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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겨울의 문턱을 넘어섰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1월 7일은 '입동'이었어요. 설 입(立), 겨울 동(冬), 겨울로 들어선다는 뜻이죠. 입동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곳곳에 예쁜 단풍이 남아있어서인지, 겨울이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11월의 첫날, 저는 결국 틀고 말았어요. 이번 겨울의 첫 크리스마스 캐롤을요. 사실 10월부터 캐롤을 들을 생각에 들떠 있었거든요. 겨울 냄새를 맡으며 따뜻한 코코아 한잔과 함께 완벽한 첫 캐롤을 듣고 싶었지만 유난히도 긴 가을을 참지 못하고 결국 캐롤을 틀어버렸습니다. 캐롤이 흐르는 순간, 날은 아직 따뜻할지라도 제 마음속엔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 찾아온 듯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오늘의 질문
겨울을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이 있나요?
1. 크리스마스트리 준비
트리를 샀습니다. 그간은 좁은 집 때문에 알전구 장식으로 만족해야 했는데요. 책방을 준비하며 나만의 넓은 공간이 생기자 냉큼 트리를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12월 말이면 정리해야 할 크리스마스트리임을 알기에, 11월부터 미리 준비해 오랫동안 반짝임을 보려고 해요.
2. 붕어빵 트럭 찾기
겨울이면 유독 거리를 걸으며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 같아요. 붕어빵 트럭이 있지는 않을까 살펴보는 것이죠. 추울 때 밖에서 호호- 불며 먹는 뜨끈한 붕어빵은 겨울철 별미니까요. 요즘 슈크림 붕어빵이 인기라지만, 전 늘 팥 붕어빵이 최고라며 고집했는데요. 올해는 고집을 내려놓고 슈크림 붕어빵도 꼭 맛보려고요.
3. 손끝이 노래질때까지 귤 까먹기
겨울을 맞이하는 의식으로 귤을 빼놓을 수 없죠. 작고 동글동글한 귤을 박스째로 사서, 보일러를 훈훈하게 틀어놓고 이불속에서 귤을 까먹는 일은 겨울맞이 필수 의식이 아닐까 싶어요. 테이블 위에 귤껍질이 수북이 쌓이고 손끝이 노랗게 물들 때쯤이면, '아, 겨울을 제대로 보내고 있구나'하는 안심 하곤 하거든요.
4. 크리스마스 카드 전하기
올해 초부터 계획했던 버킷리스트가 하나 있는데요. 주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일이에요. 카톡으로 전하는 인사도 좋지만, 올해는 직접 카드를 골라 손 편지를 써보려고 해요. 각종 고지서만 쌓이는 삭막한 우편함에 작은 온기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흔하디 흔한 나만의 겨울맞이 의식. 이런 소소한 일들이 겨울을 더욱 설레는 계절로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책의 대답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기다리게 되는 건 따끈따끈한 김을 내뿜는 길거리 간식들이다. 이사 온 동네에서 이맘때 내가 가장 기다리는 건 타코야키 트럭. 지난겨울 아무런 기대 없이 사 먹었다가 겉은 바삭하고 속엔 큼지막한 문어 조각이 들어가 있어 단번에 내 맘속 타코야키 순위 꼭대기를 차지하고 만 그것. 경기도 아파트 단지의 푸드 트럭들은 요일을 정해서 마을을 순회하기에 내게 겨울의 금요일은 타코야키 아저씨를 기다리는 날이다. 어렸을 적 맛있는 간식을 두고 잠든 날이면, 자다 깨서도 내일 그것을 먹을 설렘에 아침이 기다려지곤 했는데. 행복이란 결국 딱 그만큼인 것 같다. 아무리 작더라도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 소풍 전날에 떠올리는 김밥처럼, 겨울의 문턱에서 떠올리는 길거리 간식들도 그렇다.
<제철 행복> p.278-279
겨울을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이 있나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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