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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내려 선선한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마음이 요동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스스로 생각해 봐도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일에 뛰어들겠다니 마음이 잠잠해질 틈이 없죠. 애써 용기를 내보다가도 '이러다 모두 망쳐버릴지도 몰라'라며 침울해지기를 반복 중입니다.
다행히도 상쾌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실 때면, 단풍이 든 나무 사이를 걸을 때면, 야식과 함께 맥주 한 캔을 할 때면 잠시나마 마음의 불안이 잠잠해지곤 해요. 생각해 보니, 요동치는 마음과 흔들리는 삶을 단단히 지탱해 주는 것은 평범한 하루 속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모음이더라고요. 마음이 평온해지는 찰나의 순간, 손에 익은 물건, 나에게만 특별한 이야기, 우연히 마주한 나를 위로하는 노래...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오늘의 질문
나만의 favorite things는 무엇인가요?
아침에 일어나 바라보는 창 밖 풍경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그 속에서 노래 부르는 새들
소풍 나온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
이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지.
하루를 차곡차곡 담은 다이어리
타닥타닥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
취향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
무심코 읽어 내려간 책 속 반짝이는 문장
이런 것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이야.
베이지색 텀블러, 양말, 후드티
커다란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밀크티
느슨하게 달아놓은 알전구의 반짝임
크리스마스의 계절을 알리는 설레는 캐럴
이런 것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포근한 낮잠 불어오는 미풍
손을 잡고 걷는 산책길
휘리릭 만든 야식과 캔맥주
잠들기 전 도란도란 나누는 실없는 대화와 웃음
이 모두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이지.
홀로 제자리 걸음 하는 것만 같을 때
이러다 망해버릴지도 몰라, 두려움의 파도가 밀려올 때
그럴 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해
그럼 좋은 기분이 찾아올 거야.
나만의 favorite things를 읽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러니 나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favorite things를 조금 더 많이, 가까이에 두고 살래요. 울고 싶어지는 날에도 금세 좋은 기분을 찾을 수 있도록요.
#책 속의 대답
새잎 돋기 시작한 버드나무
창 가까이 날아가는 새들의 그림자
깜깜한 아침의 커피
새벽에 써 내려가는 일기
이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지.
우리끼리만 아는 신호
눈 마주칠 때의 짧은 웃음
일부러 틀리게 부르는 노래
잠든 그의 숨소리
이런 것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이야.
단숨에 비우는 생맥주
한입 가득 넣은 치즈들
털신과 담요의 온기
읽어도 읽어도 또 새로울 책들
이 모두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이지.
내 머리 위로만 비가 떨어지는 것 같을 때.
영원토록 바람이 내 뺨을 때릴 것 같을 때.
그럴 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해.
그럼 좋은 기분이 찾아올 거야.
<내가 너에게 좋은 느낌이면 좋겠어> p.18
김민철 작가의 favorite things
자기님의 favorite things는 무엇인가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나의 favorite things는 이런 것들이야 ✏️
*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자기만의 대답>은 나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기 권장 레터'예요. 레터를 구독하시면 익명의 '교환 일기장'을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