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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Aug 30. 2018

아소 향토요리 열전

아소에서 맛본 아소 지역만의 음식


아소 향토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 7곳


아소 지역은 과거 거대한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쌓이면서 비옥한 토양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칼데라 분지 전체가 거대한 논과 밭이 되었는데, 화산재로 만들어진 비옥한 토양 덕분에 농산물이 풍부하다. 특히 감자, 토란, 당근과 같은 뿌리 채소가 잘 자라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농산물 외에도 평평한 고원 지대가 많아 목축업도 발달했다. 아소 고원에서 키운 소를 아카규(あか牛)라고 부르는데, 고기의 색깔이 붉고 식감이 부드러워 좋은 소고기로 취급받는다. 


이처럼 농산물과 소고기가 풍부한 아소 지역에는 아소 지역만의 특별한 향토요리가 있다. 아카규로 만든 아카규동부터 아카규 규카츠 덮밥 그리고 토종닭을 구워먹는 숯불구이, 된장을 발라 숯불에 구워먹는 덴가쿠 요리, 지하에서 샘솟는 깨끗한 물로 만든 소바, 황금 우유로 불리는 건지종 젖소 우유로 만든 유제품까지 다양한 향토요리가 있다. 그리고 아소산 드라이브를 즐기며 이 향토요리를 만드는 식당들을 찾아가는 게 아소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깊은 산골자기, 숲 속에 주로 위치해 있기 때문에 렌터카를 타고 찾아가야 한다. 


된장을 발라 숯불에 구워먹는 덴가쿠 요리.



농가 레스토랑 베벤코 農家レストラン べべんこ


아소 지역에서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농장에서 키운 신선한 재료로 안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식당을 시작했다. 아소 드라이브 여행의 꽃인 야마나미 하이웨이 구간 중간에 위치해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좋다.


베벤코(べべんこ)라는 말은 오이타 사투리로 ‘송아지’를 의미한다. 이 이름에 걸맞게 레스톨랑 옆 잔디밭에는 나무로 만든 검은 송아지 상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이 송아지 상 앞으로 광활한 아소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즐기며 탁 트인 아소의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정감 있는 시골 식당 분위기를 풍기는 베벤코에서는 오이타 현에서 자라는 흑소인 분고규(豊後牛)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인다. 고기 뿐만 아니라 음식에 들어가는 채소도 모두 아소 지역 농가에서 공급받는다고 한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분고규 아키니쿠 규동(豊後牛焼肉丼, 1,680엔)으로 천연수로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 위에 석쇠로 구운 분고규가 올라가 있다. 달짝지근한 소스를 묻힌 분고규는 생각보다도 부드럽다. 입안에 넣자마자 살살 녹는다. 분고규를 넣어 만든 분고규 고로케 정식(豊後牛コロッケ定食, 1,080엔)도 인기 있고, 향신료 가득한 분고규 카레(豊後牛カレー, 1,080엔)도 많이 찾는다. 


베벤코는 오이타현 사투리로 '송아지'를 의미한다.
광활한 아소의 자연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야외테이블
검은 흑소인 분고규로 만든 베벤코의 요리

구글지도 - https://goo.gl/maps/KA84dJ8vZjx



간지 목장 ガンジー牧場


쿠주 고원(久住高原) 산자락에 위치한 목장이다. 일명 '황금 우유'를 생산하는 건지종 (Guernsey)이라는 희귀 품종의 젖소를 키우고 있는 목장으로 우유, 치즈와 같은 유제품이 유명하다. 건지종은 영국 채널 제도에 위치한 건지(Guernsey) 섬에서 자라나는 젖소를 말하는데, 일본에는 현재 300마리 정도만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건지종 젖소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육하는 홀스타인 젖소보다 우유 생산량은 적지만 유지방 함량이 많고 단백질, 유당, 칼슘과 같은 영양소가 풍부한 고급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유의 색깔이 노란빛을 띠어 ‘황금 우유’또는 ‘귀족 우유’라고 불린다.


현재 간지 목장에서 키우고 있는 건지종 젖소는 약 60마리. 이 60마리 건지종 젖소에서 얻은 우유로 유제품을 만들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유제품은 건지종 젖소의 우유 100%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다. 황금 우유로 만들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색깔이 옅은 노란색을 띈다. 아이스크림 식감은 매우 쫀뜩하며 마치 젤리를 먹는 것 같다. 또한 인위적인 맛 없이 진한 우유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쿠주 고원 산자락에 위치한 간지 목장.
일명 '황금 우유'라고 불리는 건지종 젖소의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

