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먹자 치앙마이:로건 10편] 3인 가족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즉흥적인 느낌주의자 모로, 철저한 계획주의자 로건, 싫고 좋음이 명확한 7살 제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놀고 먹고 잡니다. 셋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 달을 기록합니다.
한 달 살기 20일째다. 여행 기분에 들떠 마냥 좋던 시절은 지났다. 이곳의 생활이 객관적으로 보인다. 치앙마이에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점에 이어 단점을 정리했다.
가장 불편한 점 세 가지다.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 기준으로 정리했다.
단점 1 : 걷기 좋지 않다
제이와 함께 올드타운 골목을 걸을 때였다. 하늘이 유독 파래서 시선을 위로 하고 걸었다. 갑자기 제이가 아래로 푹 주저앉았다.
맨홀 구멍에 다리가 빨려 들어갔다. 7살 아이의 발이 빠질 만큼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여기저기 긁히고 상처가 났다.
치앙마이는 아이와 함께 걷기 좋지 않다. 도로 사정이 나쁘다. 공사 중인 곳이 많고, 인도에는 노점상이나 오토바이, 거대한 가로수가 길을 막고 있다. 차도로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신호등이 제대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단횡단을 해야 한다. 그때는 제이를 안고 건넌다.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겐 꽤나 불편하다.
보행자와 아이들이 안전한 곳은 쇼핑몰과 치앙마이 대학교 캠퍼스, 그리고 요일별 마켓이 열리는 차 없는 거리 정도다.
10분 이상 걸을 일이 생기면, 그랩을 불러서 이동하곤 한다. 골목골목 예쁜 곳이 많은데 아이와 함께라면 다닐 수 없어 아쉽다.
단점 2 : 바다가 없다
치앙마이는 산간지대에 위치한 완전한 내륙이다. 방콕만 해도 근처에 파타야, 후아힌, 코사멧 등 버스 타고 2~3시간이면 바다에 닿을 수 있지만 치앙마이에선 언감생심이다.
숙소에 수영장도 있겠다, 바다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일 같은 수영장이 지겹기 시작했다.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수영장에 가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제이는 매일 수영장에 갈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이젠 가자고 해도 도통 움직이지 않는다.
12월이 되면서 치앙마이에 겨울이 찾아왔다. 최고기온이 25도다. 이상 저온 현상으로 올해는 유독 기온이 더 떨어졌다고 한다.
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바다가 그리워졌다. 푸껫은 연일 3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다. 거의 모든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좋아한다. 이 또한 아쉽다.
무엇보다도 선베드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며 유유자적하고 싶은데, 그걸 못해서 아쉽다. 실현 불가능하겠지만 틈 날 때마다 치앙마이발 푸껫행 비행기 표를 검색해보곤 한다.
단점 3 : 소음
10년 전 치앙마이에 왔을 때 님만해민에 묵었다. 이때만 해도 외곽의 조용한 주택가였다. 님만해민에서 별로 할 게 없어서 올드타운에 가서 놀았다.
님만해민은 10년 사이 치앙마이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격세지감이다. 유명 맛집과 카페가 대부분 님만해민에 몰려있다.
빠른 발전 속도만큼 치앙마이는 여기저기가 공사판이다. 대낮에는 공사하는 소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통템토라는 꽤나 유명한 맛집에 갔는데, 바로 맞은편에서 공사하고 있어서 소음은 둘째치고 먼지가 자꾸 날려 힘들었다.
지금 묵고 있는 숙소 앞에도 콘도를 하나 짓고 있는데, 이곳의 공사 속도는 매우 느리다. 진척 사항이 거의 없다. 가우디가 짓는 건물인가 싶다.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어 창문을 열면 쇠 갈리는 소리가 반갑게 맞아준다.
치앙마이는 공항과 시내가 가깝다. 공항에서 20분 내외면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다. 처음에는 가까워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비행기 소음이 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치앙마이 대학교 쪽은 그래도 덜한 편인데, 님만해민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딱 그곳에 있어 지축을 뒤흔들 정도로 소리가 크다. 소음에 예민한 사람은 꽤나 거슬릴 것 같다.
3가지에 포함은 안되지만, 산간 지역이라 다양한 벌레가 많다는 점, 지상철(BTS) 등 잘 되어있는 방콕에 비해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 그랩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단점이다.
나의 개인적인 불만은, 놀거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나는 낮에 제이와 둘이 시간을 보내고(모로는 혼자 아무것도 안 하는 걸 좋아한다), 밤 시간의 자유를 얻곤 하는데, 치앙마이는 그다지 갈 곳이 없다. 대부분 8~9시 되면 문을 닫는다.
문득 카오산 로드의 끈적한 밤이 그립다.
로건의 픽
코코 코너 코코넛 아이스크림 80바트(3200원)
님만해민 코너에 위치한 코코넛 디저트 카페. 이름이 귀여워서 가봤는데 맛이 아주 좋다. 아이스크림과 셔벗의 중간 맛. 부드러우면서 시원하다. 나는 아이스크림 입맛 기준이 꽤나 높은 편인데, 여긴 상위 1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