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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Sep 04. 2018

일본의 베네치아,
야나가와 여행

도시 전체가 수로로 연결된 물의 도시


물의 도시, 야나가와


'일본의 베네치아'라는 별명을 가진 야나가와. 도시 전체가 수로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물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야나가와는 후쿠오카에서 남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강 하구 지역에 위치해 있다. 야나가와 주변으로 지쿠고 강(筑後川)과 야베 강(矢部川)이 흐르고 있어 예부터 물이 풍부했다. 


지금과 같이 거대한 거미줄처럼 도시 전체가 수로로 연결된 건 약 400년 전인 에도시대(1603~1868년)다. 당시 야나가와 성주가 성을 방어하기 위해 주변의 강물을 끌어와 수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야나가와 시내를 지나고 있는 크고 작은 수로의 길을 모두 다 합치면 약 930km에 달한다. 이 길이는 서울역과 부산역을 왕복하고도 남는 길이로 얼마나 촘촘하게 수로가 연결되어 있는지 짐작케 한다. 


야나가와 여행은 느긋하기만 하다.

돈코부네(どんこ舟)라는 작은 나무배에 올라타 수로를 떠나니며 야나가와를 둘러보고, 선착장 근처에 있는 장어구이 찜 덮밥을 맛본 다음, 영주의 별장으로 불리는 오하나를 둘러보면 되는 느긋한 일정이 전부다. 길게는 한나절, 짧게는 3~4시간 정도면 야나가와를 돌아볼 수 있다. 많은 여행자들이 야나가와를 후쿠오카 근교 여행지 또는 사가와 구마모토를 이동할 때 잠시 들리는 여행지로 방문한다. 


야나가와 여행 코스

야나가와 카와쿠다리(70분) -> 점심 식사: 와카마츠야 세이로무시(30분) -> 오하나 관람(60분) -> 키타하라 하쿠슈 생가·기념관(20분) 


▲ 수로를 따라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야나가와.
▲ 930km에 달하는 수로가 도시 전체를 연결하고 있다.
야나가와 시 주차장 

맵코드 - 69 842 557*28 
요금 - 1회 300엔 
구글지도 - https://goo.gl/maps/xaRGmXN9Rm72



야나가와 카와쿠다리, 柳川川下り


물의 도시, 야나가와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해봐야 할 카와쿠다리. 카와쿠다리는 장대로 노를 저어 가는 작은 나무배 돈코부네(どんこ舟)를 타고 야나가와를 유람하는 뱃놀이다. 야나가와 카와쿠다리는 니시테쓰 야나가와 역(西鉄柳川駅) 승차장에서 출발해 야나가와 관광안내고 근처 하차장까지 약 4.5km의 수로를 따라 70분 간 유랑한다. 


약 8m 정도 되는 작은 나무배, 돈코부네에는 모터 엔진과 같은 기계가 전혀 없고, 오직 사공의 힘만으로 움직인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돈코부네를 타고 야나가와의 수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번잡했던 마음이 어느새 차분해진다. 마치 신선이 된 듯 여유로움이 한껏 느껴진다. 시속 5km도 되지 않는 느린 속도와 사공이 불러주는 나지막한 노랫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야나가와 카와쿠다리를 즐기기 좋은 계절은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초봄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초가을이다. 수로 양쪽에 버드나무가 심겨 있는데, 봄이 되면 겨울 내내 앙상했던 가지에서 입이 나면서 수려한 풍경을 자랑한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는 창포에 꽃망울이 맺히면서 화려함을 더한다. 7월부터 9월까지는 밤에 등불을 밝힌 납량선(納凉船)이 운행된다. 9월과 10월 정월에는 보름달을 즐기는 돈코부네가 운행되며, 붉은 단풍이 수로 주변을 물들인다. 겨울철에도 운행을 하는데, 이때는 난로와 담요가 배에 실려 있어 추위를 피할 수 있다.


