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조금은 길었던 설 연휴,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서점 [자기만의 공간]의 문을 열고 손님들과 함께 연휴를 보냈어요.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 주신 손님들에게 새해 복을 어찌 나눠드릴까 고민하다 직접 뜬 네잎클로버 키링을 나눠드렸는데요. 엉성한 모양이었지만 모두 환한 얼굴로 받아주셨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자신의 가방에 키링을 달아주신 손님도 계셨어요. 그분이 네잎클로버가 달린 가방을 들고 나설 때마다 행운이 함께하길, 그리고 그 작은 키링이 오래도록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각의 흐름을 따르다 보니 '한 가지 물건을 오래도록 곁에 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나에게 그런 물건이 있나,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런 질문을 건네봅니다.
#오늘의 질문
나만의 애착 물건이 있나요?
'애착'이라는 단어는 특별한 정서적 관계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고 해요. 그래서 애착 물건이란 보기만 해도 특별한 감정이 피어나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물건과 관련된 나만의 소중한 이야기나 추억이 있거나, 함께라면 마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것들이요.
저의 애착 물건은 다이어리와 펜이에요. 2025년에는 미도리 MD 다이어리와 무인양품 회색 펜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두 가지는 출퇴근을 할 때도, 휴일에도, 시골에 내려갈 때도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제일 먼저 꼭 챙기는 물건이에요.
어쩌다 다이어리와 펜에 이리도 애정을 갖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다이어리와 펜이 곧 제 하루를 뜻하기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저는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에 관심이 아주 많거든요. 좋은 일도, 힘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해야만 하는 일도 모두 다이어리에 적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또 하루를 채워나가고 있어요. 덕분에 다이어리에는 하루의 고군분투와 한 달의 열심, 일 년의 회로애락이 담겨있고요.
그래서 가방에 넣어두기만 해도 안심이 되고 마음이 든든해지는 다이어리와 펜은 저의 평생 애착 물건으로 함께 하지 않을까 싶네요.
#책의 대답 - 작가님의 애착 물건 : 잔 스포츠 가방
13년 전, 스무 살이 된 기념으로 사촌 누나가 선물해 준 이 가방은 30대가 되어서도 내 등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대학생 시절에도, 23살에 떠난 캐나다 여행에도, 친구와 떠난 모든 국내 여행과 심지어 올해 갔던 도쿄에도 나는 잔 스포츠와 함께였다.
...
주변을 둘러보면 유행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애착템을 가진 사람이 있다. 오직 나만 알고 있는 역사가 있다면 물건과의 '의리'도 생긴다. 너를 두고 새로운 가방을 멜 순 없어!라고 말하는 나처럼 말이다.
...
사랑하는 물건과 함께 늙어가며 지지부진한 이야기를 계속 쌓아가고 싶다.
...
나이가 들어서도 새것을 탐하지 않고 낡아가는 것에 마음을 둘 수 있길 바란다. 내 손에 쥐어진 물건에 부디 서사가 가득하길 바라며.
<버텨온 시간이 전부 내 힘이었다> p.67-69
나만의 애착 물건은 무엇인가요?
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 이 글은 뉴스레터 <자기만의 대답>에 실린 글입니다.
<자기만의 대답>은 나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기 권장 레터예요.
레터를 구독하시면 익명의 교환 일기장을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