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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Sep 06. 2018

살아있는 오징어 회, 이카 이키즈쿠리

요부코의 명물 살아 움직이는 오징어 회

안녕하세요. 이 글을 쓴 박준상입니다. 어제(9월 6일) 이 글이 올라오고 나서 오늘(9월 7일)까지 10만 명도 넘는 분들이 글을 읽어주셨고, 많은 댓글도 남겨주셨습니다. 대부분의 댓글 내용이 생선을 살린채로 회를 뜨는 '이키즈쿠리' 방식이 잔인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글을 읽을지 몰랐고, 이키즈쿠리가 잔인하다는 내용으로 댓글이 많이 달릴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래에 소개된 식당들은 모두 여행 TV프로그램(배틀트립, 세계테마기행)에 소개된 식당들이고, 후쿠오카를 여행하는 여행자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 많은 분들이 거부감을 가지고 글을 읽을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키즈쿠리'라는 방식으로 회를 뜨는 게 분명 오징어 입장에서 상당히 잔인한 방법입니다. 신선한 회를 먹겠다는 인간의 욕망이 이러한 방식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을 쓸 때도 식당에 대한 소개보다는 '이키즈쿠리'에 초점을 맞춰 회 뜨는 방식을 사실적으로 설명하다보니 많은 독자분들이 더 잔인하게 느꼈다고도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쓴 의도는 요부코라는 지역의 대표 음식을 소개하고, 이 음식을 먹기 좋은 식당을 소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직접 식당을 찾아가 이카 이키즈쿠리를 맛보았고, 처음 살아 있는 오징어 회가 테이블에 올라왔을 때는 멈칫했지만, 신선한 오징어 회 맛에 반해 젓가락질을 계속했었습니다.

이런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독자분들이 글을 읽으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면서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카 이키즈쿠리, イカ活造り


규슈 사가 현의 작은 어촌 마을 요부코를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맛봐야 하는 이카 이키즈쿠리(イカ活造り). 살아 있는 오징어 회인 이카 이키즈쿠리는 요부코 마을 대표 음식이다. 이키즈쿠리(活造り)라는 말은 생선을 살린 채로 회를 뜨는 방식을 말한다. 이카(오징어)를 살아 있는 채로 회를 뜰 때는 오징어의 척추와 신경, 눈, 다리는 그대로 두고 몸통만 따로 떼어내 회를 썰어 낸다. 가늘게 회로 썰어낸 몸통은 다시 원래대로 올려놓는다. 오징어 입장에서는 산 채로 자신의 몸통이 잘려나가 회로 썰리는 것을 겪게 되는 조금은 잔인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오징어를 가장 싱싱하게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요부코에서 이카 이키즈쿠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당 2곳만 꼽으라고 한다면 만보(萬坊)와 카와타로 요부코점(河太郎 呼子店) 꼽는다. 카와타로는 이카 이키즈쿠리를 처음으로 개발한 식당으로 가게 내에 오징어 수조를 만들어 놓고 주문과 동시에 오징어를 건져 올려 회를 뜬다. 만보의 경우 바다 위에 떠 있는 횟집으로 유명하다. 식당을 시작한 건 1983년으로 다른 가게들보다 늦었지만, 일본 최초로 바다 위에 식당을 차려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카 이키즈쿠리를 할 때 사용하는 오징어는 아오리이카(アオリイカ)라고 불리는 흰 오징어로 여러 오징어 종류 중 가장 맛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흰 오징어 아오리이카는 우리나라 동해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살오징어와는 다른 종으로 주로 따뜻한 바다에서 잡히는데, 요부코 앞바다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 요부코의 명물, 이카 이키즈쿠리.
▲ 요부코 앞 바다에서는 흰오징어 아오리이키가 주로 잡힌다.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모습.

바다 위에 떠 있는 레스토랑, 만보


요부코의 다른 식당보다 늦게 개업한 만보. 하지만 일본 최초로 바다 위에 식당을 세우면서 요부코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 되었다. 만보는 파도가 거의 치지 않는 해안의 만에 위치해 있어 바다 위에 떠 있는 레스토랑이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레스토랑까지는 긴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기다란 일자 다리를 건너면 바다 위의 레스토랑 만보에 도착한다.


레스토랑 뒤편에는 생선을 보관하는 양식장이 있다. 그때그때마다 필요한 생선을 이곳에서 잡아 올린다.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시기가 되면 양식장은 오징어들로 가득 찬다. 만보는 지상 1층, 지하 1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지상은 주로 손님들이 대기하는 곳이고, 식사는 지하에서 한다.


요부코 대표 식당답게 오픈 전부터 대기 손님들이 생기고, 번호표를 나누어 준다. 점심시간에 맞춰가면 기본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 11시 또는 한가한 오후 시간에 방문하는 게 좋다.


▲ 바다 위에 떠 있는 레스토랑, 만보.
▲ 손님이 많을 경우 대기 번호표를 받는다.
▲ 식사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가서 한다.


식사를 하는 지하 1층은 바닷속 공간으로 테이블 옆 통유리에는 바닷속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수조 안에 들어와 밥을 먹는 것 같다. 만보의 대표 메뉴는 역시 이카 이키즈쿠리가 포함된 이카 코스(いかコース 2,860엔)다. 이카 코스에는 이카 이키즈쿠리와 이카 슈마이, 밥, 국, 야채, 과일이 포함되어 있다.


