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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Mar 25. 2024

프롤로그_돈이 없어서 해외에 삽니다

그 신혼부부는 왜 퇴사 후 해외로 떠났을까?

세계여행? 한달살기?

그거 돈 좀 있어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니요, 저희는 돈이 없어서 해외에 삽니다.




요즘 퇴사 후 세계여행, 퇴사 후 해외 한달살기가 유행인듯하다(이미 끝났나?). 아주 흔한 일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한달살기하러 해외에 간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유튜브에 '세계여행', '한달살기'를 검색하면 콘텐츠가 수두룩하다. 마찬가지로 네이버에 동일한 검색어를 입력하면 세계여행하며 한달살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다들 돈 걱정 없는 사람들인가 보다, 부럽기만 하다.


그렇게 그들을 부러워만 하던 내가, 지금은 그들처럼 해외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한달살러의 삶을 살고 있다.




결혼 2년 차가 되었을 때 몇몇의 이유로 나와 짝꿍은 동반 퇴사를 했다. 전세사기를 당했던 일이 트리거가 되긴 했지만(이 얘긴 나중에 하자, 아주 지난한 일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회사 일 말고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결혼까지 한 다 큰 어른들이 이런 천진난만한 생각으로 동반퇴사를 하다니 누군가는 철이 없다며 욕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에게 딱 1년의 시간을 허락하기로 결심했다. 1년 정도는 방황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다 정말 재밌는 일을 발견할지도 모르잖아? 긍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무엇이든 맘껏 해보자. 딱 1년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는 없었으나, 소득이 없는 우리가 계속 서울살이를 하는 건 사치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겸사겸사) 해외로 눈을 돌렸다.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가 떠올랐다. 에어비엔비로 집을 알아보니 단지 내에 헬스장, 수영장을 갖춘 집이 나의 언덕 위 서울 신혼집 전세 이자보다 저렴했다.


그렇게 지구촌 떠돌이 삶을 시작했다. 발리, 방콕, 치앙마이...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여행지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있다. 1년간 많은 나라를 여행할 수 있음에도 한달살기를 선택한 이유는 그래야 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숙소 장기렌트는 할인율이 높고, 또 그래야만 나라 간 혹은 도시 간 이동 횟수가 적어 교통비를 아낄 수 있다. 모든 것은 철저히 돈이라는 현실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인들에게 1년간 '세계여행'하며 '한달살기'를 할 것이라고 말하니 예전 우리가 인터넷상 수많은 세계여행자를 부러워했듯 지인들도 우리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하고 싶은 일도 찾아야 하고 또 그것으로 돈 벌 궁리도 부지런히 해야 하기 때문에 3박 4일 여행 온 사람보다 발리, 태국에 대해 잘 모른다. 그냥 서울 사람이 서울 살듯 살아갈 뿐이다.


물론 주말이면 종종 여행도 하고 새로운 음식도 많이 먹고 카페도 자주 간다. 그럼에도 서울살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활비는 적게 든다. 태국 한달살기를 하던 어떤 날, 아침, 점심을 사 먹고 카페도 두 곳이나 갔으며, 주전부리도 구매했기에 '돈을 너무 많이 썼나?' 싶었지만 계산해 보니 하루 종일 쓴 돈은 단 26,600원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정말로 돈이 없어서 해외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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