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아 Mar 25. 2024

프롤로그_돈이 없어서 해외에 삽니다

그 신혼부부는 왜 퇴사 후 해외로 떠났을까?

세계여행? 한달살기?

그거 돈 좀 있어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니요, 저희는 돈이 없어서 해외에 삽니다.




요즘 퇴사 후 세계여행, 퇴사 후 해외 한달살기가 유행인듯하다. 아주 흔한 일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한달살기하러 해외에 간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유튜브에 '세계여행', '한달살기'를 검색하면 콘텐츠가 수두룩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다들 돈 걱정 없는 사람들인가 보다, 부럽기만 하다. 


그렇게 그들을 부러워만 하던 내가, 지금은 그들처럼 해외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한달살러의 삶을 살고 있다.




결혼 2년 차가 되었을 때 몇몇의 이유로 나와 짝꿍은 동반 퇴사를 했다. 전세사기를 당했던 일이 트리거가 되긴 했지만(이 얘긴 나중에 하자, 아주 지난한 일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회사 일 말고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결혼까지 한 다 큰 어른들이 이런 천진난만한 생각으로 동반 퇴사를 하다니 누군가는 철이 없다며 욕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에게 딱 1년의 시간을 허락하기로 결심했다. 1년 정도는 방황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다 정말 재밌는 일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머릿속은 온통 긍정적인 생각뿐이었다. 그래, 무엇이든 맘껏 해보자. 딱 1년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는 없었으나, 백수인 우리가 계속 서울살이를 하는 건 사치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겸사겸사) 해외로 눈을 돌렸다.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시아가 떠올랐다. 에어비엔비로 집을 알아보니 단지 내에 헬스장, 수영장을 갖춘 숙소의 비용이 아찔한 언덕 위에 위치한 우리의 서울 신혼집 전세 이자보다 저렴했다. 현재보다 더 저렴한 금액에 더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면 해외로 나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지구촌 떠돌이 삶을 시작했다. 


지구촌 떠돌이라 말했지만 그리 많은 나라를 떠돌진 못했다. 여행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달살러의 삶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숙소는 단기렌트보다 당연히 장기렌트의 할인율이 높고, 또 그래야만 나라 간 혹은 도시 간 이동 횟수가 적어 교통비를 아낄 수 있다. 우리의 여행은 철저히 돈이라는 현실적 이유에 따라 진행되었다. 




지인들에게 1년간 '세계여행'하며 '한달살기'를 할 것이라고 말하니 우리가 타인을 부러워했듯 그들도 우리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부지런히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3박 4일 여행 온 사람들 보다 발리, 태국에 대해 잘 모른다. 그냥 서울 사람이 서울 살듯 살아갈 뿐이다.


물론 주말이면 종종 여행도 하고 새로운 음식도 많이 먹고 카페도 자주 간다. 그럼에도 서울살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활비는 적게 든다. 태국 한달살기를 하던 어떤 날, 아침, 점심을 사 먹고 카페도 두 곳이나 갔으며, 주전부리도 구매했기에 '돈을 너무 많이 썼나?' 걱정했나 계산해 보니 하루 종일 쓴 돈은 단 26,600원이었다. 서울에 살았다면 어림도 없었을 금액이다.


그렇다, 우리는 정말로 돈이 없어서 해외에 살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