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먹자 치앙마이:로건 11편] 3인 가족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즉흥적인 느낌주의자 모로, 철저한 계획주의자 로건, 싫고 좋음이 명확한 7살 제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놀고 먹고 잡니다. 셋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 달을 기록합니다.
"자꾸 들들 볶지 좀 마, 자꾸 그러면 치앙마이 안 간다."
치앙마이 가기 전부터 위기였다. 내가 숙소를 리서치한 후 모로에게 컨펌을 요청하면 모로는 매우 귀찮아했다. 느낌주의자 모로는 한 달이나 살아야 하는데 직접 가보고 예약하면 되지 왜 벌써부터 설레발이냐며 다그쳤다.
계획주의자인 나는 한 달이나 살아야 하는데 미리 알아보지도 않고 가는 게 너무 불안했다. 모로를 설득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1) 치앙마이는 11월부터 성수기라 괜찮은 숙소는 예약이 금방 끝난다. 지금도 눈여겨보고 있던 숙소가 예약 마감됐다.
2) 현지에서 구하면 더 싸게 할 수 있지만, 그건 스튜디오형 원룸에만 해당한다. 우리는 투룸 이상 큰 방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가서 구하나 미리 예약하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3) "관광객(특히 한국 사람) 많이 없고, 현지 느낌이 물씬 나며, 시설은 가급적 새 거였으면 좋겠고, 인테리어가 과하지 않고, 싼 자재가 아닌 좋은 자재를 쓰는 숙소" 네가 좋아하는 숙소를 어떻게든 구해보겠다.
세 가지 근거를 들어 미리 예약해도 좋다는 컨펌을 받았다. 각종 블로그와 유튜브를 섭렵했다. 특히 많은 도움을 얻은 유튜브 채널은 '치앙마이 로빈TV'라는 채널이다. 이 채널에서 현재 살고 있는 숙소 니바스 치앙마이를 리뷰했다. 이 영상으로 모로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자리를 빌어 로빈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영상에는 우리가 묵을 숙소를 자세히 보여주었다. 마치 VR을 보는 듯했다. 리뷰 영상에 소개된 이메일 주소(info@nivas-chiangmai.com)로 예약 문의를 했다. 한 달 29500바트(약 120만원) 방 2개 화장실 2개, 7층이라 뷰가 잘 나오는 패밀리룸 스위트룸을 예약했다. 월세의 50%는 보증금으로 해외 송금했다. (카카오뱅크 해외 송금은 수수료 8000원으로 저렴하다.)
월 계약은 보증금이 있는데, 1만 바트고 달러로도 가능하다. 나는 350달러를 보증금으로 냈다. 120만 원이면 하루 4만 원 꼴이다. 저렴한 가격에 리조트 급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숙소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보다 나은 점이 있는가'이다. 현재 내가 사는 집보다 나은 점이 없다면, 집이 너무 그리울 것 같았다.
방이 널찍하고, 랩탑으로 작업할 공간이 있으며, 멋진 뷰가 보이는 곳에서 묵고 싶었다. 수영장과 헬스장은 기본이며, 조금만 걸어 나가면 식당이나 카페가 있고, 마사지 잘하는 집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현재 머물고 있는 숙소는 이 모든 것을 만족한다. 치앙마이 대학교 근처에 있어서 규모 큰 야시장이 있고, 태국 대학생들 많아 현지 느낌 물씬 난다. 학생들이 많으니 저렴한 맛집과 카페가 많고, 솜씨 좋은 마사지 숍도 있다.
오늘은 '모로 인디펜던스 데이'다. 모로는 여행자 모드로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하루 종일 제이와 단둘이 숙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제이는 매우 집을 좋아하는 '집돌이'다. 멋진 산을 바라보며 커피 마시고, 제이와 수영을 한다. 숙소가 좋으니 이런 '집돌이 일정'이 가능하다.
20대 때는 잠만 자는 곳에 돈 쓰기 아까워서 숙소에는 돈을 많이 아꼈다. 이제는 숙소에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숙소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니.
그래서 한 달 살기 숙소는 미리 잡아야 할까? 가족이 있거나, 큰 방을 원한다면 미리 구하는 걸 추천한다. 치앙마이에 은근히 투룸 이상의 숙소가 많지 않다. 투룸은 어차피 가격대가 있으니 현지에서 구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혼자나 둘이 오시는 분은 현지에서 구하는 걸 추천한다. 우리 숙소에도 원룸은 빈방이 꽤 많다.(패밀리룸은 만실이다) 스튜디오형은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은 편이다. 숙소 상태와 주변 환경 둘러보면서 천천히 구해도 될 것 같다. 방세는 적당한 네고도 가능해 돈을 아낄 수 있다.
배가 고파서 라면이나 끓여먹으려 했더니, 냄비에 카레가 한가득 담겨있다. 모로는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며 카레를 해두고 갔다. 엄마 마음은 여행 와서도 변하지 않는다.
(쓰고 보니 숙소 광고 느낌이 나지만,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받지 않았습니다. 달라고 해도 안 줄 것 같습니다.)
로건의 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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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사지'다.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살아서 주기적인 마사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사지 받기 어렵지만, 태국에서는 어딜 가나 마사지 숍이 있다. 김밥천국보다 많다. 숙소 근처 괜찮은 마사지 숍을 찾았다. 로컬 마사지 숍 중에서는 최고 레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