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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커튼을 달았던 날
첫 입사와 함께 독립을 했어요. 낭만을 좇아 한 면이 통창으로 이루어진 원룸에 살게 되었는데, 새벽부터 쏟아지는 햇살에 잠을 설치게 되더라고요. 결국 커튼을 달기로 결심했습니다.
키가 작은 저는 한 손에는 커튼레일, 다른 한 손에는 전동드릴을 들고 의자 위에서 까치발을 한 채 한참을 씨름했어요. 팔은 저리고 의자는 흔들리고. 진땀이 났습니다.
고생 끝에 완성된 커튼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이 된 것 같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공구를 사용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런 작업은 대부분 오빠의 몫이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무언가 뚝딱 설치해 낸 스스로가 대견스럽더라고요. 취업이나 독립했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어요.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한 그 찰나의 순간을 떠올리면, 한 뼘 성장한 스스로가 기특해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오늘의 질문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얼마 전의 일이에요. 공유 작업실 겸 책방을 오픈하기 위해 상가를 계약하고, 사업자등록증도 발급받았습니다. 제 이름과 책방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누르스름한 A4 용지를 손에 쥔 순간, 처음 커튼을 달았던 그날과 비슷한 감정이 들었어요.
'내가 또 한 뼘 성장했구나.'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한 책방의 어엿한 주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번 코 끝이 시큰해졌어요. 물론 앞으로 겪게 될 성장통이 두렵기도 하고,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잘해야 할 텐데...', 걱정스러운 마음도 함께였지만 말이에요.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도 잠시, 회사를 떠나 스스로의 일을 시작하니 마치 다시 사회 초년생이 된 듯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문득 궁금해지네요. 언제쯤 완전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인생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연속일까요? 정답은 알 수 없으니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해내보자고 스스로와 약속해 보는 오늘입니다.
#책 속의 대답
스무 살이 된 소감이요?
생각보다 별거 없더라고요.
눈을 뜨면 맞이하는 햇살
붐비는 행인 속 혼자 걷는 거리도
저는 어른이 되었는데
주변은 놀랍도록 그대로였어요.
새로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알코올에 강하지 못하다는 것!?
19살부터 이른 홀로서기를 하며
일찍이 사회를 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저는 아직 어른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모습이 썩 나쁘지만은 않아요.
제가 밟아온 선택의 길들은
시간이 지나서도 값지게 빛 날 테니까요.
<열아홉 독립일기> p.221-225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어른이 된 스스로가 대견스러워 코끝이 시큰해진 순간은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자기만의 대답>은 나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기 권장 레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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