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 Jul 20. 2018

'고쿠라'라는 도시

이틀 동안 머물며 느낀 고쿠라의 모든 것

'고쿠라'를 여행한 후 글을 쓰고 책을 냈습니다. 고쿠라를 주제로 한 책은 아닙니다. 

렌터카를 타고 북규슈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여행 가이드북으로 고쿠라가 그 첫 장에 나옵니다.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 고쿠라에 이틀 정도 머물렀고, 이틀 동안 겪은 고쿠라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순서.

고쿠라 위치

고쿠라 돌아다니기

고쿠라의 느낌

고쿠라의 대표 관광지

고쿠라에서 먹은 음식


고쿠라 위치


고쿠라는 기타규슈 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기타규슈의 중심입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기타규슈 지역을 여행할 때 고쿠라를 시작으로 모지코, 시모노세키로 이동합니다. 고쿠라역에는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섭니다. 15분 간격으로 있는 신칸센 기차를 타면 16분만에 도착할 정도로 가깝습니다. 

저는 렌터카를 타고 고쿠라로 갔습니다. 만약 후쿠오카에서 렌터카를 타고 고쿠라로 간다면 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을 달려야 도착합니다. 고쿠라에서 모지코까지는 자동차로 20분 정도 걸립니다. 


고쿠라 돌아다니기


고쿠라 성과 탄가시장과 같은 고쿠라 시내를 돌아다닐 때는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고쿠라 주변에 있는 와카토 대교, 기타규슈 시립 이노치노타비 박물관, 동물원, 사라쿠라야마 전망대 등을 가려고 할 때는 렌터카, 버스 등을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저는 고쿠라 성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Hotel Harmonie Cinq에 머물렀는데, 이곳 주차장에 렌터카를 세워두고 걸어서 고쿠라 성, 리버워크 기타규슈, 탄가시장, 아루아루 시티 등 고쿠라 시내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고쿠라 외곽에 있는 곳을 갈 때는 렌터카를 타고 움직였습니다.


고쿠라의 느낌


고쿠라를 머물며 느낀 이 도시의 느낌은 과거와 현재가 오묘하게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고쿠라 성, 고쿠라 성 정원, 탄가시장과 같은 장소는 옛 과거를 나타내고 있으며, 리버워크 기타규슈, 고쿠라 역, 고쿠라 역 앞 아케이드 상가 등은 현재를 나타내고 있는 듯 합니다. 또한 고쿠라 시내 중심에는 무라사키 강이 흐르고 있어 여유로운 분위기와 전원도시 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시간 여행을 하듯 과거, 현재, 과거, 현재를 오가는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고쿠라의 대표 관광지


1) 고쿠라 성 小倉城


고쿠라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고쿠라 성은 고쿠라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5층 높이로 올라간 천수각과 성벽을 두르고 있는 해자까지 비교적 온전하게 성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고쿠라 여행이라고 하면 고쿠라 성을 중심으로 고쿠라 성 정원, 리버워크 기타규슈, 탄가시장을 돌아보는 여행이기 때문에 고쿠라 여행의 시작점을 고쿠라 성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쿠라 성의 역사에 대해 짧게 이야기 하자면, 고쿠라 성의 역사는 1569년 주고쿠 지방의 패권을 잡은 모리 가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1587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규슈 지역을 정복하고, 그의 가신인 모리 가츠노부(毛利勝信)가 고쿠라를 다스리게 되됩니다. 그런데 1600년 토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의 패권을 차지하면서 그의 측근인 호소카와 타다오키(細川忠興)가 고쿠라를 다스리게 됩니다. 그리고 호소카와 타다오키가 1602년 고쿠라 성에 입성해 약 7여 년간 고쿠라 성을 개축했습니다. 그러다 1632년에는 고쿠라 성의 2대 영주인 호소카와 타다토시(細川忠利) 고쿠라보다 더 큰 구마모토 성 초대 영주로 옮겨가면서 오가사와라 가문의 오가사와라 타다자네(小笠原忠真)가 고쿠라를 다스리게 됩니다. 

