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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질투가 많은 사람이에요.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작은 옅은 부러움이었어요. 하지만 마음에 쌓인 부러움은 이내 짙은 질투로 변해갔어요. 한동안 참 괴로웠습니다. 아니, 질투라는 감정과 함께한 내내 괴로웠습니다. 마음껏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는 얼굴 없는 누군가와 초라한 표정을 한채 축 처진 제 모습을 머릿속으로 비교 재생하며 잠들지 못한 날이 많았습니다.
질투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워 입 밖으로 내지 못했어요.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일까 두려워 질투를 숨기고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질투를 숨기고 부정할수록 마음에 은근한 쓰라림, 불편한 통증이 느껴지더라고요.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어요.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질투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오늘의 질문
무엇을 질투하고 있나요?
제 질투 리스트의 일부는 이렇습니다. 자기만의 목소리가 담긴 글, 취향이 듬뿍 묻어난 공간, 무언가에 열심히 몰두하는 사람, 자기만의 확고한 색으로 인정받은 사람,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사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
기나긴 질투리스트를 적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질투라는 감정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고마운 시그널이 아닐까?
나는 내 목소리가 담긴 글을 쓰고 싶구나, 나는 나만의 취향이 묻어난 멋진 공간을 만들고 싶구나, 나는 무언가에 몰입하는 경험을 하고 싶구나, 나는 나만의 색으로 인정받고 싶구나, 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싶구나,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싶구나.
이렇게나 많은 것을 질투하다니, 나는 내 삶을 정말 잘 살아내고 싶은가 보구나.
또 질투에 휩싸여 잠 못 드는 밤이 생길지라도 질투라는 감정의 시작에는 나의 원함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다짐해 봅니다. 내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는 건강한 마음도 함께요.
#책 속의 대답 1
누군가의 반짝임을 보고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 없이
그대로 바라보고 싶다.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p.101
#책 속의 대답 2
적게 보고,
충분히 곱씹자
나를, 내 것을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야겠다
내 일상을 타인으로
채우지 말아야지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p.194-196
'질투'라는 단어에 불편한 감정이 들진 않았나요? 질투 나는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진 않았나요? 그렇다면 적어야 할 때 일지도 몰라요.
자기님은 무엇을 질투하고 있나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자기만의 대답>은 나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기 권장 레터'예요. 레터를 구독하시면 익명의 '교환 일기장'을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