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 Sep 03. 2018

후쿠오카 사람들의 우동 사랑

우엉 튀김을 올라간 후쿠오카 우동


우동의 발상지, 후쿠오카 하카타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음식 하면 대부분 돈코츠 라멘, 모츠나베(곱창전골) 그리고 멘타이코(명란젓)를 떠올린다. 그런데 후쿠오카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의외로 '우동'이다. 후쿠오카의 점심시간이 되면 우동 가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고, 다들 우엉 튀김을 토핑으로 올려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후쿠오카 사람들이 우동 사랑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동'이라는 음식 자체가 후쿠오카 하카타 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후쿠오카 하카타는 '우동 전래의 땅'으로 불리며, 일본에 제분, 제면 기술이 처음 전해진 지역이다. 1241년 불교를 배우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던 세이이치 국사(円爾)가 2년 간 중국에서 머물며 제분, 제면 기술을 가져왔고, 하카타 지역에 조텐지(承天寺)라는 절을 세우고 포교 활동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우동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우동은 일본 최초의 우동인 '하카타 우동'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기리기 위해 조텐지 절 내에는 '우동 소바 발상지'라는 비석도 세워져 있다고 한다.


이후 하카타 지역에 머물던 상인들이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우동을 선호하면서 일본 전역으로 퍼졌고, 에도 시대 후기에는 물레방아를 이용한 효율적인 제분 방법이 개발되고, 간장의 대량 생산까지 이루어지면서 우동은 완전히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후쿠오카 우동'은 쫄깃한 면발을 강조한 '사누키 우동'과 더불어 일본 우동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후쿠오카 우동의 특징은 부드러운 면, 맑은 국물 그리고 우엉 튀김을 꼽는다. 우동 국물을 우릴 때는 멸치, 가다랑어 훈제포, 다시마 등을 넣어 시원한 맛을 끌어올리고, 우동 위에 꼭 우엉 튀김을 토핑으로 올려 먹는다. 고보텐 우동(ごぼう天うどん)이라고 불리는 우엉 튀김 우동이 후쿠오카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우동으로 후쿠오카에는 수많은 고보텐 우동집이 있다.


여러 우동집 중에서 추천하는 우동집은 세 곳.

고보텐 우동을 완성시켰다고 평가받는 다이치노 우동(大地のうどん), 줄지 않는 면발 때문에 마법의 우동으로 불리는 마키노 우동(牧のうどん), 기타규슈의 대표 우동 체인점 스케상 우동(資さんうどん)을 꼽을 수 있다.


▲ 회오리 우엉 튀김이 올라간 다이치노 우동.



다이치노 우동, 大地のうどん


다이치노 우동은 후쿠오카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고보텐 우동(우엉 튀김 우동)을 완성한 가게로 불린다. 회오리처럼 둥글게 튀긴 우엉 튀김이 우동 위에 올라가 비주얼적으로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이치노 우동에 대한 후기는 대부분 하카타 역 앞에 있는 분점 방문 후기다. 다이치노 우동 본점은 후쿠오카 시내를 벗어나 이토시마로 가는 길 중간쯤 위치해 있다. 진짜 원조 회오리 우엉 튀김 맛을 보고 싶다면 본점을 찾아보자.


다이치노 우동을 상징하는 노란색 노렌을 지나 본점 안으로 들어서면 6~7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카운터 석과 네 개의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주방에서는 직원들이 면을 삶고 튀김을 만들고 있다.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먼저 메뉴를 선택하고, 자리에 앉아 종업원게 티켓을 건내면 된다.다이치노 우동의 대표 메뉴는 역시 고보텐 우동(480엔). 우엉 튀김을 회오리 형태로 튀겨 우동 위에 올릴 수도 있고, 우엉을 낱개로 튀겨 접시에 담아주기도 한다.


우엉 튀김만으로 뭔가 허전하다면 소고기가 함께 들어간 니쿠고보텐(肉ごぼう天, 680엔)도 좋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는 야채 튀김이 골고루 올라간 야사이 텐푸라 붓카케 우동(野菜天ぶっかけ, 630엔)이다. 붓카케 우동은 삶은 면에 츠유를 부어 비벼먹는 것이다. 야사이 텐푸라 붓카케 우동 역시 면 위에 야채 튀김을 푸짐하게 쌓아준다.