▲ 야나가와 여행의 하이라이트, 카와쿠다리


야나가와에서 카와쿠다리가 시작된 건 1954년, 한 행사에서 귀빈 접대용으로 처음 등장했다. 귀빈 접대용으로 시작해 현재는 6개의 회사가 약 160척의 배를 운영 중이다. 노를 젓는 사공은 모두 남자로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카와쿠다리 탑승 요금은 성인 1인 1,500엔 내외. 배를 타고 하차장에 도착한 후 승차장으로 다시 갈 때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카와쿠다리를 운행하는 업체 중에서 추천하는 업체는 야나가와 관광 개발 주식회사와 스이고 야나가와 관광이다. 두 곳 모두 한국어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할인 쿠폰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야나가와 관광 개발 주식회사(柳川観光開発株式会社) 

운행시간: 9:30~16:30(30분마다 운행)

요금: 성인 1,600엔 / 아동 800엔

홈페이지: http://www.yanagawakk.co.jp/

구글지도: https://goo.gl/maps/jDwP7HiSFo12


스이고 야나가와 관광(水郷柳川観光)

운행시간: 9:00~17:00(30분마다 운행) 

요금: 성인 1,500엔 / 아동 800엔

홈페이지: http://kawakudari.com/

구글지도: https://goo.gl/maps/8iJe2jWbEX32


▲ 4.5km의 수로를 70분 간 유람하는 카와쿠다리

니시테쓰 야나가와 역(西鉄柳川駅) 구글지도 - https://goo.gl/maps/ibjVNNvbTi92

야나가와 관광 안내소 구글지도 - https://goo.gl/maps/TiGddqL42742



오하나, 御花


야나가와 카와쿠다리를 즐긴 후 하차장에 도착하면, 다음 목적지는 백작의 저택 오하나다. 야나가와의 소소한 마을 풍경과는 전혀 다른 귀족의 화려한 저택을 만날 수 있다. 오하나는 1620년부터 1871년까지 야나가와 지역을 다스린 타치바나 가문(立花家)의 별장으로 1697년 지어져 1909년에 14대 다치바나 토모하루 백작에 의해 리모델링되었다.


현재 오하나는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연회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주가 된 듯 하루 머물며 사치를 부릴 수 있고, 레스토랑에서는 야나가와의 명물 세이로무시 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 또한 주말이면 결혼식이 열리는 연회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오하나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 서면 웅장한 위용을 갖춘 서양관(西洋館)이 먼저 눈에 띈다. 유럽의 귀족 저택처럼 고풍스럽고 화려하다. 


오하나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입장권 구매 후에는 타치바나가 사료관(立花家史料館)으로 입장하게 된다. 1994년에 개관한 타치바나가 사료관은 타치바나 가문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장소로 영주들이 전쟁 때 입었던 갑옷과 혼례 의상, 일상 의복, 차와 도구 등 400년 이상 이어져 온 타치바나 가문의 유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사료관에 전시되는 전시품들은 계절마다 달라지며 실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 오하나의 하이라이트, 쇼토엔 (松濤園)
▲ 서양식 건물과 일본식 건물이 혼재된 영주의 저택.
▲ 100조에 이르는 다다미가 깔려진 연회장. 주말이면 결혼식이 열린다. 


타치바나가 사료관을 나와 본격적으로 오하나 저택 구경에 나선다. 관람 순서를 표시해놓은 안내표지판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오하나는 서양식 건물과 일본식 건물이 혼재되어 있는데, 이러한 건축 양식은 메이지 시대 당시 부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건축 양식이다. 


오하나의 안쪽에 위치한 일본식 전통 가옥인 오히로마(大広間)에는 100조에 이르는 다다미가 깔려 있다. 대규모 연회 파티를 위해 지어진 만큼 주말이면 성대한 결혼식이 열리는 연회장으로 변신한다. 오히로마 앞에는 오하나 저택의 꽃인 쇼토엔 (松濤園)이 있다. 약 280그루의 노송과 정원석 1,500개가 일본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 야나가와의 풍부한 물이 정원 안을 가득 채우고 있고, 노송이 그 주변을 뒤덮고 있다. 정원석도 무심한 듯 저마다 자리를 잡고 있다. 매년 겨울이면 야생 오리가 이곳을 찾아 머물다 간다고 한다. 쇼토엔은 1978년 국가 명승지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물과 나무, 바위의 조화가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쇼토엔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다이게츠칸(対月館) 레스토랑 2층 난간이다. 이 난간에 서면 쇼토엔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히로마의 다다미 방과 쇼토엔의 정원을 감상한 후 기다란 복도를 따라가면 서양관으로 연결된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1900년대 메이지 시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서양식 방들이 펼쳐진다. 천장에 걸려 있는 조명부터 벽지와 식탁 등 모든 소품들이 메이지 시대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보다 더 깊이 오하나를 느껴보고 싶다면 오하나에 하루 머물러보자. 아침, 저녁이 제공되는 1박 1인 요금은 2만 엔 정도로 고급 호텔과 비슷한 숙박료지만, 영주가 된 호사로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 저택 곳곳을 누비며 과거 영주의 삶을 돌아본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SRFpRvUBibt



와카마츠야, 若松屋


야나가와 카와쿠다리와 오하나 저택을 돌아본 후 점심때가 되었다면 야나가와의 대표 음식인 우나기 세이로무시(うなぎせいろむし)를 맛봐야 한다. 물이 풍부한 고장답게 야나가와는 장어가 유명하다. 특제 양념을 바른 장어를 숯불에 구운 후 다시 나무통에 넣고 밥과 함께 쪄내면 우나기 세이로무시(장어구이찜 덮밥)가 된다. 