구글지도 - https://goo.gl/maps/xC4xBYfFoK52



카고안, 花郷庵


물 좋고, 공기 좋은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소바집 카고안. 구로카와 온천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미나미오구니초(南小国町)에 소바 가도(そば街道)라고 부르는 도로가 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이 한적한 시골길은 20여개의 소바집이 늘어서 있다. 이 소바 가도는 지역 청년들의 고민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후반 점점 쇠퇴해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방법을 고민하던 때, 청년들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이라는 마을의 특성을 살려 소바 가게를 열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1994년 ‘깨끗한 물로 만든 소바를 자연 속에서 맛보다’라는 콘셉트로 낡고 오래된 전통 가옥을 수리해 소바 가게를 연다. 청정지역에서 나온 물과 일본 국내산 메밀로만 만든 소바는 금세 인기를 끌게 되었고, 15년이 지난 현재는 소바 가도를 따라 스무 곳의 소바 가게들이 생겨났다.


매년 20만 명이 넘게 찾는 이 소바 가게들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은 가장 안쪽에 위치한 카고안. 100년이 넘은 오래된 민가를 개조해 소바 가게로 문을 열었다. 가게 외관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고, 가게 주변에는 울창한 숲이 감싸고 있어 상쾌함이 느껴진다. 카고안의 대표 메뉴는 냉소바와 모둠 튀김이 나오는 정식 메뉴 소바고젠(そば御膳, 1,900엔)이다. 일본산 고급 메밀로만 만들어 맛과 향이 좋다. 함께 나오는 튀김도 지역에서 자란 채소만 사용해 신선한 맛을 낸다. 바삭하고 고소한 건 물론이다. 차가운 소바와 따뜻한 국물이 있는 소바, 그리고 튀김이 세트로 나오는 소바즈쿠시(そばづくし, 1,680엔)도 인기 메뉴다.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소바 가게, 카고안
소바 가도에 있는 20개의 소바집 중에서 가장 인기 있다.
깨끗한 자연을 담은 정식 메뉴, 소바고젠(そば御膳, 1,900엔)

구글지도 - https://goo.gl/maps/hUp1rajfPkx



이마킨 식당, いまきん食堂


아소 지역에서 가장 긴 대기줄이 생기는 식당이다. 아소 시내에 위치해 있고, 아카규(あか牛)가 올라간 스테이크 덮밥을 선보인다. 아소 초원에서 방목해 키운 소를 잡아 만든 소고기를 아카규라고 부르는데, '붉은 소'를 의미한다. 소를 도축했을 때 고기의 색깔이 다른 지역의 고기보다 진한 붉을 색을 띄기 때문에 '붉은 소', 아카규라고 부르게 되었다. 아소 지역 향토요리 중 이 아카규로 만든 요리가 많은 그 중 이마킨 식당에서 시작한 아카규동(あか牛丼)이 가장 유명하다.


이마킨 식당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유명 식당이지만 영업 시간은 상당히 짧다. 하루에 딱 네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한다. 이마킨에서 아카규동을 맛보고 싶다면 11시 이전 10시 30분 정도에 찾아가는 게 좋다. 12시가 넘어가면 최소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할 정도 긴 줄이 늘어서는 식당이다. 당은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층에는 다다미가 넓게 깔려 있다. 우동, 소바, 짬뽕, 닭고기 구이 등과 같은 메뉴도 준비되어 있지만, 이마킨 식당에서는 아카규동(1,480엔)이다.


둥근 사발에 담겨 나오는 아카규동. 둥근 사발 중간에는 수란이 놓여져 있고, 수란 주위를 반짝반짝 윤기가 가는 아카규가 감싸고 있다. 그리고 아카규 아래에는 하얀 밥이 깔려져 있다. 아카규는 반숙된 수란과 와사비를 넣어 아카규와 밥을 함께 비벼 먹으면 된다. 수란의 고소함과 아카규의 담백함, 와사비의 톡 쏘는 매콤함이 어우러져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아소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이마킨 식당.
붉은 소를 의미하는 아카규를 올린 아카규 동을 선보인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eEMJtosvnRQ2



하나비시, はなびし


하나비시는 아소 신사 앞 몬젠 마치 거리에 위치한 식당이다. 아소의 대표 소고기인 아카규를 이용한 규카츠 덮밥을 선보인다. 규카츠는 소고기 돈까스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길죽하게 자른 아카규에 빵가루를 살짝 입혀 뜨거운 기름에 살짝 튀겨내는 음식이다. 기름에 살짝만 튀기기 때문에 겉만 바삭하게 익고, 안은 거의 익지 않은 레어 상태다. 이렇게 튀겨진 아카규를 회를 썰 듯이 얇게 잘라 밥 위에 올리면 규카츠 덮밥이 된다. 


