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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Aug 31. 2018

복고풍 거리,
모지코 레트로

국제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복고풍 거리


레트로한 감성을 가진 도시, 모지코


기타규슈 북쪽 끝자락에 레트로한 감성을 가진 모지코가 있다. 복고풍을 의미하는 '레트로'는 모지코 여행의 키워드다. 일본 규슈와 혼슈를 가로지르는 간몬해협에 위치한 모지코는 1800~1900년대만 해도 외국 상인들이 자유롭게 오고갔던 국제 무역항이었다. 간몬해협을 지나던 무역선들이 모지코에 들려 물자를 내리고, 물자를 싣고 갔다. 


모지코가 개항한 건 메이지 22년인 1889년이다. 개항 이후 '일본의 서쪽 문'으로 불리며 국제 무역항으로 발전했다. 외국에서 온 무역선과 상인들이 모지코를 가득 채웠고, 이들이 머물기 위해 세워진 서양식 건축물들이 현재도 남아 있다. 1891년에는 모지코 역이 개통하면서 명실상부한 일본 대표 무역항이 되었고, 1894년 청일전쟁과, 1904년 러일전쟁을 거치며 군수 물자를 수송하는 수송항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러다 1942년 간몬해협을 가로지르는 간몬 터널이 개통하면서 배가 아닌 기차로 물자를 수송할 수 있게 되면서 모지코는 쇠락을 길을 걷게 된다. 모지코는 1980년대까지 극심한 침체기를 겪다가 1995년 모지코 관광 활성화를 위해 모지코 레트로 클럽이 결성되면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한다. 


모지코 레트로 클럽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과 상인, 지자체가 합심해 모지코 관광 활성화에 나섰고, 옛 건물을 복원하고, 모지코를 소개하는 신문과 전단지를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1900년대 초반까지 국제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모지코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했고, 이러한 옛 분위기를 '레트로(Retro)'라고 이름 붙여 '모지코 레트로'라는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모지코는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레트로 도시다.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옛 서양식 건축물을 돌아보고 즐기는 게 모지코 여행의 전부.

현재 남아 있는 서양식 건축물로는 구 모지코 세관(旧門司税関)과 구 오사카 상선(旧大阪商船), 구 모지 미쓰이 클럽(旧門司三井倶楽部)이 있다. 규슈철도회사 본관을 개조해 문을 연 규슈 철도 기념관(九州鉄道記念館)에는 1940년대와 50년대, 60년대 철길을 달리던 실제 기차들도 전시되어 있다.


▲ 카이쿄 플라자 맞은 편에 세워진 바나나 맨과 바나나 맨 블랙.


모지코 레트로 중간에 세워져 있는 바나나 맨과 바나나 맨 블랙. 과거 모지코는 바나나를 수입하던 무역항이라 이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모지코의 마스코트와 같은 캐릭터로 실제 사람과 크기가 같고 생김세가 비슷해 진짜 사람인가 착각할 정도다. 


모지코에 바나나가 들어오기 시작한 건 1900년대 초반으로 바나나를 잔뜩 실은 무역선이 대만을 출발해 고베항으로 향했다. 중간 기착지로 모지코에 잠깐 멈췄는데, 이때 완전히 숙성된 바나나를 모지코에서 떨이로 판매했다고 한다. 바나나 한 송이를 통째로 판매하는 걸 타타키우리(バナナの叩き売り)라고 불렀는데, 막대기를 탁자에 내리치면서 노랗게 숙성된 바나나를 거리에서 팔았다.


모지코를 돌아보는 방법은 도보, 자전거, 인력거로 나뉜다. 크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모지코 역에서 모지코 레트로 전망대까지 걸어서 돌아보는 데 약 2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모지코 레트로 전망대 앞에 있는 조인트(Joyint) 자전거 대여소에서 1일 500엔에 자전거를 대여해 모지코를 누벼도 된다. 레트로한 모지코의 분위기를 더욱 느끼고 싶다면 인력거를 타고 모지코를 누벼보자. 인력거 요금은 시간에 따라 다른데, 10분에 4,000엔 정도다.


▲ 둥근 만으로 생긴 모지코 항만의 모습. 옛 서양식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다.
▲ 배가 오갈 때는 블루윙 모지 다리가 위로 열린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45bYZenwfxw



구 모지코 세관, 旧門司税関


모지코 레트로를 상징하는 구 모지코 세관은 모지코에 남아 있는 여러 서양식 건축물 중에서 붉은 벽돌로 지어져 단연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구 모지코 세관은 모지코가 개항하면서 지어진 세관 건물로 외국과의 교역 중 발생하는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지어졌다. 


첫 세관 건물은 1910년 목조로 지어졌지만, 같은 연도에 불이나 모두 타버렸다. 1912년 붉은 벽돌로 쌓은 두 번째 세관 건물이 지어졌지만 이 역시 1945년 대규모 공습으로 건물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이후 모지코 레트로 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1995년 현재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해 다시 문을 열었다.


