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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Oct 06. 2024

나에게 완벽한 하루란 어떤 모습인가요?

아주 보통의 하루

지난주 이사를 했어요. 새로운 가구를 주문하고, 배치하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필요 없는 물건은 새로운 주인을 찾으며 집 정리에 온통 시간을 쏟았죠. 그와 동시에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원고를 쓰고, 레터를 발행하고, 미래의 나를 믿으며 벌여놓은 각종 일들과 함께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 먹느라 바빴고요. 물론 짬을 내어 책을 읽고 산책과 런닝도 하며 하고 싶은 일들에 적절히 시간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 훨씬 많아 투두리스트를 간신히 지워내는 한 주를 보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하루가 조금 버겁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어서 삶을 정돈해야지, 생각하다 문득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로만 가득한 하루', '나에게 완벽한 하루'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더라고요. 내가 그리는 완벽한 하루는 현재 나의 하루와 얼마나 닮아있을지도 궁금했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질문

나에게 완벽한 하루란 어떤 모습인가요?


9:00 AM, 알람소리에 눈이 번쩍. 머리가 아주 맑다. 기지개를 한번 쭈욱 시원하게 켜주고 이불 정리를 한다. 가글 후 선크림을 바르고 운동을 하러 간다. 30분 정도 뛰고 나니 기분 좋은 땀이 흐른다. 집에 돌아와 샤워 후 낫또를 먹는다. 제대로 숙성됐는지 낫또 실이 아주 끈끈하다. 간단히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린 뒤 가방을 챙겨 '자기만의 공간'으로 걸어서 출근한다. 가을로 물든 출근길에 발걸음이 가볍다.


12:00 PM, 공간에 도착. 텀블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득 담은 뒤 작업대에 앉는다.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노래를 선곡하고 다이어리에 할 일을 정리하며 하루를 가늠해 본다. 미리 예약석을 세팅하고 예약손님이 오시면 공간 이용 안내와 함께 의미 있고 소중한 글쓰기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글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 선물을 드린다. 그 외, 다음 달 큐레이션 책 선정, 레터 작성, 원고 작성, 모임 준비 등 신나게 벌여놓은 일들을 해낸다. 아침 운동과 낫또의 힘인지 무엇이든 착착 진행된다. 


5:00 PM, 어느덧 이른 저녁 식사시간. 브레이크를 걸어두고 집으로 돌아와 지난 저녁 백종원 선생님의 레시피를 보고 만들어둔 반찬과 함께 밥을 꼭꼭 씹어 먹는다. 오가는 길을 산책 삼아 천천히 걷는다. 다시 저녁 업무를 시작. 오후에 끝 마치지 못한 작업과 공간 일지를 쓴다. 저녁에는 글쓰기 모임이 있어 기대하는 마음으로 모임을 준비한다.


9:00 PM, 마감 시간. 공간 정리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좋아하는 예능을 보며 소소한 야식을 만들어 먹는다. 


12:00 AM, 개운하게 씻고 오늘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떠올리며 일기를 쓴다. 침대에 누워 남편과 하루를 나눈다. 그리고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읽고 쓰는 시간을 선물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며 잠든다.

나만의 아주 완벽한 하루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말이 <트렌드 코리아 2025>의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 되었다는 소식에 놀랐어요. 보여준 적도 없는 내 마음을 어찌 꿰뚫어 본거지?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아주 보통의 하루를 원하고 있구나, 어쩌면 아주 보통의 하루야말로 아주 완벽한 하루일지도 몰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조금만 더 세심히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조금만 더 내가 먹는 음식을 신중히 고르며, 10분이라도 더 산책하고, 한 번이라도 소중한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잠시라도 나와 타인을 웃음 짓게 만드는 그런 보통의 하루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대답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제일 먼저 잠에서 깨면
너를 위해서 커피를 준비하는
평온한 아침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서
가볍게 산책 나가려다
애타게 꼬리 치는 구아나의 눈빛에
웃으며 손짓을 하네

“같이 나가자”

내가 바라고 바라던 날들
아무런 근심 없는 하루
매일매일 꼭 어제 같은 날이면 좋겠다

여느 때와 다를 게 없는
하루의 시작
부서지는 햇살이 떠다니는
바닷가 작은 카페에선
너와 같이 부르던 그 노래가 흐르고

어느새 우린 또 함께
따라 부르네

내가 바라고 바라던 날들
이렇게 평화로운 하루
내일도 또 꼭 오늘 같은 날이면 좋겠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완벽한 하루

너와 함께한 모든 날들이
나에겐 마치 꿈만 같아

너도 같은 마음이라면 참 좋겠단 생각에
가만히 널 바라보는
꿈같은 하루

- 이상순 '완벽한 하루'


자기님에게 완벽한 하루란 어떤 모습인가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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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자기만의 대답>은 나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기 권장 레터예요. 레터를 구독하시면 익명의 '교환 일기장'을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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