▲ 후쿠오카 교외에 위치한 다이치노 우동 본점
▲ 회오리 형태로 튀겨진 우엉 튀김을 올린 다이치노 우동


월계관처럼 생긴 커다란 우엉 튀김이 올라간 우동 그릇을 받아보면 상당히 난감해진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망설여진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마다 먹는 방식이 다르다. 튀김을 국물에 적신 후 먹기도하고, 바삭한 우엉 튀김부터 먹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적으로 반은 국물에 적시고 반은 바삭한 상태에서 먹는다. 우엉 튀김을 모두 국물에 적실 경우 국물이 너무 진해져 느끼해질 수 있다.


다이치노 우동의 또 다른 특징은 투명하면서 쫄깃한 식감을 가진 면발에 있다. 면발을 한 가닥 들어보니 마치 오징어 몸통처럼 미끈하면서 투명하다.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탱탱한 식감이 혀에 와 닿고는 미끄러지듯 목으로 쑥 넘어간다. 국물은 처음 떠 마셨을 때는 거의 특색이 없을 정도로 밋밋하다. 하지만 튀김이 녹아들며 시간이 흐를수록 풍미를 끌어올린다. 마지막에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보면 진한 맛이 느껴진다.


다이치노 우동의 단점은 오히려 튀김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국물과 면까지 기름이 잔뜩 배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입 안 가득 느끼함이 남는다. 만약 튀김이 수북하게 올라간 느끼한 우동이 부담스럽다면 돈부리 세트(丼セット, 700엔)를 추천한다. 돈부리 세트는 돈가스동 또는 규동과 작은 사이즈의 우동이 함께 나온다.


참고로 다이치노 우동은 본점 외에도 하카타, 다자이후 등 8곳에 분점을 운영 중이다.


▲ 다자이후 근처에 있는 다이치노 우동 치쿠시노점(大地のうどん 筑紫野店)
▲ 우엉 튀김을 따로 담아달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다이치노 우동 본점 구글지도 - https://goo.gl/maps/stfksdQ9UVA2

다이치노 우동 홈페이지 - http://daichinoudon.com/shop.html



마키노 우동, 牧のうどん


먹어도 먹어도 면이 줄지 않는다고 해서 '마법의 우동'으로 불리는 마키노 우동. 후쿠오카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우동 가게 중 하나다. 후쿠오카 지역에만 21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본점은 이토시마를 가로지르는 202번 국도 변에 위치해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마키노 우동 지점은 후쿠오카 공항 바로 앞에 위치한 공항점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으로 가기 전 다들 이곳에 들려 우동 한 그릇을 한다.


진짜 마키노 우동을 느끼고 싶다면 본점으로 갈 것을 추천한다. 매일 이 본점에서 우린 우동 국물이 각 지점으로 전해진다. 본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주차장 입구에 있는 커다란 간판과 그 위에 놓인 가마솥이 눈에 띈다. 주차장 크기도 상당히 커서 가게의 인기와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다.


마키노 우동의 특징은 찰떡처럼 쫀득하면서 쭉쭉 늘어나고 찰진 우동 면에 있다. 기존에 먹어봤던 탱탱하고 쫄깃한 면발이 아니라 부들부들하고 떡같은 면발이다. 방심하는 순간 우동 면발이 국물을 빨아들이고, 면은 더 불어나 있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마키노 우동은 '마법의 우동'으로 불리며 최대한 빨리 후루룩 먹는 게 좋다. 마키노 우동을 주문하면 육수가 담긴 주전자도 같이 주는데, 우동 면발이 국물을 다 빨아들였을 때 이 육수를 부어 먹으면 된다.


▲ 이토시마에 위치한 마키노 우동 본점
▲ 우엉 튀김과 불고기를 올린 니쿠 고보텐 우동
▲ 가게 내부는 다다미석과 테이블석, 카운터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키노 우동의 주문 방법은 일반 우동집과는 조금 다르다. 먼저 우동 면의 단단함을 선택해야 한다. 부드러운 면(柔麺, やわめん), 중간 면(中麺, ちゅうめん), 단단한 면(固麺, かためん)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면이 부는 것이 싫다면 단단한 면을 선택하면 된다. 다음으로 우동에 올라갈 토핑을 선택해야 한다. 가장 인기 있는 토핑은 역시 우엉튀김이다. 주문서에서 원하는 토핑을 선택하고 체크 표시를 하면 된다. 일본어 번역기를 이용하거나 가게 추천을 받아 주문하자.