세관 내부 관람은 무료로 할 수 있으며 1층에는 상설 전시실과 카페 프루츠 팩토리 문이 들어서 있다. 2층은 갤러리와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다. 


▲ 모지코 레트로를 대표하는 구 모지코 세관
▲ 붉은 색 벽돌로 지어져 눈에 잘 띈다.
▲ 모지코 레트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구 모지코 세관

구글지도 - https://goo.gl/maps/RFvZwnWuYcD2



국제우호기념도서관, 国際友好記念図書館


과거 모지코를 오가던 상선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출발했다. 그 중에서도 중국 대련에서 출발한 무역선이 많았는데,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기타규슈 시와 중국 대련 시가 1979년 우호 도시를 체결했고, 체결 15주년을 맞이해 국제우호기념도서관을 짓게 되었다. 


기존 일본 건축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모습 때문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국제우호기념도서관 건물은 러시아가 중국 대련에 지은 철도 회사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따와 지었는데,  이 때문에 러시아, 중국, 일본 건축물이 하나로 짬뽕 된 듯 한 분위기다.


국제우호기념도서관 1층은 중국 음식점이고, 2층과 3층에는 동아시아 관련 문헌이 보관되어 있다. 건물 내부 볼거리보다는 모지코 레트로에 남아 있는 옛 건축물 중 하나로 독특한 외관이 볼거리다.  

   

▲ 기타규슈 시와 대련 시가 우호도시 체결 15주년 기념해 지는 국제우호기념도서관
▲ 2, 3층에는 동아시아 관련 문헌을 보관한 도서관이 있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JC8NHmraakC2



구 오사카 상선, 旧大阪商船


모지코를 오가던 오사카 상선의 사무소 건물로 지어진 구 오사카 상선. 팔각형으로 된 첨탑과 오렌지식 타일이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구 오사카 상선은 1917년에 지어졌으며, 1991년까지 사용되다가 1999년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지금까지 관리받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 한 모지코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는 건축물로 모지코 출신의 만화가 와타세 세이조(わたせせいぞう) 갤러리, 카페 마티에르(カフェマチエール), 모지코 디자인 하우스(門司港デザインハウス)가 건물 내부에 들어서 있다.


▲ 오사카 상선 사무소로 사용되던 구 오사카 상선.

구글지도 - https://goo.gl/maps/UiU6s7muC542



구 모지 미쓰이 클럽, 旧門司三井倶楽部


1922년 아인슈타인 박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한 구 모지 미쓰이 클럽. 이 건축물은 1921년 미쓰이 물산(三井物産)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사교 클럽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북유럽과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프팀버(halftimber)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는데, 하프 팀버 양식은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그 사이를 벽돌과 흙으로 채우는 방식을 말한다.


구 모지 미쓰이 클럽은 현재 근대화산업유산으로 인정받아, 1990년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현재 일반 관람객의 관람을 허용하고 있으며 2층은 유료 공간으로 입장료(성인 100엔 / 아동 50엔)를 내고 올라가야 한다. 1층에는 1900년대 초반 클럽 레스토랑과 이벤트 홀의 모습이 복원되어 있고, 2층에는 아인슈타인 박사가 머물렀던 침실과 욕실이 ‘아인슈타인 메모리얼 룸’이란 이름으로 재현되어 있다. 아인슈타인 메모리얼 룸 옆으로는 〈방랑기〉를 집필한 여류 소설가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의 자료관이 마련되어 있다.


▲ 1922년 아인슈타인 박사가 머물렀던 구 모지 미쓰이 클럽
▲ 당시 아인슈타인 박사와 그의 아내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져 있다.
▲ 아인슈타인 박사가 머물렀던 공간은 '아인슈타인 메모리얼 룸'으로 보존되고 있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6LnFzj6jcAN2



규슈 철도 기념관, 九州鉄道記念館


모지코가 국제무역항에서 쇠퇴한 도시가 된 이유는 1942년 간몬해협을 잇는 간몬터널이 뚫렸기 때문이다. 간몬터널을 통해 기차가 오가면서 더 이상 항구로 물자를 수송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모지코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갔다. 하지만 1942년 간몬터널이 생기기 전까지 규슈 전역에서 물자를 싣을 기차가 모지코 역에 도착하고, 모지코로 들어온 물자가 모지코 역을 기점으로 규슈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 때문에 모지코는 규슈 철도의 중심이 되면서 1891년 규슈 철도 회사 본사가 세워졌다. 이후 모지코가 쇠퇴하면서 규슈 철도 본사 건물만 남게 되었고, 모지코 레트로 관광 활성화 사업 중 하나로 규슈 철도 회사 본사 건물을 리모델링 해 규슈 철도 기념관으로 탈바꿈 시켰다. 2003년 8월 개관한 규슈 철도 기념관은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일본 철길을 달렸던 열차들이 모여 있는 기념관으로 '일본 철도 덕후들의 성지'라고 불린다.


