 당사자, 누명 쓴 당사자를 돕는다는 취지로 돈을 지불했다. 결국 콘텐츠 유료화의 본질인 콘텐츠 생산자에게 직접 돈이 지불되는 구조는 만들기 어려웠다. ‘왜 기자가 돈을 가져가냐’며 항의를 하는 독자도 일부 있었다.
두 번째로 ‘꿀팁’은 너무 많았다. 무료 콘텐츠가 수도 없이 쏟아지는 인터넷에서 ‘굳이 돈 주고 볼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다. 다양한 콘텐츠 생산자들이 정보성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의미 있는 정보는 공유가 잘 된다. 짧은 동영상이 대세가 되면서, 광고를 붙이기도 용이해졌다. 영상이 짧게 쪼개지다 보니 광고가 노출될 기회가 더 많아졌다. 1~2분짜리 정보를 보기 위해서 5~15초 광고를 보는 방식이 익숙해졌다. ‘꿀팁’ 콘텐츠는 광고라는 훌륭한 비즈니스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기자들이 이 영역까지 뛰어들기엔 이미 늦은감이 있었다.
현재 정보성 콘텐츠는 단순하게 ‘내 정보 좋으니 인터넷에서 돈 주고 사서 봐라’라는 온라인 전략보다는 ‘나만 갖고 있는 정보를 어딘가에 모여서 따로 알려줄게’라는 오프라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콘텐츠의 연결이다. 온라인은 전파성이 강하다보니 ‘정보 희소성’을 무기로 삼기 어렵다.
오프라인에서는 전파성은 떨어지지만, 더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텍스트에서 찾기 어려운 콘텍스트(context, 맥락)까지 느낄 수 있다. 온라인에선 경험하기 어려운 네트워크 형성도 가능하다. 정보성 유료 콘텐츠는 돈을 지불하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 번째는 스타 기자의 부재였다. 돈을 이끌어 내는 요인 중 ‘팬심’을 주요 키워드로 잡았지만, 팬을 보유한 기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유료화가 가능한 뉴스는 적어도 몇주는 매달려야하는 탐사보도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눴던 기자들도 탐사보도를 하고 싶어 했다. 퀄리티 저널리즘으로 기사에 제대로 된 가치를 매기고 싶어했다. 탐사보도만이 기자가 팬을 확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했다.
가장 적합한 예는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다. 권력을 겨냥한 탐사보도로 세상에 큰 메시지를 주었다. (현재는 방송 출연도 하며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 기자는 뉴스펀딩의 스타팅 멤버로 참여해 두 번의 프로젝트에서 총 2억 5천만 원의 펀딩을 받았다. 초기 붐업에 큰 역할을 했다.
일부 언론사는 스타 기자의 탄생을 반기지만은 않았다. 많은 기자들이 과중한 업무량을 소화한다. 신문은 매일 지면을 채워야 하고, 방송은 매일 뉴스 분량을 확보해야한다. 인터넷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그날의 뉴스를 생산하기 바쁜 언론사에서 긴 호흡의 기사는 만들기 어렵다. 대단한 필력이 아니면 짧은 호흡의 기사로 팬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스타가 된 기자는 1인 미디어라든지 다양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언론사도 많았다.
초기 생각했던 ‘분노’ ‘꿀팁’ ‘팬심’의 키워드가 작동을 하긴 했다. 뉴스펀딩은 1년에 30억 펀딩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에 한계를 느꼈다. 분노를 일으키는 콘텐츠는 독자를 혼란스럽게 했고, 꿀팁 정보 범람했으며, 팬심을 유발하는 기자는 주진우 기자가 거의 독보적이었다.
저널리즘만으로는 어려웠다. 확장이 필요했다. 뉴스펀딩은 기존의 저널리즘에 출판, 스타트업, 아트, 캠페인, 라이프, 5개의 카테고리를 추가해 2015년 10월 스토리펀딩으로 확대 개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