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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May 07. 2019

악마 이야기로 3억원 모으다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출판 산업의 규모가 점점 줄고 있다. 통계청 출판산업총괄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 출판 산업 총매출액은 꾸준히 감소했다. 2007년에 21조 5955억 원이던 매출액이 2016년에는 20조 7658억 원으로 10년 사이 3.8% 감소했다.


출판 산업 매출액 추이 (통계청 출판산업총괄 2007~2016 자료)


출판시장에 불황이 찾아온 가장 큰 요인으로 기존 문헌들은 ‘인터넷의 출현’을 꼽는다.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한 이후 서양에서 과거 500년 동안 출판업자들은 출판물의 생산, 유통, 분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저자, 출판업자, 고객의 관계는 수직적이었다. (Strong W. S, Copyright in a time of change, Journal of electronic publishing, vol. 4, no. 3, 1999.)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인 대화형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저자, 출판업자, 고객의 관계는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에서 쌍방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로 변했다. 종이책에 국한된 출판의 개념이 디지털 상으로 옮겨가 음성, 동영상, 문자가 결합되어 매체 간의 영역은 무너지고 분리됐다. 출판은 문자 정보를 독점해 강력한 권력을 유지했지만, 인터넷으로 정보의 권력이 옮겨가면서 출판 산업에도 불황이 찾아왔다.(김진두, 인터넷이 출판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 동서언론, 7호, 165-189쪽, 2003)


20세기는 콘텐츠 접할 통로가 제한적이었다. 책, 방송, 신문 정도였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은 빠르게 발전했다. 인터넷은 콘텐츠의 접점을 광범위하게 넓혔다. PC의 모니터에서 스마트폰으로 확장했다. 이후 출판과 신문 시장에 불황이 찾아왔다. 최근에는 동영상의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고화질의 영상이 인터넷으로 유통되면서 방송까지 위협받고 있다.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운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기존 통신 및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사업자가 인터넷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등장으로, TV의 선을 끊는다는 뜻의 ‘코드 커팅(code cuttimg)’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의 미디어 소비 패턴은 ‘스트리밍’ ‘취향저격’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스트리밍(streaming)’의 사전적 정의는 ‘주로 소리(음악)나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파일을 전송하고 재생하는 방식의 하나‘다.(위키백과 참고)


유튜브라는 영상 스트리밍으로 언제든 내가 보고 싶은 영상을 볼 수 있다. 멜론, 벅스 등 음원 스트리밍으로 언제든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제 책도 스트리밍 시대다.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 등에서는 월 1만 원 이하의 돈으로 내가 보고 싶은 책을 언제든 스마트폰에서 꺼내볼 수 있다. ‘텍스트 스트리밍’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스트리밍과 함께 ‘취향 저격’도 중요한 키워드다. 넷플릭스는 내가 편한 시간에 접속해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다. 지상파처럼 방송 편성표를 따라다닐 필요가 없다. 전자책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장소나 시간에 제약 없이 언제든 내가 원하는 전자책을 플랫폼에서 꺼내 볼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콘텐츠 수용자들은 수동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다. 수많은 콘텐츠 중 본인의 취향 저격하는 콘텐츠를 고도의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받는다. 보고 싶지 않은 콘텐츠를 보지 않을 수 있다. 능동적인 콘텐츠 소비가 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이용해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등을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출판에 적용한다면, 책 출간 전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받아 출간하는 방식이다. 내가 원하는 책을 미리 선주문하거나, 창작 활동하는 작가를 응원하는 의미로 펀딩을 한다. ‘취향 저격’에 적합하다. 책을 내고 싶지만 자금과 인력이 부족할 때 작가는 직접 후원자들에게 펀딩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독립 출판 영역에서 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출판이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까지 만들어내며, 불황이 장기화된 출판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판사도 적극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다. 출판사는 개인의 참여와는 약간 다르다. 출판 비용을 모금한다기보다는 출간이 예정된 책을 알리고 선주문받는 등 마케팅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2018년 출판계 최고 화제작인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국내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출간했다. 2018년 2월 500부를 찍으려고 모금을 시작한 펀딩에 2000만 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이후 2000부를 찍었고, 출판사에서 정식 출간될 때에도 한 번 더 모금을 해 1200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단일 프로젝트에 1억 원이 넘게 모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창작자 물고기머리가 진행한 ‘우리가 몰랐던 한국의 환타지 동이귀신괴물집’ 프로젝트는 1억 4500만 원이나 펀딩 받았다. 책 출간하기 전에 약 9000부 정도를 선판매 한 셈이다. 같은 창작자가 진행한 ‘전세계 악마들 총집합, 마물들을 모아놓은 검은 사전’ 프로젝트도 1억 4000만 원을 모았다. 총 3억 원 가까운 돈을 펀딩 받았다. 스타 작가 못지않은 판매고를 올렸다.