아이들이 미니 기차를 직접 운전해볼 수 있는 미니 철도 공원도 조성되어 있고, 본관 건물에는 철도 관련 전시와 함께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일본 철도의 모든 것을 보고,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모지코를 여행한


▲ 규슈 철도 회사 본사 건물을 리모델링 해 문을 연 규슈 철도 기념관.


모지코 역 옆에 위치한 규슈 철도 기념관 입구에 서면 1922년에 제조된 9600형 증기 기관차 59634가 눈에 들어온다. 검은색 연기를 내뿜으며 규슈 지역을 누비고 다녔을 59634의 옛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의 열차가 얼마나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는지 알 수 있다. 입장권을 구매하고 안으로 들어서면 1940년대, 50년대, 60년대, 70년대를 거치며 변화된 열차들의 모습이 쭉 펼쳐진다. 일부 기차는 안으로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다.


▲ 실제 철로를 달렸던 기차들이 세워져 있다.
▲ 기차 내부 관람도 가능


규슈 철도 회사 본사 건물이었던 본관 건물로 들어서면 1909년 생산된 메이지 시대의 열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무로 된 열차 내부는 100년 전 과거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메이지 열차 옆으로는 시뮬레이션 코너가 준비되어 있다. 200엔을 넣으면 스크린을 통해 기찻길이 보이고, 실제 조작을 통해 기차를 운전해볼 수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이면 이 시뮬레이션 코너에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한다. 


▲ 규슈 철도 회사 본관 건물 내에는 100년 된 나무 열차가 있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pqcckkGT58K2



모지코 레트로 전망대, 門司港レトロ展望室


31층 아파트 꼭대기에 위치한 모지코 레트로 전망대. 모지코 복고풍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는 현대식 아파트가 모지코에 들어서 있다. 레트로 하이마트(レトロハイマート)라고 불리는 이 아파트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쿠로카와 키쇼(黒川紀章) 가 설계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레트로 하이마트는 법정 다툼 끝에 지어진 건축물로 원래는 15층짜리 아파트를 짓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복고풍의 모지코 풍경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축을 불허하면서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되었고, 결론적으로 건물 외관은 복고풍으로 하고, 건물의 면적은 반으로 줄이는 대신 높이를 두 배로 올리는 것으로 최종 합의하였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지어진 레트로 하이마트 꼭대기 31층에 레트로 전망대가 있고, 그 높이는 103m에 달한다. 레트로 전망대 위에 올라서면 모지코 시내를 비롯해 간몬 해협 그리고 간몬 해협 건너편 시모노세키의 전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낮과 밤 모두 여행자들로 붐비며 밤에는 모지코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내에는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에어 카페가 있고, 17배율까지 확대 가능한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다. 레트로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있으며 아파트 거주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도록 하자. 단체 관광객들이 밀려오는 시간에는 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조차 힘들 수 있다. 전망대 입장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다음 지불한다.


▲ 31층 레트로 하이마트 꼭대기에 위치한 레트로 전망대.
▲ 모지코 시내 뿐만 아니라 간몬해협, 시모노세키까지 바라볼 수 있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9UEfsd6J8Vp



간몬 해협 박물관, 関門海峡ミュージアム


일본 혼슈와 규슈 사이 흐르는 해협을 간몬 해협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예로부터 교통의 요충지로 규슈의 관문 또는 혼슈로 가는 길목으로 통했다. 지금도 간몬해협을 통해 수많은 무역선과 선박이 오가고 있다. 모지코 역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간몬 해협 박물관에는 간몬 해협과 얽힌 역사를 설명해주고, 1900년대 초반 다이쇼 시대를 재현한 해협 레트로 거리가 있다. 


간몬 해협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는 여행자라면 그냥 지나쳐도 무방하지만, 1900년대 초반 다이쇼 시대 모지코 거리가 궁금하다면 한번쯤 찾아가볼 만하다. 박물관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 해협 레트로 거리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고, 2층 해협 아트 룸과 3층 해협 역사 회랑은 유료 공간이다.


1층 해협 레트로 거리는 다이쇼 시대 (1912~1926) 국제 무역으로 번성했던 모지코의 거리를 실제 크기로 재현한 공간. 모지코의 상징인 바나나를 수입하고, 지상 전차가 움직이고, 여러 나라의 상인이 흥정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3층 해협 역사 회랑에서는 간몬 해협에서 일어난 전투와 사건을 보여주는데, 대표적으로 헤이안 시대 말기 1185년에 일어난 단노우라 전투(壇ノ浦の戦い), 시모노세키 전쟁으로 불리는 바칸 전쟁 (馬關戰爭, 1863) 등이 재현되어 있다. 


▲ 간몬 해협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는 간몬 해협 박물관
▲ 1900년대 모지코 거리를 재현해놓은 간몬 해협 박물관

구글지도 - https://goo.gl/maps/t46GtEc1z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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