짧게 해야지 했는데, 말이 길어졌네요. 쉽게 말해 고쿠라 성의 역사는 패권을 잡은 세력에 따라 고쿠라 성의 주인이 계속 바뀌다 마지막에는 오가사와라 가문이 고쿠라를 통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잘 생겼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고쿠라 성

고쿠라 성 내부인 천수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권(성인 350엔 / 아동 100엔)을 사야합니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볼만 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왕이면 들어가보면 좋지 않겠나' 정도의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단한 볼거리는 없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한번 들어가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수각 내부에는 과거 영주가 사용했던 가마, 출진 준비를 위해 회의하는 무사들의 모습 등 당시 생활상과 영주의 삶을 알 수 있는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볼거리는 고쿠라 시내 전망으로 천수각 5층 꼭대기에 올라가면 볼 수 있습니다.

무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 마네킹입니다.
고쿠라 성에 걸려 있는 호랑이 그림 두 점. 이 그림 때문에 고쿠라의 마스코트는 토라차(とらちゃ)라는 호랑이입니다.

고쿠라 성 위치 - https://goo.gl/maps/FZMEYEeCwnn


2) 고쿠라 성 정원, 小倉城庭園


고쿠라 성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었던 곳입니다. 고쿠라 성에서 내려와 해자를 따라 걷다보면 고쿠라 성 정원으로 들아갈 수 있는 문이 보입니다. 이 정원은 오가사와라 가문이 1632년부터 234년 동안 고쿠라 성을 다스리면서 지은 별장이었는데, 정원으로 탈바꿈시켜 일반인에게 개방했습니다.

정원 중앙에는 연못이 있고, 연못을 내려다보는 건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경우 안압지의 축소판 같다고 할까요? 고요하면서 여유로운 분위기가 한껏 느껴집니다. 고쿠라 성 정원은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정원 입장료 300엔 외에 500엔을 더 내면 일본의 다도 예법인 오테마에(おてまえ)를 배울 수 있습니다. 평일에는 간소하게 진행하며 주말에는 전통 방식대로 진행됩니다. 

툇마루에서 내려다보는 연못의 모습

고쿠라 성 정원 위치: https://goo.gl/maps/2cZCQkaEa1x


3. 탄가 시장, 旦過市場


재래시장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일본에서 몇 남지 않은 재래시장 중 하나라 반가운 마음에 고쿠라를 간다면 꼭 이곳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고쿠라 역 앞 천장이 덮여져 있는 아케이드 거리를 지나면 탄가시장(旦過市場)이라고 적힌 간판이 보입니다. 

시장의 길이는 180m 정도로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사람 3~4명 정도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120여개의 점포가 촘촘히 붙어 있습니다. 방문한 때가 여름이 시작되는 5월쯤이라 시장 내부는 후끈후끈한 열기가 올라왔습니다. 

탄가시장의 역사는 다이쇼 시대 (1912~1926)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쿠라를 가로지르는 무라사키 강에 배를 띄어놓고 물건을 팔고 장사를 했던 것에서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잠시 시장이 없어졌다가 전쟁 후 다시 암거래 시장으로 부활했습니다. 

이 탄가시장은 관광객들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시장인 만큼 반찬, 채소, 생선, 육류를 파는 가게들이 많았습니다. 장을 보러 온 아주머니들이 많아 보였고, 분주히 물건을 나르는 상인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탄가시장이라고 적힌 간판
좁은 시장 골목을 따라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반찬과 야채를 파는 점포

탄가 시장 중앙에는 다이가쿠도(大學堂, 대학당)이라는 낡은 점포 하나가 있습니다. '탄가시장의 사랑방'으로 통하는 공간으로 탄가 시장의 명물 ‘다이가쿠동(大學丼)’을 먹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다이가쿠동은 다이가쿠도에서 판매하는 맨밥을 사서 이 밥 그릇을 들고 시장 바닥을 돌아다니며 반찬을 담아오는 덮밥입니다. 

