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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Sep 22. 2018

아무튼 책은 팔아야 한다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책은, 팔아야 한다


“다들 디지털 마케팅해야 한다고 하는데, 효과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책을 직접 홍보하는 콘텐츠는 책의 핵심 내용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구매 전환율이 너무 떨어집니다. 차라리 유시민 같은 사람이 방송에서 언급해 주면 수천 부씩 나가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출판사 대표님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블로그에 마케팅하고 수십만 PV 나와도 책 판매와 연결이 안 돼요. 많아야 다섯 권 팔리죠.” 나눴던 이야기 중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이야기다. 높은 PV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 PV가 책 판매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책 마케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 한 셈이다. 


‘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보통 데이터 분야에서 쓰인다.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가 책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 글을 본 사람은 책을 구매할 것이다’라는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즉 garbage PV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 마케팅하시면 많은 PV가 나오고, 이 PV가 책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간 출판사 협업을 하면서 내가 자주 했던 말이다. 많은 PV(Page View)가 나오고 사람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건 맞다. 하지만 이게 실제로 어떤 도움이 주는지에 대해선 고민이 부족했다.   


작가의 브랜딩에 도움이 되는지, 책 판매에 도움이 되는지, 출판사가 어떤 책을 내고 있는지 알리는데 도움이 되는지, ‘도움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많은 대표님들은 ‘책의 판매’를 가장 원하셨다. 당연하다. 출판사의 사전적 정의는 ‘서적이나 회화 따위를 인쇄하여 세상에 내놓는 사업을 하는 회사’다. 디지털 마케팅이든 유튜브 마케팅이든 모두 책 많이 팔자고 하는 일이다. 


아날로그 콘텐츠의 디지털화, 텍스트 콘텐츠 기반의 새로운 포맷 실험도 중요하지만 본질이 아니다. 책은, 팔아야 한다. 


맥락과 장치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독자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콘텐츠 소비하다가 책을 사고 싶으면 구매한다. 책 구매까지의 동선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으면 독자는 단순 광고로 인식하게 된다. 안 좋은 인상만 남기게 된다. 


어떻게 하면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서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을 수 있을까. ‘구매 전환율’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브런치와 스토리펀딩 플랫폼 연계 실험을 하고 있다. 우선은 텍스트를 돋보이게 해주는 플랫폼 브런치로 콘텐츠 발행-유통한다. 콘텐츠 감상한 독자는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매 동선을 만난다. 이 동선은 편한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스토리펀딩으로 연결된다. 


키워드는 ‘맥락’과 ‘장치’다. 콘텐츠는 맥락 속에서 구매를 유도한다. 그리고 기능적 장치가 독자의 구매를 돕는다. 맥락은 ‘소장’과 ‘참여’로 나눠볼 수 있다.


소장하고 싶은 책


‘쓴도쿠’라는 말이 있다. 일본어로 '쓴도쿠(積讀·적독)' 즉 '책을 읽지 않고 쌓아두는 것'에 전념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1879년 출판된 인쇄물에 등장한 말이라고 하니, 이런 현상이 현재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출판계에서는 ‘쓴도쿠 현상’ 오히려 반긴다는 말도 나온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용 책을 기획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소장’은 단순히 책을 관상용으로 소장하는 개념이 아니다. 소장해두고 언제든 궁금할 때마다 꺼내보게 하자는 뜻이다. 


한 번 봐서는 언뜻 기억에 남지 않는 내용이어야 한다. 가능한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이면 더 좋다. 아이 가진 집들의 스테디셀러인 ‘삐뽀삐뽀 119 소아과’가 좋은 예다. 어려운 의학 용어가 담긴 전문 서적이다. 필요할 때만 찾아보면 된다. 한 번 본다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다. 


콘텐츠 마케팅에 적절한 유형이 있다면 적절하지 않은 유형도 있다. 한 번 보고 ‘아 그렇구나’ 하며 공감하고 책을 닫아버릴 내용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책의 주제가 너무 명확해서 마케팅용 글만 봐도 책을 다 봤다고 생각하는 책도 피해야 한다. ‘예고편을 봤더니 영화 내용 다 알 것 같아’란 말이 영화판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다. 


전문성, 정보성, 옴니버스식 책은 플랫폼 마케팅에 어울린다. 일부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옴니버스 식이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다. 오히려 다른 챕터는 어떤 내용인지 궁금증이 생겨 더욱 구매 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 


‘팔리는 콘텐츠는 다르다’편에서 소개했던 감매거진이 시즌2로 돌아왔다. 건축 자재를 하나씩 소개하는 매거진이다. 이번엔 브런치와 스토리펀딩을 동시에 진행한다.  


매주 연재할 수 있는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으로 감 매거진에 담긴 일부 내용을 연재한다. 위클리 매거진은 콘텐츠 연재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매주 요일을 정해 연재하기 때문에 고정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오프라인 매거진과 비슷한 느낌의 뷰어를 제공해 독자의 가독성을 최대한으로 높인다. 글에 대한 독자의 몰입도가 꽤 높은 편이다.


1화 ‘결로가 생겼으면 이것부터’는 유리와 창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결로와 유리의 상관관계를 상세히 설명해주고 ‘투명함이 매력적인 재료, 유리에 관한 더 다채로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이라는 문구로 구매를 유도한다. 버튼을 타고 들어가면 스토리펀딩에서 사전 구매할 수 있다. 


글에 집중한 브런치 플랫폼, 구매에 집중한 스토리펀딩 플랫폼의 결합으로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있다. 콘텐츠 연재 1회, 사전 판매 일주일 만에 750만 원어치 팔았다. 목표했던 500만 원은 훌쩍 넘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참여’하게 하는 이야기도 좋은 성과 내고 있다. 


책읽찌라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이가희 대표가 책을 낸다. 제목은 ‘아임낫파인’ 우울증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숨겨야 했던 이야기 우울증 이야기를 수면 위로 올리고자 한다. 일종의 캠페인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부터 주변 사람들, 정신과 의사, 인사 담당자까지 모두 인터뷰하여, 6~8월 동안 그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했다. 영상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었다. 


‘우울증 이제 이야기하자’ 제목으로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을 연재한다. 1편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글 덕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독자의 댓글이 이어졌다.


“브런치에 쓰신 글을 읽어 보고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궁금하고 새로웠던 부분도 많았어요. 그래서 책이 정말 기대됩니다! 응원해요:)”


취지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글 하단의 책을 구매 링크를 타고 들어와 사전 펀딩 했다. 9월 말 출간 예정인 이 책은 일주일 만에 570만 원의 펀딩을 받았다.


구매 전환율 높일 방법을 플랫폼과 출판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봤으면 한다. 아무튼, 책은 팔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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