이카 코스의 첫 코스는 이카 슈마이다. 만보에서 처음 선보인 이카 슈마이는 오징어 살을 만두소로 사용하지 않고, 오징어살을 만두피로 사용해 만든 만두다. 겉과 속이 뒤바낀 만두인데, 쫀득한 식감의 오징어 살이 만두피로 사용했다. 주요 면세점이나 기념품 가게에는 이 이카 슈마이를 냉동해 놓은 제품을 판매하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 이카 코스의 첫 코스인 이카 슈마이.

 

처음 이카 이키즈쿠리를 받아보면 당혹스럽다. 몸통은 한 입 크기로 길고 얇게 잘려 있는데, 다리는 움직이고 있고, 눈은 동그랗게 살아 있는 것 같다. 젓가락을 들어다가도 움직이는 다리와, 동그란 눈을 보고 잠시 멈칫하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 있는 채로 회를 뜨는 이유는 회의 신선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몸통 살을 한 점 먹어보면 신선한 맛이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흔히 오징어회를 가장 저렴한 회라고 생각하지만 요부코에서 먹는 오징어 회는 다르다. 오징어 살의 탱탱하면서 쫀득한 식감이 이제껏 먹어본 오징어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치 고무줄을 씹는 듯 탱탱함이 살아 있고, 젤리와 같은 쫀득함도 느껴진다.


▲ 이제껏 먹어온 오징어 회와는 다른 탱탱함과 쫀득함이 느껴진다.


몸통 부분을 다 먹고 난 뒤 남은 오징어 다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이때는 직원을 불러 몸통을 다 먹었다고 하면 된다. 그러면 직원이 오징어 다리를 회로 먹을지, 튀김으로 먹을지 물어본다. 회로 먹겠다고 하면 회로 썰어서 가져다주고, 튀김으로 먹겠다고 하면 튀김으로 만들어 준다.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은 다리와 남은 몸통 부위는 튀김으로 먹는다.


곧 직원이 튀긴 오징어 다리를 가져온다. 곱게 간 무와 간장을 함께 가져오는데, 무를 간장에 풀어 오징어 튀김을 찍어 먹으면 된다. 갓 튀겨낸 오징어 다리 튀김의 맛도 훌륭하다. 바삭바삭한 튀김과 오돌오돌 씹히는 오징어 다리. 후식으로는 간단한 과일이 제공된다.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레스토랑에서 오징어 살이 뒤덮여 있는 오징어 만두를 시작으로 살아 있는 오징어 회 그리고 오징어 다리 튀김까지 오징어 요리를 모든 것을 맛본 듯하다.


▲ 남은 오징어 다리는 이렇게 튀겨준다.

만보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kgjeNSj3myH2

만보 홈페이지 - http://www.manbou.co.jp/



이카 이키즈쿠리의 발상지, 카와타로 요부코점


오징어를 산 채로 썰어 맛보는 이카 이키즈쿠리를 처음 개발한 카와타로 (河太郎)의 분점이 요부코에 있다. 본점은 후쿠오카 나카스(中洲)에 위치해 있다. 카와타로는 1960년에 개업해 일본에서 처음으로 가게 내에 오징어 수조를 만들고 살아있는 오징어를 회로 써는 이카 이키즈쿠리를 시작한 가게로 유명하다.


후쿠오카 시내에 있는 본점도 인기가 높지만, 요부코에 있는 분점도 만만치 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요부코점은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고 신선한 오징어를 바로바로 공급받기 때문에 본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요부코에 위치한 카와타로 요부코점, 이카 이키즈쿠리를 처음 개발한 식당이다.


살아있는 오징어를 수조 안에 넣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오징어는 수온 및 환경에 매우 민감한 어종으로 깨끗한 바닷물과 적당한 수온이 갖춰져야 한다. 카와타로에서는 이 조건을 만들기 위해 수조의 물을 매일 갈고, 그날그날 오징어를 공급받는다고 한다.


이카 이키즈쿠리를 처음 시작한 원조 가게답게 가게 앞은 늘 대기 줄이 길다. 심지어 문을 열기 30분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는데, 1층 오징어 수조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다. 카와타로 요부코점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다. 1층에는 오징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수조를 중심으로 테이블이 놓여 있다. 2층은 몇 개의 다다미방으로 나뉘어 있어 전통 일식당의 분위기가 난다.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보여 나름 운치 있고 편안함이 느껴진다.


▲ 식당 안에 위치한 오징어 수조, 수조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카와타로 요부코점의 대표 메뉴 역시 이카 이키즈쿠리 정식(いか活き造り定食, 2,800엔)이다. 정식 메뉴에는 오징어 회와 오징어 만두인 이카 슈마이가 하나 포함되어 있고, 밥과 국도 제공된다. 1층 수조에서 바로 잡아 올린 오징어를 손질하자마자 식탁에 올리기 때문에 신선도는 최고다. 배 모양의 접시에 초록색 해초가 깔려 있고, 그 위에 반들반들 빛나는 오징어 한 마리가 올려져 있다.


오징어 다리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고, 눈동자도 살아 있는 듯하다. 오징어 몸통 살을 간장과 와사비에 살짝 찍어 먹는다. 역시 탱탱한 오징어 살이 입 안에서 맴돈다. 쫄깃하면서 달달한 맛까지 느껴진다. 몸통 살을 다 먹고 난 뒤 오징어 다리는 튀김으로 튀겨 먹는 게 정석이다.


이카 이키즈쿠리 발상지답게 만족스러운 한 끼를 선보인다.


▲ 살아 움직이는 오징어 다리와 눈동자.
▲ 몸통살을 다 먹고 난 뒤 다리는 튀김으로 튀겨 먹는다.

카와타로 요부코점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d6Ygv3wXpQJ2

카와타로 요부코점 홈페이지 - http://www.kawatarou.jp/yobu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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