우리나라 통인시장 엽전 도시락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장 상인들도 다이가쿠동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반찬을 고른 다음 밥그릇을 내밀면 자연스레 반찬을 밥 위에 올려줍니다. 

‘탄가시장의 사랑방’으로 통하는 다이가쿠도
1960~70년대 옛 가정집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탄가시장 위치: https://goo.gl/maps/qR2Yzm9jjM12


4. 기타규슈 시립 이노치노타비 박물관, 北九州市立いのちのたび博物館


고쿠라 역이 있는 시내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기타규슈 시립 이노치노타비 박물관이 있습니다. 스페이스 월드가 바로 앞에 있고, 스페이스 월드 역에 내리면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 자연사 박물관은 역사, 고고학, 자연사를 하나로 합친 종합 박물관으로 2002년 문을 열었습니다.

박물관의 콘셉트가 '생명의 여행'이라고 정할 만큼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해간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적극 추천할 수 있는 곳으로 거대한 공룡 화석을 볼 수 있어 시각적으로 압도됩니다. 사악한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코뿔소를 닮은 트리케라톱스, 총 길이 35m에 이르는 가장 큰 공룡 세이스모사우루스, 하늘을 나르는 익룡까지 실제 크기의 공룡화석이 박물관 중앙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다 돌아보는데 족히 2시간은 걸립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 이곳을 찾아 시간을 보내기 좋고,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와 함께라면 하루종일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박물관 중앙에 있는 거대한 화석
각 시대별 살았던 동물들의 화석이 전시되어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거의 모든 역사를 보여준다.

박물관 위치: https://goo.gl/maps/718msStYTtA2


5. 사라쿠라야마 전망대, 皿倉山展望台


고쿠라의 대표 관광지 마지막입니다. 각 장소를 간략히 소개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고쿠라에서 먹은 음식까지 소개하면 상당히 긴 글이 되겠네요. 


기타규슈 지역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사라쿠라야마 위에 전망대가 하나 있습니다. 케이블카와 슬로프카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전망대로 '100억불짜리 야경'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전망대입니다. 홍콩의 100만불짜리 야경보다 더 비싼 야경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일본 특유의 과장된 수사입니다. 

사라쿠라야마 전망대의 높이는 622m로 기타규슈 지역을 충분히 내려다볼 만한 높이입니다. 고쿠라 시내에서 전망대로 갈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은 렌터카입니다. 저도 렌터카를 타고 갔습니다. 버스도 있긴한데, 어디서 어떤 버스를 타야하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산로쿠 역(山麓駅)에서 산조 역(山上駅)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산조 역에 도착하면 슬로프카로 갈아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케이블카와 슬로프카 왕복 티켓은 총 1,200엔으로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사라쿠라야마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토, 일, 공휴일에 찾아야 합니다. 주말과 공휴일에만 야간 운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평일 낮에 올라가 전망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평일에도 사라쿠라야마 전망대를 찾는 여행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산로쿠 역에서 산조 역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는 가파른 산을 올라가는 케이블카로 총 길이는 1,100m입니다. 이 길이는 규슈 지역에서 가장 긴 길이로 6분이면 도착합니다. 

가파른 산을 따라 올라가는 케이블 카
슬로프카를 타고 올라가 바라보는 전망

단칸짜리 작은 슬로프카를 타고 3분 만에 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산 정상 전망대에 올라서면 기타규슈의 도심과 항구, 공업단지가 파노라마 뷰로 쭉 펼쳐집니다. 이날은 날씨가 살짝 흐리고 안개가 껴 있어 건물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정도의 날씨라 기타규슈의 대략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라쿠라야마 전망대 위치: https://goo.gl/maps/gNavEr946X92


고쿠라에서 먹은 음식


1. OCM 샌드위치


고쿠라 시내에서 37년 간 영업을 해온 OCM은 '고쿠라 맛집'이라고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뜨는 곳입니다. 고쿠라의 소울 푸드라고 불리며 고쿠라에서 이 샌드위치를 안먹고 왔다면 다시 가야한다고 할 만큼 유명합니다. 워낙 유명해 개점과 동시에 손님들이 몰려듭니다.

