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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Dec 17. 2019

"아빠 방에서 자고 싶어요"

[놀먹자 치앙마이:로건 8편] 3인 가족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즉흥적인 느낌주의자 모로, 철저한 계획주의자 로건, 싫고 좋음이 명확한 7살 제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놀고 먹고 잡니다. 셋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 달을 기록합니다.


"오늘은 아빠 방에서 자고 싶어요."


치앙마이에서 우리 부부는 각 방을 쓴다. 방이 두 개 있는 숙소를 잡았다. 한 침대에서 3명이 자긴 좁으니, 방 하나에서 모로와 제이가 함께 자고, 나는 다른 방에서 혼자 잔다.


매일 아침 제이는 나에게 우다다 달려와서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며 내 품에 안긴다. 시차 적응을 굳이 하지 않아서 밤 10시에 자고 아침 6~7시에 깨는 제이 덕에 늦잠을 잘 수 없지만,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태국은 한국보다 2시간 늦다.)



여행 20일째 되는 날, 제이는 아빠와 함께 자고 싶다고 말했다. 요 며칠 제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냈다. 나와 함께 지내는 게 불편하지 않았나보다.


"왜 아빠랑 자고 싶어?"

"이제 아빠랑 노는 것도 재미있어요."


'이제 아빠보다 엄마가 더 재밌다'는 말도 한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제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곤 한다. 그 횟수가 모로보다 잦다보니 나를 선호하는 것 같다.


침대에 같이 누웠다. 이날은 제이와 먼쨈 투어를 다녀온 날이다. 먼쨈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제이는 잠시 미세먼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를 확인했다. (이것 때문에 나와 같이 자자고 한 것 같기도 하다.)



잠시 미세먼지 앱을 보더니 스르르 잠들었다. 나도 투어 다녀와서 피곤했는지 금세 잠들었다. 깊은 잠이 들었다.


새벽에 갑자기 '쿵' 소리가 들렸다. 제이가 침대에서 떨어진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제이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제이는 잠이 깨지 않은 표정으로 주섬주섬 침대 위에 올라오더니 이내 다시 잠들었다. '별 일 없겠지' 생각하고 다시 잠을 잤다.


시간이 흘렀고 다시 '쿵' 소리가 났다. 이번엔 세게 떨어졌는지 제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어디 아픈데 없어?" 물었는데, 잠깐 울더니 금세 잠들었다.


난 너무 놀라서 새벽 4~5시쯤부터 제이가 떨어지지 않게 침대의 중앙에 가로로 눕혀두고, 침대 가장자리에서 쪽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난 제이에게 어디 아픈데는 없는지 물었다. 제이는 침대에서 떨어진지도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 어디 다친 곳은 없었다.


모로에게 간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세웠고, 너무 놀랐다고 전했다.


"나랑  때는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혹시 침대에 반반씩 누웠어?"


" 그렇게 했지."


"3분의 2는 제이가 눕게 했어야지, 반반씩 누우면 구르다가 떨어지지.난 항상 3분의 1 가장자리에서 자고 있었어. 그리고 자다가 굴러가는 거 같으면 제자리에 다시 눕혀놔야지.”


모로는 당연한 걸 몰랐냐는듯이 말했다. 한국 집에서는 침대 옆에 가드가 있어서 별 생각 없이 재웠다. 아이는 자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모로는 잘 때도 항상 제이를 생각한다. 누군가 그랬다. 육아는 '마감 없는 당직'이라고. 난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산 것 같다.



"엄마는 빼고 아빠랑 놀러가고 싶어요."


다행히 제이는 요즘들어 나와 단둘이 있길 원한다. 모로는 집에 두고 제이와 단둘이 님만해민에 갔다.


점심으로 로스트 치킨과 쏨땀, 스티키 라이스를 먹었고, 저녁으로는 수제 버거와 감자 튀김을 먹었다.


님만해민의 핫플레이스 카페 그래프 원님만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같은 포즈로.



오랜 시간 같이 있다보니 이제 노하우도 생겼다. 계단에서는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한 계단씩 오른다. 쇼핑몰에 들어가서는 미로 출구 찾기 게임을 한다. 마냥 회피하고 방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치앙마이에서 남은 10일, 아빠 노릇 할 수 있게, 제이야 잘 부탁해.'



로건의 픽

 그래프 원님만 모노크롬 (135바트 / 5400원)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인기가 많다. '숯 라테'라는 별칭도 있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품질 좋은 원두를 쓰기에 맛이 깊고 좋다. 원두 맛을 느끼고 싶어서 블랙 6온스로 하나 더 주문했다. 어머니와 친구 선물로 원두를 샀다. 치앙마이에서 마신 가장 비싼 커피지만 돈 값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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