규카츠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회를 먹는 듯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으로 와사비를 푼 간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하나비시에는 규카츠 외에 아카규를 넣은 카레, 함바그와 같은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하나비시가 위치한 몬젠마치는 아소 신사 앞 거리로 약 500m 정도 되는 길을 따라 30여 개의 상점, 과자점, 선물가게, 카페, 식당이 모여 있는 아기자기한 거리다. 하나비시에서 식사를 한 후에느 거리 산책도 함께 즐겨보자.


아카규로 만든 아카규 규카츠동. 겉만 살짝 튀긴 소고기 돈까스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fs7dxVKbpTM2



라쿠다야마 지도리점, らくだ山地鶏の店


아소 산 동쪽 능선에 위치한 토종닭 숯불 구이집이다. 마치 우리나라 춘천 닭갈비와 비슷한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으로 아소 지역의 토종닭인 지도리(地鶏) 숯불 구이를 선보인다. 1978년 술과 닭고기를 좋아한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된 가게로 숲 속 산장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 목재를 가공하던 옛 제재소(製材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토종닭 구이점으로 문을 열었다. 그래서인지 나무향이 진하게 코끝을 찌르고, 투박하게 깔린 마룻바닥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가게 내에는 숯불이 군데군데 피워져 있고, 그 숯불에 둘러앉아 토종닭을 구워 먹는다.


라쿠다야마의 토종닭 숯불구이는 산간 지역에 살던 아소 주민들이 옛날부터 즐겨 먹었던 향토 요리로 뜨거운 숯불 위에 그릴을 올리고 그 위에 양념된 토종닭을 구워먹는다. 토종닭이기 때문에 일반 닭에 비해 더 쫄깃하고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메뉴는 토종닭 숯불구이 정식 (地鶏炭火焼定食, 1,780엔) 또는 토종닭 숯불구이 단품(地鶏炭火焼, 1,350엔)으로 나뉜다. 정식 메뉴를 주문하면 양념된 토종닭 외에 채소, 밥과 날계란, 된장국, 반찬이 함께 제공된다.


숯불이 피워져 있는 화로에 오순도순 모여 토종닭은 구워먹고 있으면 왠지 옛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시골의 정취가 느껴지고, 쌀쌀한 봄과 가을에 먹기 좋은 요리다. 


마루가 깔려진 화로 주변에 오순도순 모여 토종닭 숯불 구이를 먹는다.
양념된 토종닭, 쫄깃하고 오독 오독 씹히는 식감이 좋다.
숯불 위에 올려 구워먹는 토종닭
정식 메뉴는 주문하면 밥과 국을 준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Sr4StaDmV672



타카모리덴가쿠 보존회, 高森田楽保存会


타카모리덴가쿠 보존회는 1960년 덴가쿠 (田楽)요리를 보존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덴가쿠는 두부에 된장을 발라 숯불에 구워 먹는 요리로 무로마치 시대(1338- 1573년)부터 내려온 일본 전통 요리 중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생활이 변하면서 덴가쿠 요리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지역 향토 요리인 덴가쿠를 보존하기 위해 1955년 보존회가 결성되었고, 1960년 가게를 세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30년이 넘은 오래된 가옥에 자리 잡고 있는 타카모리덴가쿠 보존회는 이제껏 먹어보지 못한 신기한 아소 지역만의 향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산적이 된 듯 화롯가에 둘러 앉아 꼬챙이에 꽂은 두부, 산천어, 곤약을 구워 먹는 재미는 특별하게 기억된다. 메뉴는 단 하나. 산천어(山女魚, 야마메), 곤약, 두부, 옥수수 밥, 수제비의 일종인 단고지루 등이 세트로 제공되는 타카모리덴가쿠 코스(高森田楽コース, 1,890엔) 뿐이다. 


주문 후 뜨겁게 달궈진 숯이 화로 중심에 쌓이고, 3년 이상 숙성시킨 비법 된장을 바른 두부 꼬치가 먼저 꽂힌다. 그 다음 산천어, 곤약 꼬치가 하나둘씩 자리를 잡는다. 산천어는 익는 데 오래 걸리는데, 요령껏 요리 조리 돌려가며 골고루 익혀야 한다. 직원이 계속 오가며 익은 음식은 다 익었다고 말해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꼬치구이 외에도 옥수수를 넣은 밥과 된장에 수제비를 푼 단고지루가 함께 제공된다. 


덴가쿠 요리를 보존하기 위해 시작한 타카모리덴가쿠 보존회.
마치 산적이 된 듯 숯불 주변으로 꼬챙이를 꼽아 음식을 구워 먹는다.
산천어, 곤약, 두부, 옥수수, 밥, 단고지루가 나오는 타카모리덴가쿠 코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BWRWGET5fF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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