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건 Jul 19. 2018

브런치는 미래를 내다본다?

[업 에세이]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고 있었다. 팝업이 떴다. 보통 팝업은 귀찮은 존재다. 갑자기 기사를 가리는 창이 뜨면 기분 나빠진다. 팝업 차단 옵션을 꺼놨나 보다. 엑스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멈췄다.


이 팝업은 달랐다. 기사 읽는 걸 방해했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다. 팝업 안에 담긴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한 동안 바라봤다.  



“Sign up for the daily newsletter, Stories from the future, Delivered today”


뉴스레터 구독을 유도하는 문구다. ‘뉴스레터를 구독한다면 미래의 이야기를 배달받을 수 있다’ 당당한 문구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WIRED>가 독자들에게 주는 가치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람들(통칭해 ‘운영자’라 하겠다)은 항상 이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 매체는 팝업 문구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표현했다.  


매력적인 문구의 팝업을 띄운 매체는 미국의 테크 매거진 <WIRED>다. 이 매체의 창간자는 케빈 켈리. ‘어쨌든 플랫폼 5편 빅데이터’에 언급했던 문장의 원래 주인이다.   



“당신에게 진정한 팬 1000명과, 그들과 당신을 직접적으로 이어 줄 새로운 테크놀로지만 있다면, 당신은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살 수 있습니다”


플랫폼 운영자로 밥 벌어먹고 살면서, ‘업의 철학’으로 삼는 문장이다. 많이도 필요 없다. 1000명만 있으면 된다. 삥 둘러 이어주지 않는다. 직접 만나게 해주면 된다. 기술로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그럼 그 사람은 좋아하는 일 하면서 평생 먹고살 수 있다.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많은 크리에이터, 작가들이 강력한 소수의 팬을 기반으로 먹고살고 있다.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많이 버는 크리에이터도 종종 등장한다. 기술이 크리에이터와 팬을 이어주면서 가능해졌다.  


케빈 켈리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그는 쉬운 문장을 쓴다. 빠른 이해가 가능하다. 기억에 잘 남는다. 장기 기억에 저장된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 ‘1000명의 팬과 연결의 기술’ ‘Stories from the future‘ 문장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떠올릴 수 있다.   


어렵게 말하는 건 쉽다. 어려운 걸 쉽게 말하는 게 어렵다. 케빈 켈리는 쉬운 말로 좋은 영감을 준다.

 

플랫폼 운영자에겐 ‘설명 책임’이 있다. 우리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고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이용자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카카오는 ‘connect everything, 새로운 연결, 더 나은 세상’이다. 모든 걸 연결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WIRED>는 ‘미래에서 온 이야기’로 설명 책임을 다했다.   

 

- 케빈 켈리 : 세계 최고의 과학 기술 문화 전문 잡지 <WIRED>의 공동 창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처음 7년 동안 그 잡지의 편집장을 맡았다.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사이언스, 타임,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여러 지면에 글을 발표했으며, 네트워크에 기반한 사회와 문화를 예리하게 분석한 통찰력 넘치는 글들로 뉴욕타임스로부터 ‘위대한 사상가’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해커 회의, ‘웰(Well)’과 같은 인터넷 공동체를 통해 사회와 문화의 혁신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베스트셀러인 『디지털 경제를 지배하는 10가지 법칙』과 『기술의 충격』, 『통제 불능』 등의 저서가 있다. - 저자 소개 중

 

브런치는 독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다. 브런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콘셉트의 콘텐츠 플랫폼이다. ‘글’과 ‘작가’에 초점을 맞췄다. 글 작성 기능이 매우 강력하다. 툴의 기능적인 부분으로는 이용자들에게 좋은 가치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브런치를 읽고 소비하는 독자들에게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설명 책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오면 좋은 글을 볼 수 있어요’ 이런 추상적 표현이 아닌 구체적인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위해선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브런치엔 독자적인 공모전 브랜드가 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는 책을 한 번도 출간 한 적 없는 아마추어 작가를 위한 신인 공모전이다. 2015년부터 시작해 작년까지 3년째 진행 중이다. 출판사와 함께 ‘당신의 첫 책’을 만들어준다는 콘셉트로 진행하고 있다. 2017년엔 5회가 진행됐다.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이 책 출간의 기회를 얻었다. 현재까지 약 50여 권의 책이 시중에 출간됐다. 나는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모바일판 신춘문예’라 부르곤 한다(라고 쓰고,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그간 신인 등단의 기회는 매우 제한됐다. 권위 있는 문학 공모전에 당선이 돼야만 등단의 기회가 주어졌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텍스트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인터넷에 꾸준히 습작해오던 글을 모아서 출간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베스트셀러에도 종종 오른다. 이런 방식의 작가 데뷔도, 이제 ‘등단’이라는 이름과 함께 권위를 부여해도 되지 않을까.


브런치북 수상작 키워드는 ‘미래의 트렌드’ 

 

브런치북의 대상 수상작들을 살펴보면서 재밌는 현상을 발견했다. ‘키워드’를 살펴봤다. 수상 당시에는 자주 언급되거나, 많이 알려진 키워드가 아니었다. 1~2년 후에 다시 보니 그 키워드는 트렌드가 됐다.


장수환 작가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퇴사의 추억>이라는 회고록을 썼다. 2015년 브런치북 1회 대상 수상자다. 장수한 작가는 초일류 회사에 입사했고, 평범한 나를 찾기 위해 퇴사했다. 브런치 글은 책으로 출간됐다. <퇴사의 추억>​ 책 소개글이다.

