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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Apr 01. 2024

1화_결혼 1년 차, 신혼집 전세사기를 당하다

아... 혹시 모르셨어요? 그 집 압류 됐어요.

23년 2월 16일 목요일 일기

오빠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너무 낙담하지 말자며 위로했는데... 정말 그렇게 된다면 내가 낙담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2주간 우리 부부가 왜 동반퇴사를 결정했는지 대해서 적어보려 한다.


전세로 얻은 신혼집은 친구들에게 집들이를 제안하기 미안할 정도로 아찔한 언덕 위에 위치한 10평대 빌라였다. 친정에서 반찬을 잔뜩 싸와 택시를 타고 집에 가던 어느 날, 택시 아저씨는 이렇게 높은 곳에 어찌 사냐며 혀를 내두르셨다. 겨울철이면 목숨 걸고 고속 썰매를 즐길 수 있는 언덕 위였지만 그럼에도 신혼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을 미룬 커플 중 하나다. 코로나 이전 예정된 결혼 일정에 맞춰 신혼집을 얻었기에 함께 산지 1년이 돼서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평생 한 번뿐인 결혼 휴가를 제주도 여행에 사용해야 했고, 심지어 코로나에 걸려 신혼여행 내내 골골대며 숙소에만 있었던 일은 일단 모른 척해보자…). 결혼이라는 큰 행사를 마치고 딱 두 달이 지났던 어느 날, 모르는 부동산으로부터 집을 보러 와도 되냐는 문자를 받았다. 우리가 버젓이 집에 살고 있는데 집을 보러 오신다니요?


'아... 혹시 모르셨어요? 그 집 압류됐어요.'


그 문자를 받은 순간 마음에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졌다. 연락 온 부동산에 의하면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우리 집이 압류됐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제3자에게 빨리 집이 매매되는 것이 세입자인 우리에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에 희망을 얻고 새 집주인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을 청소하고 단장했다. 몇 차례 사람들이 집을 보러 왔지만 매매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얼마 안 가 집 보러 오는 발걸음마저 뚝 끊겨버렸다.


집계약을 했던 부동산은 상황을 전혀 몰랐다며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우리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주인에게 감정에 호소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xx님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셨겠지만… 우리도 신혼부부인지라 전세금은 우리의 전 재산이다, 너무 소중한 돈이다, 부디 돌려주셨으면 좋겠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구구절절한 문자의 일부, 답은 오지 않았다.


집이 경매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몇 달을 보냈다. 다행히(?) 경매 소식 없이 전세 2년 만기일이 다가왔고, 우린 전세 계약 시 들었던 전세보증보험을 신청하기로 했다. 보험에 가입했다면 걱정할 것이 없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전세보증보험을 담당하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보험금을 받기 원하는 세입자는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다. Hug에 우리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또 증명해야만 한다. 그 과정은 힘들고 외롭고 괴로웠다.


보험금을 받기 위해 몸부림쳤던 일을 적어보니 두 페이지가 뚝딱 생겼다. 읽기만 해도 기운이 쏙 빠지는 일뿐이라 그 두장은 내 일기장에 고이 간직하기로 했다. 다만, Hug에서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분, 제가 바로 깡통전세, 전세사기 피해자예요!! 저요, 저, 바로 저라고요!!’라며 끊임없이 주장해야 한다는 사실만 알아주시길.


전세사기로 인한 고통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보증보험 신청을 위해서 2년 만기 전세 대출을 연장해야 해 은행에 방문한 날이었다. 긴 기다림 끝에 내 차례가 왔고 나는 전세대출 연장 신청 서류를 내밀었다. 그리고 은행원의 대답에 기운이 쏙 빠졌다.


“왜 직접 해결할 생각은 안 하시고 보험을 신청하세요?”


네?... 난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두 귀를 의심했다. ‘제가 세 들어 사는 집은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압류되어 언제 경매에 넘어갈지 모르는 상황이고요, 저희는 이사를 나가야 하는데 집주인은 돈을 줄 수 없다고 잠수를 탔어요. 그래서 저희는 정당하게 돈 내고 가입한 보험을 신청하는 거예요. 이게 저희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요…’


내가 왜 처음 본 은행원에게 우리 집 전세사기 당한 것을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을까. 은행원은 그럼에도 혀를 쯧쯧 차며 이해가 안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은행원도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걸까? 그래서 전세보증보험을 신청하는 세입자가 미워 보였던 걸까? 이해해보려 했지만 내 속만 답답할 뿐이었다. 그냥 네네, 하며 전세 대출 연장 신청해 주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낮엔 이직한 지 얼마 안 된 회사 적응 문제로, 저녁엔 현재와 미래의 거처 문제로 잠이 안 왔다. 짝꿍은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두통을 호소하는 일이 잦았다. 나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올 때면 깡통 전세에 무턱대고 들어온 나를 탓했다. 하지만 집을 구하던 때로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나는 같은 집을 선택할 것이다. 당시 부동산에서 보여준 집은 모두 전세와 매매가가 얼마 차이 나지 않는 깡통 전세스러운 곳이었고, 목돈이 없었던 우리는 전세가가 그나마 저렴한 이 집을 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나를 더 속상하게 만든다. 


집주인의 무책임한 태도와 잠수 그리고 전세보증보험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내 마음은 점점 공허해지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여전히 전세사기에 대해 크게 다뤘지만, 세입자를 위한 속 시원한 해결책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모든 문제 해결과 결과에 대한 감당은 전적으로 피해자인 우리의 몫이었다.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나는 퇴사 후 한국을 떠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쁜 일은 언제나 한꺼번에 찾아오는 법. 전세사기로 마음이 피폐해지기 시작한 그 시점, 집 천장에선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지) 월요일 주 1회 연재에서 월, 목요일 주 2회 연재로 변경했어요. 이번주부터 목요일에도 글이 올라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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