마키노 우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우동은 소고기 우엉튀김 우동(肉ごぼう天うどん, 니쿠고보텐우동)으로 규동(牛丼)에 올라가는 소불고기와 우엉튀김이 함께 올라가 있다. 소불고기의 달짝지근한 맛과 우엉 튀김의 담백하면서 아삭한 맛이 특징이다. 다만 단맛이 강해 먹다 보면 다소 물릴 수도 있다.


다음으로 인기 있는 우동은 김치가 올라간 고기 김치 우동(肉キムチうどん, 니쿠키무치우동)이다. 우동 위에 올라가는 김치가 우리나라 김치 맛과는 조금 다르지만, 느끼하지 않게 우동을 즐길 수 있다. 미역과 우엉튀김이 올라간 미역 우엉튀김 우동(わかめごぼう天うどん, 와카메고보텐우동)도 후쿠오카 사람들에게 인기다.


후쿠오카 사람들은 우동을 먹을 때 카시와메시(かしわ飯)라는 주먹밥도 함께 먹는다. 카시와메시는 우동과 늘 붙어다니는 단짝친구와도 같은 존재로 담백한 닭 육수에 닭고기, 버섯, 우엉, 당근 등을 넣어 만든 주먹


▲ 김치와 소불고기가 올라간 니쿠키무치 우동. 김치가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 후쿠오카 공항 앞에 있는 마키노 우동 공항점
▲ 각 점포 내부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마키노 우동은 후쿠오카 전역에 21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어 방문이 비교적 수월하다. 가장 많이 찾는 마키노 우동 공항점은 후쿠오카 공항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고, 공항점 뒤편에는 비행기 이착률 장면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갖추고 있다.  


마키노 우동 본점 구글지도 - https://goo.gl/maps/dkL83R6EdkD2

마키노 우동 공항점 구글지도 - https://goo.gl/maps/GDp5HLXp4wu



스케상 우동 우오마치점, 資さんうどん


기타규슈를 대표하는 우동 체인점 스케상 우동은 1976년 문을 열어 기타규슈를 비롯한 후쿠오카 지역에 4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고쿠라 역 앞에 위치한 스케상 우동 우오마치점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점포로 밤낮으로 출출한 배를 채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스케상 우동은 기본 우동에 원하는 토핑을 올려 먹는데, 가장 인기 있는 토핑은 역시 소불고기와 우엉 튀김이 올라간 니쿠&고보텐 우동(肉&ゴボ天うど, 700엔)이다.


니쿠&고보텐 우동은 소불고기의 달달함과 우엉튀김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우동의 감칠맛을 끌어올린다. 다른 토핑으로는 새우튀김, 미역, 계란, 어묵 등 약 40여종의 토핑이 준비되어 있다. 스케상 우동의 가장 큰 특징은 고등어, 가다랑어포, 다시다, 표고버섯 등을 넣어 끓인 황금빛 육수와 자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쫄깃하면서 탄탄함을 유지하고 있는 면발에 있다. 기본에 충실한 만큼 어떤 토핑을 올려 먹어도 평균 이상의 맛이 난다.


우동이 대표 메뉴이긴 하지만 규동, 돈가스, 오니기리와 같은 밥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아침 5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아침 메뉴(500엔)가 제공되는데, 일본식으로 밥과 국, 생선구이, 김, 날달걀이 담긴 밥상이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 되면 스케상 우동은 더욱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이 중에는 우동이 아니라 오뎅을 먹기 위해 찾는 손님도 있다. 우동을 만드는 주방 앞에 오뎅 바가 있다. 원하는 어묵을 직접 담아 가거나 직원에게 원하는 어묵을 말하면 가져다준다. 어묵 하나에 80엔으로 부담 없는 가격이다.  


▲ 기타규슈를 대표하는 우동집, 스케상 우동. 고쿠라 역 앞에 우오마치점이 있다.▲ 고쿠라 역 앞에 우오마치 점이 있다.
▲ 소불고기와 우엉튀김을 올린 니쿠&고보텐 우동
▲ 추운 겨울에는 오뎅이 잘 나간다.

스케상 우동 우오마치점 - https://goo.gl/maps/BMBVi5FfrVz

스케상 우동 홈페이지 - http://www.sukesanudon.com/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