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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작은 동네 서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텅 비어있던 네모반듯한 공간에 하나둘 책장이 들어왔어요. 짙은 나무색 책장을 바라보며 이곳에 어떤 책을 채우면 좋을까 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사람들이 이 책들을 좋아해 줄까? 그랬으면 좋겠다,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골랐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인생책을 소개하면 어떨까?'
그런 책 있잖아요. 우연히 마주친 한 문장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그런 책이요. 읽는 내내 펑펑 울었다거나, 배를 잡고 깔깔 웃었던 그런 책. 다시금 삶의 의지를 불끈 다지게 해 준 그런 책. 모든 문장을 통째로 외우고 싶었던 아름다운 문장을 가진 그런 책.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책이 뭐예요?"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대답할 그런 책.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 오늘의 질문
당신의 인생책은 무엇인가요?
저는 매년 연말이면 '올해의 책' 한 권을 정하곤 해요. 일 년 동안 읽은 책의 이름들을 쭈욱- 살피며 나에게 가장 특별하게 다가왔던 책을 선정하는 것이죠.
2023년 제가 선택한 올해의 책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아구아 비바>인데요. 찰나의 순간을 집요하게 포착해 낸 이 작품은,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올해의 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작년 연말에 쓴 글에는 이렇게 적혀있네요.
# 자기만의 대답
인생 책은 다 읽고 나서가 아니라
읽는 순간 바로 알아채는 것 같아요.
나의 책이 되겠구나, 하고요.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향하던
야간 기차에서 밤을 새우며 읽었던 책.
책을 읽는 동안 활자가 물처럼 흐르며
저는 그 물속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러 감정과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와
그것들을 조금이라도 낚아채기 위해서
흔들리는 기차에서
오타 가득 남겼던 글을 다시 읽어봤어요.
'글을 읽으며 그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가슴이 이상하게
두근거리고 쿵쿵거릴 때 나는 무섭다...
그리고 슬프다.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분명 나의 세계 어딘가에 금이 간 것 같은데
그게 정확히 어딘지 알 수 없어
그저 내 세계가 조금씩 무너져 가는 것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 치앙마이로 향하는 새벽 기차에서
이렇게 좋은 책은 나만 읽을 수 없지,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나만의 인생책이 있나요? 교환 일기장에 나만의 인생책 제목과 작가, 그 이유를 남겨주세요. 여러 권을 나눠주셔도 좋아요.
나눠주신 책은 서점 [자기만의 공간]에 마련된 '누군가의 인생책' 책장에 진열해 둘게요. 추천인의 성함을 적어주시면 더욱 좋아요. 이름 노출이 꺼려지시거나 내용을 비공개로 전달하고 싶으시다면 인스타그램 DM으로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ones_own_space)
당신의 인생책은 무엇인가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자기만의 대답>은 나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기 권장 레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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