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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작업실 겸 서점을 오픈하는 날이요.
정식 오픈일 이틀 전, 가족과 지인을 먼저 초대해 차와 다과 그리고 근황을 나누었어요.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서점과 사업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고요. 아무래도 사업하는 지인들의 시선에는 저희의 행보가 많이 우려스러웠던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책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에 서점으로는 먹고살기 어렵다는 것, 그러므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이들 참고서를 팔아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셨거든요.
모든 만남이 마무리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루종일 잔뜩 긴장한 탓에 지쳐버렸지만 묵직한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헤집어놓아 쉬이 잠들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를 잠들지 못하게 했던 그 질문, 자기님에게 건네봅니다.
#오늘의 질문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살 수 있을까요?
작은 동네서점으로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어요. 무수히 많은 동네서점들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도요.
그럼에도 그저 하고 싶은 일이기에 시작했어요. 20대 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이 무언인지 생각해 볼 겨를이 없이 살았거든요. 20대의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에 지금이라도 '그래서 너 뭘 하고 싶은데?' 물어봐주고 싶었습니다.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난 세계여행 막바지에 얻은 중요한 깨달음이었어요. 그랬기에 실행했을 뿐입니다. 누군가는 '가장 열심히 벌어야 할 30대를 그런 식으로 보내다니, 나중에 엄청 후회할 텐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요, 저희의 인생이기에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 내린 선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무섭고 두려워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잘해야' 월세정도 내겠다는 결론밖엔 나지 않거든요. 사실 그마저도 어려울 수 있을 것 같고요. 회사 다니며 모은 돈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꼭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생각해 봤을 땐,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도 무섭다고 하지 않을 거라면, 애초에 왜 하고 싶을 찾아 떠난 건데?'
고민과 망설임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에 철없이 뛰어들었습니다. (왜 하고 싶은 일을 고집하는 일은 철없는 행동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결론은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앞으로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정적이지 않으니 공간을 운영하다 보면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기겠죠. 그렇게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의 징검다리를 따라 건너다보면 발을 잘못 디뎌 물에 빠지는 날도 있겠지만 예쁜 물고기를 만나 즐거운 날도 있지 않을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대답
꿈 앞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직진해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저를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너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하지만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 레버를 당기지 않았더라면
그런 행운은 제게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레버를 당기세요.
- 드로우앤드류 <럭키 드로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살 수 있을까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자기만의 대답>은 나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기 권장 레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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