OCM을 방문하기 전에 샌드위치 주문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OCM에는 18종류의 재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입구와 출구가 다른데, 입구로 들어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테이블에서 먹고 출구로 나가면 됩니다. 18종류의 재료 중 원하는 두 재료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 샌드위치 가격은 선택한 두 가지 재료 중 더 높은 가격의 재료 가격인 최종 샌드위치 가격이 됩니다.

가장 인기 있는 조합은 치킨&오리지널(チキン&オリジナル, 500엔)입니다. 인기 조합을 써놓았기 때문에 어떤 걸 고를까 고민이 된다면 인기 조합을 선택하면 됩니다. 샌드위치에 들어갈 두 가지 재료를 선택했다면, 다음으로 샌드위치 빵을 토스트할 건지 선택해야 합니다. 사이드 메뉴로 샐러드가 있고, 음료는 콜라, 메론소다 등이 있습니다. 

샌드위치의 크기는 볼륨감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큽니다. 안에 들어간 재료로 충실해 한끼 식사로 손색없습니다. 워낙 인기 있는 가게이기 때문에 점심시간은 피하는 게 좋고 문을 여는 10시 또는 한가한 오후 시간대 찾는 게 좋습니다. 

너무 늦게 방문해 인기 조합은 다 나가고 남아 있는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

OCM 위치: https://goo.gl/maps/p3Q1eLNzzA42


2.  스케상 우동


고쿠라 역 앞 번화가에 위치한 우동집입니다. 기타규슈에서 태어난 우동집으로 기타규슈를 비롯해 후쿠오카에 40여개의 점포가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스케상 우동 우오마치점으로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입니다. 우동을 좋아하는 후쿠오카 사람들답게 우동집 안에는 밤낮으로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후쿠오카 사람들은 우동 토핑으로 우엉튀김인 고보텐을 올려 먹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우엉튀김과 함께 불고기를 넣어 먹는데, 이 우동을 일본어로 니쿠&고보텐 우동(肉&ゴボ天うど, 700엔)이라고 부릅니다. 스케상 우동의 대표 메뉴도 니쿠&고보텐 우동으로 다들 이 우동을 많이 먹습니다.


스케상 우동의 가장 큰 특징은 고등어, 가다랑어포, 다시다, 표고버섯 등을 넣어 끓인 황금빛 육수와 자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쫄깃하면서 탄탄함을 유지하고 있는 면발에 있습니다. 국물과 면에 충실하니 그 위에 뭘 올려 먹어도 평균 이상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튀김과 불고기가 올라가 있어 우동을 다 먹을 때 쯤에는 약간 느끼함이 올라오긴 하지만,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우동입니다.


스케상 우동에서는 아침 메뉴도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아침 5시부터 오전 10시까지 500엔 내외 정도되는 아침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데, 밥, 국, 생선구이, 김, 계란으로 이루어진 간소한 일본식 밥상입니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나 겨울철에 뜨끈한 국물 생각난다면 스케상 우동 한그릇이면 됩니다.

스케상 우동 위치: https://goo.gl/maps/A6rHaQ54K522


3. 이나카안 고쿠라 본점


고쿠라 시내의 유명 장어구이집니다. 3대째 가게를 이어오고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찾아갔습니다. 술집과 식당이 모여 있는 고쿠라 번화가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이나카안은 주변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평온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식당입니다. 마치 일본 요정에 온 듯 정숙한 분위기가 첫 인상으로 다가옵니다.

