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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Aug 30. 2018

원조 돈코츠 라멘의 맛을 찾아서

돈코츠 라멘의 원조, 구루메 라멘!


돈코츠 라멘의 발상지, 구루메


흔히 일본의 3대 라멘이라고 하면 돼지 뼈로 육수를 만든 돈코츠 라멘, 간장으로 맛을 낸 소유 라멘, 된장을 넣은 미소 라멘을 꼽는다. 그리고 이 중에서 돈코츠 라멘은 남자 라멘이라고 불리며 진하고 강한 맛을 낸다. 돼지 특유의 꼬릿꼬릿한 냄세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진한 돼지 뼈 국물에 반해 돈코츠 라멘만 즐겨 먹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호불호가 갈리는 라멘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순대 국밥, 뼈 해장국, 사골 곰탕과 같은 음식이 있어 돈코츠 라멘을 거부감 없이 많이 먹는다.


돈코츠 라멘의 발상지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후쿠오카 하카타'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돈코츠 라멘의 발상지는 후쿠오카현 남쪽에 위치한 구루메 라는 작은 도시다. 구루메 지역에서 만든 라멘이라 '구루메 라멘'이라고 부르는데, 돈코츠 라멘의 원조라고 알려져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처음 돼지뼈를 우린 국물에 면을 넣어 판매한 곳은 난킨센료(南京千両)라는 포장마차다. 1937년에 이 포장마차에서 돼지 뼈로 우린 돈코츠 라멘을 선보였고, 이후 후쿠오카 시내 포장마차에도 전파되어 지금의 돈코츠 라멘으로 발전했다는 게 정설이다. 


돈코츠 라멘의 발상지 구루메 시에는 돈코츠 라멘집만 100여 곳에 달할 정도로 라멘 사랑이 대단한 도시다. 거의 한 집 건너 한 집이 라멘집일 정도로 라멘집이 많다. 이 라멘집들 중 몇몇은 일본 전역에서 맛있는 라멘집 10위 안에 손꼽히는 가게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구루메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고 맛있는 라멘집 두 곳만 꼽으라고 한다면 다이호 라멘세이요우켄을 빼놓을 수 없다. 구루메 라멘의 가장 큰 특징은 돼지비계를 튀겨 토핑으로 올려주는데, 진한 돼지 고기 맛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한다.


돈코츠 라멘을 대표하는 잇푸도 라멘. 



다이호 라멘, 大砲ラーメン


다이호 라멘은 구루메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라멘집으로 구루메 라멘을 완성시킨 가게로 평가 받는다. 구루메 지역을 비롯해 규슈에만 총 12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그중에서 구루메본점이야 말로 다이호 라멘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 새해 연휴를 제외하고 매일 영업 중이다. 문을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으며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을 만큼 인기가 높다.


다이호 라멘의 메뉴는 단순하다. 일반 라멘(600엔)과 옛날 라멘(昔ラーメン 무카시 라멘, 650엔) 그리고 차슈멘 (チャーシューメン, 750엔)과 옛날 차슈멘 (昔チャーシューメン, 800엔)으로 나뉜다. 옛날 라멘의 경우 돼지비계를 튀긴 토핑이 추가된다. 돼지고기의 향을 더 깊이 즐기고 싶다면 옛날 라멘을 주문하면 된다.


주방이 모두 오픈되어 있어 면을 삼고 국물을 붓고 토핑을 올리는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모두들 분주히 움직이며 자신이 맡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5분이 채 되지 않아 주문한 라멘이 테이블에 놓인다. 뽀얀 거품과 샛노란 국물 그리고 둥둥 떠있는 차슈까지 먹기 전부터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다이호 라멘 본점. 구루메 시내에 있다.
돈코츠 라멘의 원조라 불리는 구루메 라멘, 진한 맛이 인상적이다.


진한 국물을 먼저 한 스푼 마시고 면을 잡아 입으로 빨아 당긴다. 생각보다 면은 가늘다. 그리고 국물은 확실히 진하다. 입이 텁텁해질 정도다. 이때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차가운 녹차를 마시자. 텁텁했던 입안이 개운해진다. 다이호 라멘을 맛보고 나면 지금까지 먹었던 돈코츠 라멘은 그저 흉내만 낸 라멘처럼 느껴진다. 일본 돈코츠 라멘의 최정점에 서 있는 진짜 돈코츠 라멘의 맛을 느끼게 한다. 특히 구루메 라멘의 특징인 돼지비계를 튀긴 토핑을 씹을 때마다 진한 돼지고기 향이 입안을 맴돈다. 


