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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에 울고 웃고
신혼집을 얻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잠수를 타버린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피 말리는 2년을 보내야 했습니다. 전세 2년의 막바지에는 집에 누수가 생겨 6개월간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와 살아야 했고요. 천장의 실크 벽지에 물이 가득 고여 언제 물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임대인은 연락두절, 물폭탄을 날린 윗집에서는 물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말뿐. '홈스윗홈'이라는 말처럼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이 저에겐 당장 떠나고 싶은 지옥 같은 공간일 뿐이었습니다.
집 문제와 더불어 여러 이유가 쌓여 결국 터져버린 저는, 퇴사를 결심한 뒤 세계여행을 떠났어요. 여행을 통해 지긋지긋한 공간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번 만나는 숙소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각종 벌레 문제는 기본이요, 단수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기도 했으며, 싱크대 역류로 인한 물바다, 세탁기 고장으로 인한 옷 손상,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28인치 캐리어 두 개를 6층까지 들고 올라가 다음날 몸살이 났던 일까지. 다음 한 달을 살아야 할 공간은 또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 두려운 마음을 안고 여행해야 했어요.
이런 저에게 여행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다면, 어쩌면 당연하게도 '좋은 공간'을 만났을 때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포근한 침실, 바람 솔솔- 채광마저 좋은 테라스, 푸릇한 나무들이 보이는 아지트 같은 카페.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공간을 만날 때면 마음이 편안하고 풍족한 마음이 들었어요. 공간이 주는 행복함을 누릴 수 있었죠.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오늘의 질문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나요?
1년간 세계여행을 하며 깨달은 사실은 저에게 '자기만의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언제 경매에 넘어갈지 몰라 마음껏 물건을 채울 수 없는, 언제 물폭탄이 떨어질지 몰라 좋아하는 책장을 천으로 덮어두어야 하는 그런 공간 말고요. 손 닿는 곳마다 나의 취향이 묻어있는, 하루종일 있어도 포근하고 아늑한 그런 공간이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자기만의 공간을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공유 작업실 겸 서점인 [자기만의 공간]입니다. 처음부터 서점을 해야지, 공유 작업실을 만들어야지, 생각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자기만의 공간이라는 이름을 먼저 붙여놓고 스스로의 취향과 당연함을 채우다 보니 자연스레 서점과 공유 작업실이 되었죠. 공간을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저였어요. 자기만의 공간이라면 제가 하루종일 머물고 싶은 싶은 공간이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욕심을 조금 더 내어, 아직 자기만의 공간을 찾지 못한 분들에게도 나만의 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는 아지트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오픈까지 남은 시간은 약 일주일.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의 실타래를 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돌돌 풀어낸 실타래로 만들어갈 저의 스웨터는 과연 어떤 무늬를 가지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한 오후입니다.
# 책 속의 대답
하루 종일 회사에서 칸막이 안팎을 넘나드는 시선 속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남의 눈 없는 이 방 안에서 활개 치며 쉬는 기분이 그렇게 달 수가 없다. 눈치는 이어폰과 함께 현관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내 집에 신발 벗고 들어온 순간부터 나는 편하고 편안하고 평안하다.
- 유주얼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공간이 있나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자기만의 공간 소식
자기만의 공간, '공유 작업실'을 미리 이용해 보고 피드백해 주실 분을 찾아요.
공유 작업실은 읽고 쓰고 일하는 공간으로, 카페보다는 차분하지만 도서관보다는 자유로운 공간을 추구해요. 읽을 책을 직접 가져오셔도 되고 혹은 공유 책장에 준비된 책을 읽으셔도 좋아요. 글을 쓰신다면 노트와 연필을 사용하실 수 있고요, 노트북 작업을 하신다면 거치대와 마우스패드도 이용하실 수 있어요.
피드백 참여를 신청해 주시면 음료와 다과가 포함된 공유 작업실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드려요. 이용 종료 후에는 더 나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간단한 서면 피드백을 요청드립니다.
*공유 작업실 제공 사항
공통 : 따뜻한 차, 심심한 입을 달래줄 간식
읽고 : 100여 권의 공유 책, 독서대
쓰고 : 연필, 지우개, 연필깎이, 노트
일하고 : 노트북 거치대, 마우스 패드, 1인 2 콘센트
*안내 사항
- 공유 작업실 피드백 이벤트 기간 : 12/2~8 (월-일)
- 작업 가능 시간 : 1시간 or 2시간 (선택 가능)
- 공간 위치 : 경기도 화성시 동탄장지천 3길 7-10, 1층 자기만의 공간
가장 먼저 자기만의 공간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인스타그램 DM 혹은 비밀 댓글로
1. 성함
2. 핸드폰 번호
3. 이용 날짜 / 이용 시작 시간 / 작업 이용 시간 (1시간 or 2시간)
을 적어 보내주세요. 시간을 취합해 이용가능 한 분들에게 다시 연락드리도록 할게요.
그럼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레터 [자기만의 대답]의 글은 브런치에 올리지 않을 예정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나를 향한 질문을 받고 싶은 분들은 레터 구독을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