약 90년 동안 장어구이를 만들어 왔다니 그 맛은 짐작이 갑니다. 이나카안에서는 자연산 장어로 만든 장어구이도 판매하는데, 그 가격이 무섭습니다. 가장 저렴한 게 5,500엔이고 비싼 건 7,500엔에 이릅니다. 가격 때문에 자연산이 아닌 양식으로 주문했습니다.

장어를 어떤 식으로 구워 내느냐에 따라 장어 요리 종류가 나뉘는데,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고 구워내는 시라야키(白焼), 특제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굽는 카바야키(蒲焼), 찜통에 찌는 세이로무시(せいろ蒸し)가 있습니다. 가장 즐겨 먹는 방식은 특제 소스를 바른 카바야키이고, 찜통에서 쩌내는 세이로무시도 인기 있습니다.

어떤 식의 장어 요리를 먹을지 선택했다면 다음으로 장어의 양을 선택하면 됩니다. 밥 위에 올라가는 장어의 갯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저는 찜통에 찌는 세이로무시(せいろ蒸し)를 주문했고, 양은 보통 사이즈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2,500엔 정도 했습니다. 비싼 편이지만 맛은 훌륭했습니다. 장어에 발라져 있는 소스도 자극적이지 않고 달짝지근하면서 맛있었습니다. 

저는 찜통에 찌는 세이로무시(せいろ蒸し)를 먹었습니다.

이나카안 위치: https://goo.gl/maps/i4eKVxNocn92


4. 멘야 마루이치


진하게 우린 돼지뼈에 후쿠오카산 밀로 만든 쫄깃한 면을 넣어 만든 돈코츠 라멘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고쿠라 역 앞에 있는 라멘집들 중 유명한 곳을 찾다 멘야 마루이치를 찾았습니다. 멘야 마루이치가 위치한 곳은 고쿠라 역 앞 번화가 내에서도 좁은 골목길로 들어간 곳에 있기 때문에 찾는데 조금 애를 먹을 수 있습니다. 구글 지도를 잘 보다가 ‘鳥町食堂街(토리마치쇼쿠도가이)’라는 간판이 붙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직원 2~3명이 운영하는 작은 라멘집으로 테이블도 몇 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맛 때문에 주변 주민들이나 직장인들도 많이 찾고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가게 앞에는 한국어 메뉴판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멘야 마루이치에서는 돈코츠 라멘의 단점인 돼지 누린내를 잡기 위해 압력밥솥에서 육수를 우린다고 합니다. 압력밥솥에 육수를 우리면 공기 중에 있는 미생물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멘은 목이버섯과 차슈, 파, 숙주, 김이 올라간 특제 마루이치 라멘(特製まるいちラーメン, 850엔)입니다. 살짝 구운 차슈와 계란이 토핑으로 올라가고 숙주가 생각보다 많아 시원합니다. 마루이치 라멘 외에 과거의 맛을 기억해 만든 레트로 라멘(レトロラーメン, 750엔), 차슈가 듬뿍 올라간 차슈멘(チャーシュー麺, 800엔)도 인기 라멘 중 하나입니다.

마루이치 라멘

멘야 마루이치 위치: https://goo.gl/maps/8MWPSezX9Ls


5. 쿄스시


흔히 회전초밥이라고 하면 질 낮고 값싼 초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고쿠라에 있는 쿄스시는 이런 회전초밥에 대한 편견을 벗어버릴 수 있는 초밥집입니다. 기타규슈 전역에 6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 전역에서 가장 맛있는 회전초밥집으로 평가받습니다.

고쿠라 역 앞에 본점이 있지만, 렌터카를 타고 고쿠라 외곽에 있는 쿄스시 오하타점을 방문했습니다. 쿄스시 체인점 중에서 가장 넓은 크기를 가진 곳으로 20:30분쯤 갔는데도 대기 손님이 있었습니다. 쿄스시에서 사용하는 생선은 당일 아침 기타규슈 종합도매시장(北九州中央卸売市場)에서 공수해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초밥에 들어간 생선이 모두 질이 좋습니다. 

