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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시즌 1의 30호 참가자 이승윤 님의 한 인터뷰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어요. 이승윤 님이 산울림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라는 노래를 멋지게 끝내자, 김이나 심사위원께서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십니다.
"나한테 왜 이런 평가를 하지? 나를 왜 좋아하지? 아이, 난 애매해.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마인트 컨트롤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30호님이 자연스럽게 그 애정이나 사랑이나 인정을 받아주시기만 하면 훨씬 더 멋있어지실 것 같아요. "
이 말을 들은 이승윤 님은 눈물을 터뜨립니다.
"인생에 있어서 쉽지 않은 영역이거든요. 칭찬을 받아들인다는 게. 저는 제 깜냥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거 이상으로 욕심부리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며 항상 살았기 때문에 좋은 말들이 약간 항상 거리감이 있어요. (그런데) 칭찬을 받아들여라,라고 말씀해 주셔서... 어쩌면 내 그릇이 조금 더 클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스스로의 그릇이 작다 여겼기에,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것이 익숙지 않았기에 '칭찬을 받아들여라'라는 말에 눈물이 터졌다는 인터뷰. 그 장면을 보며 칭찬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또 다른 사람, 바로 제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 오늘의 질문
칭찬을 의심한 적 있나요?
얼마 전, 한 플랫폼에 글을 올렸는데 칭찬의 댓글이 달렸어요. 그런데 댓글을 읽고 든 저의 첫 감정은 의심이었어요. 내가 글을 잘 썼다고? 재밌었다고? 그냥 해주시는 말일 거야, 라며 칭찬을 거부했죠. 생각해 보면 저는 항상 그래왔어요. 제가 쓴 글에 좋아요가 하나 둘 쌓일 때마다 정성스레 눌러주신 하트를 의심했어요. 그리고 모든 것이 다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했고요.
칭찬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마음의 이면에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숨어있는 것 같아요. 칭찬을 금세 거둬가진 않을까, 혹 나에게 기대감을 품다 실망하진 않을까.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 때면 스스로를 지켜내겠다는 명목으로 칭찬을 밀어내는 거죠. 스스로의 그릇을 작게 평가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글을 적다 보니 더욱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그간 얼마나 바보 같은 마음을 품어왔는지요.
나를 향한 타인의 애정과 사랑, 인정과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정성스레 건네준 말을 의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쁘게 받고 싶어요. 당장 모든 의심을 거두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당장 모든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노력해 보려고요.
혹 저처럼 칭찬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생각하신다면 함께 노력해 봐요. 칭찬을 덥석! 받아보는 거예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쁩니다, 라고요.
# 책 속의 대답
사랑을 함빡 받으면 막 웃음이 나다가도
곧장 눈물이 날 것 같다.
이게 내 것이 맞나.
이 다정이,
이 행운이,
이 사랑이,
귀한 사랑 앞에선 어쩐지 두렵다.
꽉 쥐면 부서질 것 같아.
뜨거운 고구마를 쥔 양
슬쩍슬쩍 옮겨 잡아.
그렇지만 이건 너무 귀한 고구마야.
돈 주고도 못 사는.
적정한 악력을 고민해서
떨어지지 않게 아프지도 않게 품에 챙긴다.
...
귀한 고구마야, 어째서 나에게 왔어.
왜 나에게 이렇게 귀한 다정을 주는 거야?
마음이 너무 기쁘고 불안해.
떨려.
기쁜데
어색하고
금방 잃을까 겁나.
그럼에도 이 사랑을 와락 안지 않는 건 너무 바보 같지?
충분히 행복해도 돼.
그렇지?
행복할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어.
그러니 나에게도.
<무명의 감정들> p.226-227
칭찬을 의심한 적 있나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자기만의 대답>은 나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기 권장 레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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