위 프로젝트는 출판을 원하는 개인이 진행한 사례다. 아래 두 프로젝트는 출판사가 사전 마케팅 목적으로 진행했다. 한스미디어가 진행한 ‘한복 자료집 <흑요석이 그리는 한복 이야기>’ 프로젝트는 출판사 크라우드 펀딩의 좋은 사례다. 무려 1억 8000만 원이 넘는 돈을 펀딩 받았다. 9029% 목표 달성했고, 7742명의 후원자가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공법을 택했다. 텀블벅의 인기 카테고리인 아트북 형태로 진행했고, 백서 형태로 제작했다.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인기 많은 작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존의 팬들로 초기 펀딩을 받았다. 초기 붐업이 잘 이뤄졌고 대규모 펀딩의 마중물이 됐다. 그라폴리오는 ‘창작자들의 놀이터’를 표방하는 일러스트 작가 중심의 창작자 플랫폼이다. 흑요석 작가는 그라폴리오에서 전체 조회수 140만에 달할 정도로 인기 많은 작가다.

또한 작가와 콘텐츠의 전문성을 내세웠다. 기존의 콘텐츠들이 우리나라의 한복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을 착안했다. 수많은 문헌을 조사하고 국내 여러 박물관에 소장된 자료를 참고해 최대한 정확하게 묘사했다. 기존에 발행된 콘텐츠의 pain point(통점, ‘고객의 불편한 부분’으로 의역)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명분이 독자의 주머니를 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커뮤니티에 22개의 글을 남기며 프로젝트의 진행 소식을 꾸준히 알린 점, 초기 선착순 100명에서 사인본을 제공하는 점도 펀딩 성공의 요인이다. 독자와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접점을 강화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단순히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닌 책의 마케팅 툴로 사용한 점이 눈 여겨 볼만하다.   


요다 출판사에서 진행한 ‘나만의 판타지 세계 만들기 <판타지 유니버스 창작 가이드>’ 프로젝트도 좋은 사례다. 1785명에게 약 9663만 원의 펀딩을 받았다. 500만 원을 목표로 했고 1932% 달성했다.

나는 2019년 카이스트 석사 학위 논문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출판 미래 전략 연구’에서 2018년 성공한 출판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의 특성을 분석했다. 성공 프로젝트의 평균 후원액은 약 775만 원이었고, 후원자수는 305명이었다. 목표 금액은 약 234만 원이었으며, 보상의 패키지의 종류는 약 6.5개였다. 이미지 수는 14.3개, 제안자의 댓글 수는 5.4개였다.

텀블벅 성공 프로젝트의 평균적 특성


<판타지 유니버스 창작 가이드>’ 프로젝트는 성공의 원칙을 잘 따랐다. 이미지는 15개로 성공 프로젝트의 평균치인 14.3개에 근접했다. 후원자 1인당 54,000원을 받았다. 이 책은 1권당 가격이 4만 원이다. 하지만 다양한 리워드를 적절히 구성해 평균 펀딩 금액을 높였다. 리워드의 복합 구성으로 1인당 단가를 높인 전략이 잘 통했다.


<판타지 유니버스 창작 가이드>는 소설, 영화, 만화, 게임 속 판타지 세계를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판타지 세계관’ 만드는 방법을 백서와 같은 형식으로 풀어냈다. 백서 형태는 크라우드 펀딩에서 매우 성공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동이귀신괴물집과 한복이야기도 백서 형태의 책이다.  


마이크로 타기팅(micro targeting, 목표 고객의 범위를 좁히는 방식)도 잘 됐다. 예상 독자의 풀을 ‘판타지에 관심 있는 사람’ 그중에서도 ‘직접 세계관을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으로 한정했다. 보통 타깃은 연령, 성별, 지역 등 인구 통계학적 지표로 설정하곤 한다. 마이크로 타기팅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타깃의 상황(situation) 설정을 구체적으로 하는 게 좋다. ‘어떤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까’에 대한 상상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판타지 유니버스 창작 가이드>는 구체적 상황 설정이 잘 된 사례다.


카테고리를 출판이 아닌 TRPG 게임 영역으로 설정한 점도 특이하다. 책에 관심 있는 사람보다는 게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강력한 취향 기반으로 움직이는 플랫폼이다. 전통의 카테고리를 고수하기보다는, 비슷한 취향의 사람끼리 모여 있는 카테고리를 공략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사례가 증명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취향 저격’이라는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플랫폼이다. 선판매 형식으로 재무적인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다. 출간 전 마케팅 수단으로도 효과적이다. 다양한 리워드 패키지를 구성한다면, 책의 원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텀블벅 1인당 펀딩 액수는 약 2만 5천 원이다. 책 한 권의 가격보다 높은 금액이다. ‘고가 정책’이 가능하다.


지난 20년, 인터넷이 출판 불황의 원인이었지만 이젠 기회가 될 수 있다. 출판 불황의 해결책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크라우드 펀딩을 제시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독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로써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독자의 참여가 투자라는 물질적 지원을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기존의 소수의 자본가나 투자자에 제한되었던 콘텐츠 생산 비용의 통제 역할을 일반 이용자도 함께 하게 됐다.


500년 출판 권력이 독자에게 넘어갔다고 하지만, 이제 그 권력을 독자와 함께 나눠가질 때다. 인터넷과 크라우드 펀딩의 활용으로, 출판 산업은 더 크고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뉴미디어 때문에 출판 시장을 비롯한 텍스트 시장이 죽었다고 하지만, 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사례를 모아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세상, 글로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바람을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에 담았습니다. 텍스트가 가진 힘을 믿습니다.


<예스 24>


<알라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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