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 매체나 작가들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후원자로부터 조달해 후원자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 과정을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콘텐츠 생산 서비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스토리펀딩에 대한 정의다. 이렇게 깔끔하게 얘기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정리를 잘 해주셨다. 스토리펀딩의 기획 의도가 잘 녹아든 문장이다. 여기서 세 가지 키워드를 도출해 볼 수 있다. 1)크라우드 펀딩 2)참여형 콘텐츠 3)과정의 콘텐츠. 스토리펀딩의 근간이 되는 키워드다.
불특정 다수에게 펀딩 받는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 펀딩은 ‘군중(crowd)이 돈을 모은다(funding)’는 뜻이다. 사자성어로는 ‘십시일반’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클라우드 펀딩’이라고 잘못 쓰곤 한다. 클라우드(cloud)는 구름이다. (나는 맥주로 읽는다)
어원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중을 뜻하는 popular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뜻하는 crowd를 쓴다. 대중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다.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광장에 모인 사람들, 같은 관심사를 기반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인 사람들, popular라고 볼 수 있다.
불특정 다수는 특정한 목적이 없다.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있으며 뭔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여기서 크라우드 펀딩의 무한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
기존의 콘텐츠 생산자는 대중들이 좋아할 법한 주제를 선정한다. 많은 생산자들이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흥미위주이거나 혹은 반복적인 내용이 많다. 크라우드 펀딩은 다양하다. 취향 저격 콘텐츠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생산된다. 서브 컬쳐로 분류되는 영역과 페미니즘-성소수자 등 기존 콘텐츠 시장에서 잘 다루지 않던 영역까지 다룬다. 많은 수의 대중은 아니지만, 해당 영역에 확실한 독자 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펀딩도 잘 되는 편이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진행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https://www.tumblbug.com/femidea1)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사례다. 책은 ‘성차별 토픽 일상회화 실전대응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작가는 “언어 전공자로서 회화가 안 되면 문법책을 공부하고 학원을 가는 것처럼 페미니즘도 실제 대화에서 필요한 회화서가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펀딩 20일 만에 4300만원이 넘는 후원 금액을 달성해 당시 텀블벅 출판 분야 최고 목표금액 기록을 세웠다.
스토리펀딩에서 진행한 ‘트랜스젠더 건강연구 시작합니다’ 프로젝트도 기존 시장에서는 나오기 힘든 콘텐츠다. 건강에 치명적인 수술을 하고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제대로 된 건강 연구가 없었다. 고려대 보건정책의료학부 김승섭 교수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비용을 마련했다. 1645만원의 펀딩을 받았고 이 내용은 논문으로 출판됐다. 현재 이 논문의 내용을 포함한 단행본 ‘오롯한 당신 – 트랜스젠더 차별과 건강연구’는 마무리 작업 중이고 4월 중 출간 예정이다. 이 펀딩에 참여한 한 후원자는 댓글로 고마움을 전했다.
“수익성이 전혀 없다는 까닭으로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기 마련인 이런 연구를 진행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직 이 나라, 소수자가 살기에는 너무나도 버겁고 힘겨운 곳입니다. 연구를 묵묵히, 꾸준히 진행해 주시는 여러분 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확행의 가장 쉬운 방법 ‘크라우드 펀딩’
스토리펀딩에서 진행한 ‘자취요리백과’ 프로젝트는 B급 문화가 크라우드펀딩에서는 통한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 1인가구, 자취생, 대학생을 위한 간단 생활 요리 지침서입니다. 모든 요리는 10~15분 내외로 끝납니다. 불필요한 부분이나 재료는 다 빼고 그 요리만을 위한 고속도로만 제공하는 요리책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펀딩금은 책 인쇄 및 제작비로 사용합니다. 모든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어도브(ADOBE) 프로그램 사용료와 추가 요리 콘텐츠 제작 및 진행에도 씁니다. 후원자들에게 리워드를 전하기 위한 안정 포장 및 배송, 요리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사용할 예정입니다.
책의 내용은 실용적이며 파격적이다. 1) 긴급 2) 결정장애 3) 월급날 4) 여유로움 4개 챕터로 구성했다. 기존의 요리책처럼 레시피와 재료 중심이 아니다. 각 상황에 맞는 요리법을 정리 했다. 책의 특성 부분은 더 재밌다. 1) 안전한 냄비 받침 2) 편안한 베개 3) 부드러운 마우스 패드, 이렇게 책이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책의 뒤표지에는 ‘이 책은 어차피 냄비 받침입니다’라며 스스로를 깎아 내렸다.
이런 ‘B급 갬성’ 물씬 풍기는 책을 15,000원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선주문 받았다. 총 957만원을 받으며 목표액 300만원의 세 배를 넘겼다.
‘올리브’라는 식자재를 한 권의 책에 담아낸 프로젝트도 있다. 텀블벅에서 진행한 ‘ 피자위에 까만거? 맞아요, 그 올리브!(https://www.tumblbug.com/theolives)’프로젝트 다.
- 어느 날 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먹었던 올리브는 충격일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올리브가 같은 올리브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아삭했고, 고소했습니다.
그 이후로 한국에 돌아와서 올리브를 찾아 먹기 시작하였는데, 마트에 가면 볼 수 있는 올리브만 해도 여러 가지였고, 종류에 따라 어떤 특징이 있는지 검색해도 검색어조차 알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사보려 했지만, 올리브유에 관한 책은 있어도 스낵으로 먹는 테이블 올리브에 관한 책은 한 권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혹시 올리브를 좋아하시나요? 건강하고 맛있는 올리브를 더 정확하게 알고 먹고 싶다면 꼭 추천 드립니다. 다양한 올리브 정보를 귀여운 손 그림과 함께 담았습니다 -
올리브 하나만으로 책 한 권이 만들어질 수 있다. 기존 출판시장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올리브 책은 246만원을 펀딩 받으며 목표액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 대세다. 2030 청년들을 중심으로 트렌드가 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1~2만원이라는 적은 돈으로 본인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는 콘텐츠를 감상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