주문은 테이블에 있는 테블릿 PC로 하면됩니다. 한국어는 없고 영어로 되어 있어 영어와 초밥 사진을 보고 주문하면 됩니다. 컨테이너 벨트 위에 돌아가고 있는 초밥을 가져다 먹어도 되지만, 신선한 초밥을 먹고 싶다면 주문해서 먹는 게 좋습니다.  1인 예산은 2,000~3,000엔 정도로 이 금액이면 배 부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접시 색깔에 따라 가격이 나뉜다. 마지막에 계산할 때는 체크 라고만 말하면 된다.

쿄스시 오하타점 위치: https://goo.gl/maps/cxiNEwrf3vs


6. 라멘 무호마츠


일본 맛집 사이트 타베로그에서 기타규슈 지역 라멘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곳입니다. 과연 어떤 라멘을 선보일까 20시쯤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분명 영업시간은 21시까지인데, 20시도 되기 전에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가게 문앞에 붙어 있는 글을 보니 오늘 모든 라멘이 다 판매되어 영업을 종료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문을 여는 11시에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10시 50분쯤 도착하니 벌써 대기 줄이 서 있습니다. 약 10명 정도 대기하는 손님들이 있고, 줄을 선 다음에도 손님들이 또 몰려왔습니다. 결국 오픈과 동시에 가게 모든 테이블이 꽉 찼고, 주문 후 라멘을 받기까지 20분이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라멘 무호마츠에서는 당일 100그릇 한정 메뉴를 판매합니다. 가게 이름을 딴 무호마츠 라멘(無法松ラーメン,

790엔)이 가장 인기 있으며, 차슈가 듬뿍 올라간 차슈멘(チャーシューメン, 840엔)도 100그릇 한정으로 팔립니다. 무호마츠 라멘의 가장 큰 특징은 길게 채 선 파가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파의 시원한 맛이 돈코츠 라멘 특유의 텁텁한 맛을 잡아줍니다.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일본식 갓김치도 함께 먹으면 맛있습니다. 


고쿠라 시내에서 살짝 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국인 손님은 거의 없고 대부분 주변에 사는 주민 또는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습니다. 

라멘 무호마츠 위치: https://goo.gl/maps/N4okefKFMhq


7. 미카즈키야


붉은 철근으로 지어진 와카토 대교가 바라보이는 선착장 부근에 13가지 종류의 크루아상을 파는 미카즈키야가 있습니다. 미카즈키야 와카마쓰점은 기타규슈 지역에 있는 체인점으로 본점은 후쿠오카 하카타 역에 있습니다. 도쿄에도 분점을 낼 만큼 맛을 인정 받고 있고, 크루아상만을 전문으로 만들어 판매합니다.

미카즈키야 와카마쓰점은 1905년에 지어진 석탄 회사 건물 세키탄카이칸(石炭会館) 1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래된 복고풍 건물 1층 한 켠에 위치해 있고, 빵집 안으로 들어서면 새하얀 종이에 담겨진 크루아상이 보입니다. 크루아상의 종류는 약 13가지로 오리지널 크루아상부터 메이플 시럽, 초콜릿, 치즈, 팥, 계피, 쑥, 녹차, 참깨, 콩가루, 사과, 코코아, 고구마가 들어간 다양한 크루아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크루아상은 오리지널과 초콜릿 크루아상입니다. 원하는 크루아상을 구매한 다음에는 와카토 대교가 바라보이는 선착장 벤치에 앉아 크루아상을 맛보면 됩니다. 역시 명성만큼이나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운 크루아상입니다. 크루아상 유통기한은 3일로 선물용으로 사갈 경우에는 출국 당일 또는 전날 사는 게 좋습니다.

미카즈키양 와카마쓰점 위치: https://goo.gl/maps/ojQ8UeBtCor



고쿠라 여행기는 <드라이브 북규슈>로 정리되어 출판되었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719529

매거진의 이전글 원조 돈코츠 라멘의 맛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