다이호 라멘은 확실히 일본 라멘의 기준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가게로 돈코츠 라멘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분명 100% 만족할 곳이다. 본점은 구루메 시내에 있고, 분점은 총 11곳으로 후쿠오카 시내, 오이타 현에 흩어져 있다. 원조 돈코츠 라멘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다이호 라멘으로 향하자. 


구글지도 - https://goo.gl/maps/dHoP7N2VKcE2

다이호 라멘 홈페이지 - http://www.taiho.net/



세이요우켄, 清陽軒


다이호 라멘과 더불어 구루메 라멘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세이요우켄. 1951년 포장마차로 시작해 2001년 폐점했다가 2009년 부활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라멘집이다. 세이요우켄은 창업자인 카츠키 히로시 (香月浩)씨가 고령의 나이로 인해 1994년 은퇴하면서 가게 운영이 쉽지 않게 되자 결국 2001년 폐점하게 된다. 그런데 2009년 카츠키 히로시씨가 돌아가시면서 세이요우켄을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어나, 세이요우켄 부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2009년 다시 부활해 현재는 본점 외에 세 개의 체인점을 더 운영하고 있다.


'부활한 포장마차 라멘'이란 이름에 맞춰 라멘집 외관도 독특하다. 번듯한 콘크리트 건물로 된 라멘집 입구가 포장마차로 되어 있다. 이 포장마차 입구는 과거 세이요우켄이 처음 문을 열었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대부분의 유명 돈코츠 라멘집들은 포장마차로 시작해 인기를 얻어, 건물 내에 자리 잡고, 체인점을 내는 방식으로 확장한다. 세이요우켄도 처음에는 작은 포장마차로 시작해 지금의 명성을 쌓았다. 또한 부활 프로젝트로 되살아난 이력이 있는 만큼 과거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포장마차로 입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낡은 포장마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창업주의 사진과 함께 과거 포장마차 점포가 재연되어 있다. 기껏해야 4~5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전부였던 과거 모습이 그대로 펼쳐져 있어 묘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집 라멘 맛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올라간다. 


번듯한 콘크리트 건물 앞에 포장마차 입구가 있다.
과거 세이요우켄의 초창기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한글로 된 메뉴판이 있다.
진한 돼지벼 국물로 만든 세이요우켄의 라멘.


세이요우켄에는 한국어 메뉴판도 있어 주문이 어렵지 않다. 대표 메뉴는 두 가지로 야타이 시코미 라멘(屋台仕込みラーメン, 580엔)과 슷핀 라멘(すっぴんラーメン, 580엔)이다. 야타이 시코미 라멘은 세이요우켄이 포장마차로 시작할 때부터 이어온 전통의 맛으로 포장마차 라멘으로 통한다. 슷핀 라멘은 돼지기름을 사용하지 않은 라멘이다. 담백한 맛이 뛰어나다. 


둘 중 더 인기가 많은 라멘은 전통의 맛을 가진 야타이 시코미 라멘. 돼지머리를 3일 동안 우려낸 국물에 차슈와 파, 김, 죽순, 돼지비계 튀김이 토핑으로 올라간다. 진한 국물 맛과 과자처럼 톡톡 튀는 돼지비계 튀김의 향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입안이 살짝 텁텁해지는 느낌도 있지만, 돼지 비릿내가 심하지는 않다. 


만약 라멘만으로 허전하다면 밥, 교자, 볶음밥도 함께 주문해보자. 특히 라멘 소스를 넣은 볶음밥 세트가 가장 인기 있다. 테이블 위에는 라멘에 넣어 먹는 세 가지 특제 양념도 준비되어 있다. 일본식 갓김치라 할 수 있는 카라시타카나(からし高菜)와 마늘과 간장을 넣어 만든 양념, 고춧가루 양념이 있다.


오래된 포장마차를 모티브로 인테리어한 라멘집 내부 모습

구글지도 - https://goo.gl/maps/Zohye1Ae1mQ2

세이요우켄 홈페이지 - http://seiyo-ken.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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