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동쪽의 작은 마을, 기쓰키 여행
오이타 공항에서 벳푸로 향하는 213번 국도 중간, 인구 3만 명의 작은 도시 기쓰키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에도막부 시대 구니사키 반도(国東半島)의 정치, 경제 중심지로 번성했던 지역이다. 영광의 시대는 지나가버리고, 지금은 규슈 동쪽 작은 시골 도시가 되었지만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과거의 마을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샌드위치 형 마을 생김새가 인상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구니사키 반도의 교토’라고 불리는 기쓰키를 여행하는 또 다른 재미는 기모노와 유카타로 대변되는 일본 전통 복장 와후쿠(和服)를 입고 마을을 돌아보는 것이다. 전통 복장을 대여해 입으면 모든 유료 시설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성 아래 있는 마을’로 번역되는 조카마치 (城下町, 성하 마을)는 일종의 계획도시다. 영주 또는 다이묘가 살고 있는 성을 중심으로 상인 마을, 무사 마을과 같이 계급과 역할에 따라 사는 위치를 정해 도시를 만들었다.
과거 기쓰키를 다스린 가문은 토쿠가와 이에야쓰의 시조로 알려진 마츠다이라 가문(松平氏)으로 이들에 의해 기쓰키 성이 지어졌고, 성 아래 마을도 계획되었다. 기쓰키는 독특하게도 마을 중심에 있는 커다란 도로를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 언덕에 상인과 무사들이 사는 샌드위치 형 마을을 만들었다. 이는 기쓰키의 지형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 마을 중심을 관통하는 대로변에는 상인 마을이 형성되었고, 그 위쪽 언덕에는 무사 마을이 조성되었다. 조카마치 기쓰키는 도보 여행이 제격인 곳이다. 여행을 위해서는 우선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 또는 유카타를 대여할지를 정해야 한다.
기쓰키 관광의 주요 테마가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옛 거리를 거닐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기모노, 유카타를 대여해보는 것도 좋다. 마치 우리나라의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여행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전통 의상을 대여할 수 있는 곳은 기쓰키 시내에 있는 와라쿠안(和楽庵)으로 약 300벌의 기모노가 준비되어 있다. 1벌 대여료는 3,000엔. 옷을 입을 때 직원이 도와주므로 큰 무리 없이 입을 수 있다. 날씨가 추운 날에는 안에 입을 내복 또는 레깅스를 미리 준비해 가야 한다. 전통 의상 대여는 이메일 또는 전화로 사전에 예약할 수 있고,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은 기모노 감사제(きもの感謝祭)로 전문 사진작가의 무료 촬영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한 기모노 또는 유카타를 입은 관람객은 모든 유료 시설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일본 전통 의상을 대여하지 않는다면 공통관람권(共通観覧券, 800엔)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공통관람권은 기쓰키 성 또는 기쓰키 관광안내소에서 판매하고 있다. 공통관람권을 구매해 여행하는 경우 기쓰키 성에 먼저 들러 기쓰키 관광안내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조카마치를 걷는 일정이 가장 좋다. 기쓰키 성과 기쓰키 관광안내소에서 여행에 도움이 되는 한국어 안내책자와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잘 참고해서 옛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성하 마을 기쓰키를 거닐어보자.
기쓰키 관광 안내소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Ber6Yg8LkAy
일본에서 가장 작은 성인 기쓰키 성. 성의 크기는 작지만 그 역사는 600년이 훌쩍 넘었다. 성이 지어진 때는 무로마치 시대인 1394년으로 시대를 거치며 성의 주인은 바뀌었고, 1970년 천수각 복원 작업을 통해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기쓰키 성은 삼면이 막힌 천혜의 요충지에 세워진 성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 지어졌다. 성 뒤쪽에는 바다가 버티고 있고, 양 옆으로는 강물이 흐른다. 기쓰키 성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성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기쓰키 시내에서 가져온 석조물들이 보인다. 이 석조물들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천수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본에서 가장 작은 성의 천수각답게 아담하다. 천수각 내부에는 기쓰키 지역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놓은 자료실이 있고, 3층 꼭대기는 기쓰키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다. 기쓰키 성은 기쓰키 여행의 출발점으로 이곳에서 기쓰키의 유료 시설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공통관람권 (共通観覧券, 800엔)을 구매한 다음 성 아래 마을 조카마치 기쓰키로 향하자.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9e7CDUMQcpz
기쓰키 관광안내소에서 길을 따라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상급 무사들이 모여 살았던 키타다이 부케야시키 거리 (北台武家屋敷通り)가 나타난다. 황토로 쌓은 담벼락을 따라 상급 무사 저택이 쭉 늘어서 있는 거리로 길이 시작되는 곳에 오하라테가 있다. 오하라테는 오하라 가문 (大原家)의 저택으로 초가지붕을 올린 저택으로 유명하다. 656평에 달하는 부지에 정원과 연못까지 조성되어 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초가지붕 저택을 돌아보며 상급 무사의 삶을 짐작해보자.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cwt1tsUjMhs
오하라테이 옆에 위치한 이소야테는 기쓰키를 다스린 번주가 휴식처로 사용한 저택이다. 방 안 어디서든 정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구조로 설계된 것이 특징으로 저택 내부에는 고급스러운 다다미가 깔려 있다. 저택 내에 수묵화를 전시한 쿠리하라 가츠미 미술관(栗原克実美術館)도 들어서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bMMKSCYPXXm
상급 무사들이 살았던 저택들을 돌아보고 난 뒤에는 조카마치 기쓰키의 대표 풍경이 펼쳐진 시오야의 언덕을 걸어보자. 왜 기쓰키를 샌드위치 형 마을이라고 부르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곳으로 중앙대로를 중심으로 스야의 언덕(酢屋の坂, 스야노사카)과 시오야의 언덕(塩屋の坂, 시오야노사카)이 펼쳐져 있다. 상급 무사 저택 거리에서 내려가는 언덕이 스야의 언덕이고 중앙대로를 지나 올라가는 언덕이 시오야의 언덕이다. 기모노를 입고 이 두 언덕을 오르내리는 여성의 모습이 기쓰키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관광책자나 팸플릿의 첫 장에 늘 소개된다. 시오야의 언덕 그리고 스야의 언덕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과거 상인 거리에 소금 가게(塩屋, 시오야)와 식초 가게(酢屋, 스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기모노와 유카타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D7eQuCu15sq
히토마츠테이는 기쓰키 시의 초대 명예시민이 된 히토츠마츠 사다요시 (一松定吉)가 살던 저택이다. 히토츠마츠 사다요시는 쇼와 시대 초기 국무, 체신, 후생, 건설 장관 등을 역임한 인물. 집은 쇼와 32년(1957년)에 기쓰키 시에 기증되어 관람객들에게 개방되었다. 기쓰키 성과 푸른 바다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어 뛰어난 절경도 감상할 수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Rf2WKwj4Ch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