공허한 업무와 눈치성 야근에 떠밀려 미지근한 피로에 영혼을 잃어가는 오늘날 회사 문화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감성적 체험과 이성적 사유가 독특하게 버무려진 통찰이 돋보이는 글을 썼다. 직장인과 대학생들에게 전폭적인 공감과 지지를 얻으며 ‘퇴사’라는 화두를 던졌다. 현재는 ‘퇴사학교’의 창업자이자 교장으로 활동하며 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5년만 해도 ‘퇴사’라는 키워드가 대중이진 않았다. 직장인 누구나 가슴속에 사표 하나쯤은 품고 다니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퇴사’라는 말이 일상화됐다. 많은 직장인이 퇴사 이후의 삶을 ‘대놓고’ 고민한다. 퇴사를 준비하는 모임도 생겼다. ‘퇴사’라는 키워드가 어색하지 않다.

 

2017년 6월엔 <SBS 스페셜 ‘퇴사하겠습니다’> 편이 화제를 모았다. 심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임에도 4.6%의 시청률로 같은 날 방송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시청률(4.4%)을 뛰어넘었다. <퇴사하겠습니다>는 평범한 직장인이 퇴사 이후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례들을 제시했다. ‘퇴사’ 키워드가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게 됐다.

 

놀라운 건 이미 2015년 브런치에선 ‘퇴사’ 키워드가 자주 언급됐다는 것이다. 다양한 직장인들이 퇴사에 대한 글을 썼다. 지금도 브런치에서 ‘퇴사’ 검색하면 수많은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의 80%는 검색 포털로 네이버를 활용한다. 네이버 트렌드 서비스는 네이버 통합 검색에서 특정 검색어가 얼마나 많이 검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트렌드를 살펴보기 좋다.  


네이버 트렌트에 ‘퇴사’의 2년 치 검색량을 알아봤다. 그래프는 네이버에서 해당 검색어가 검색 및 클릭된 횟수를 월별 각각 합산하여 2016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표현하여 상대적인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퇴사 키워드는 2016년과 2018년을 비교했을 때, 2018년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우상향 그래프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이 2년간 ‘퇴사’를 꾸준히, 조금씩 더 많이 검색했다는 뜻이다.

 

‘퀀트’라는 키워드는 2016년 브런치북 3회 대상 수상자 권용진 작가가 제시했다. ‘월가의 로봇 과학자 퀀트 이야기’를 연재했다.


이 내용은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책 소개 글이다.  


인간 대신 돈을 벌어다 주는 인공지능 로봇이 있다? 뉴욕 현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퀀트가 전하는 월스트리트 인공지능 로봇 전쟁 이야기. 대중에게는 알파고를 계기로 인공지능,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지만 사실 월스트리트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월스트리트에서 전 세계 금융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퀀트들의 박진감 넘치는 과거와 현재를 담았다. 또한 인공지능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업계 미래에 대한 예측을 다룬다.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이자 누적 조회수 100만 건에 이르는 퀀트 이야기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잘 대처할 수 있길 바란다.


권용진 작가의 브런치 글을 읽기 전까지 ‘퀀트’라는 말이 있는지도 몰랐다. 퀀트는 계량화된 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수익을 올리는 투자 방식이다. 권용진 작가는 한국인 퀀트도 거의 없고 정보도 전무한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초단타 주식 옵션 퀀트로 월스트리트에 입성했다. 끝없이 발전해가는 퀀트 인공지능과 고속 시스템들을 지켜보며 국내에 이와 같은 전 세계적인 추세를 알리고자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퀀트’의 네이버 트렌드를 열어봤다. 브런치가 퀀트를 세상에 알렸다고 볼 순 없지만 2017년에 비해 2018년 확연하게 검색량이 늘어난 걸 볼 수 있다. 브런치엔 이미 2016년부터 퀀트에 대한 글이 연재되고 있었다.  

브런치가 미래를 내다보는 점쟁이는 아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 갖던, 소수의 사람들만 알던 정보가 브런치에선 콘텐츠로 생산되고 있다. 1~2년이 지나면 트렌드가 되곤 한다. 그런 트렌드를 제시하는 작가들이 브런치에 있다.  


이용자들은 귀찮겠지만 ‘Trends from the future’  브런치에 이런 팝업을 띄워 봐도 되지 않을까? 언젠가는 이것과 비슷한 문장으로 브런치 ‘설명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케빈 켈리처럼 브런치 작가들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그리고 그 영감은 미래의 트렌드가 된다. 브런치 작가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보너스 퀴즈 : 2019년은 어떤 키워드가 트렌드 될까?   


장영학 작가는 ‘조직문화 이야기’로 2017년 브런치북 5회 대상을 탔다.  대기업에서 직원들을 채용하고 관리하던 경험을 담아 회사 조직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했다. 장영학 작가의 글은 <어서와 리더는 처음이지>​라는 제목으로 7월 13일 출간됐다.  

장영학 작가는 연재에서 ‘수평문화’를 꾸준히 강조한다. 압축 성장시대엔 ‘수직문화’가 맞았지만, 현시대엔 ‘수평문화’가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네이버 트렌드의 ‘수평문화’ 검색량 그래프다. 놀라운 기울기가 나왔다. 판단은 각자 해주시길.





 


이전 07화 고양이 집사를 닮은 플랫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