이 우나기 세이로무시를 처음 선보인 곳은 모토요시야(元祖 本吉屋)라는 식당으로 1681년부터 만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우나기 세이로무시는 340년이 지난 지금 야나가와 주변은 온통 장어구이집이라고 할 만큼 야나가와를 방문하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야나가와에서 우나기 세이로무시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모토요시야와 와카마츠야다. 원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모토요시야를 방문하면 된다. 하지만 다른 곳보다 1,000엔 정도 비싼 가격, 이동 거리, 대기 시간 등을 고려하면 카와쿠다리 하차장 근처에 있는 와카마츠야를 추천한다.


▲ 카와쿠다리 하차장 근처에 있는 와카마츠야.


와카마츠야는 에도막부 말기인 1854~1859년 사이에 창업한 가게로 최근 새롭게 건물을 리모델링해 깔끔한 외관과 쾌적한 실내를 갖추고 있다. 우나기 세이로무시는 밥에 넣는 양념과 장어를 굽는 방식에 따라 그 맛이 결정되는데, 와카마츠야에서는 숯불에 장어를 먼저 초벌구이 한 다음 양념장을 발라 다시 굽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여기서 핵심은 장어 한 마리 한 마리마다 손으로 만져가며 각 상태에 따라 굽는 시간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양념장을 바른 장어는 자칫하며 금세 타버릴 수 있으므로 굽는 사람의 손길이 그만큼 중요하다. 밥에 들어가는 양념장 또한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장어구이와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와카마츠야 우나기 세이로무시 가격은 밥 위에 올라가는 장어의 조각 수에 따라 달라진다. 네 조각에 3,365엔, 세 조각에 3,040엔, 두 조각에 2,715엔이다. 양념된 밥이 아닌 맨밥에 장어구이를 별도로 먹고 싶다면 장어구이 정식(3조각 3,040엔)을 주문하면 된다.


빨간색 도시락 통에 담겨 나오는 우나기 세이로무시 뚜껑을 열면 노란색 지단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 밑으로 구운 장어와 양념된 밥이 보인다. 달짝지근한 양념으로 구운 장어를 한 입 베어 문다. 녹아내릴 듯 부드럽다. 여기에 장어 특유의 고소한 맛과 훈향이 입과 코를 가득 채운다. 장어구이 아래에 있는 밥에도 양념이 배어 있어 밥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고 느껴진다. 장어 덮밥에는 장어 내장을 넣은 맑은 국이 함께 제공된다.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꽤 긴 대기 시간을 예상해야 한다.


▲ 달짝지근한 양념으로 찐 밥 위에 잘 구운 장어구이가 올라간 우나기 세이로무시.

구글지도 - https://goo.gl/maps/ecfoN7MG5Z12



키타하라 하쿠슈 생가·기념관,北原白秋生家·記念館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야나가와가 넣은 일본의 대표 문인 키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 1885~1942)의 생가가 야나가와 시내에 있다. 키타하라 하쿠슈는 어린 시절을 야나가와에서 보냈는데, 야나가와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내 시의 모체'라고 말할 만큼 야나가와를 사랑했던 문인으로 알려져 있다. 


키타하라 하쿠슈는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문인이지만, 일본에서는 현대 시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특히 풍부한 어휘 사용을 통한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였다고 한다. 말년에는 아동 동요집을 출간하면서 동요 작가로도 이름을 떨쳤다.


키타하라 하쿠슈 생가, 기념관 내에는 어릴 적 그가 사용하던 책상을 비롯해, 육필 원고, 녹음된 음성 자료 등등 전시되어 있다. 또한 생가 뒤편에는 야나가와의 역사, 민속, 문화를 소개하는 향토 역사 전시관도 위치해 있으니 가볍게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복원된 키타하라 하쿠슈 생가
▲ 키타하라 하쿠슈의 원고 및 녹음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구글지도 - https://goo.gl/maps/ostwJBMNcs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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