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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떠도는 삶, 다시 시작되는 여정

마닐라공항에서 시작.

by 행복가진

요즘 공항의 긴 대기줄을 예상하고 서둘러 도착했더니, 이미 엄청난 인파가 줄을 서 있었다.

대부분 한국에서 패키지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필리핀 여행객들이었다.

제시간에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다행히 예상보다 티켓팅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티켓을 받아 들고 출국장으로 달려갔다.


밤이라 그런지 출국 수속은 한산했다. 덕분에 빠르게 절차를 마치고 탑승 게이트로 향할 수 있었다.

새벽 1시 30분, 세부퍼시픽 항공의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했고, 나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전날 여행 준비로 피곤했던 터라 착륙하는 진동에 이르러서야 잠이 깼다.


입국 심사대에는 필리핀 내국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외국인 전용 라인은 5~6명 정도밖에 없어 금방 수속을 마쳤다. 그러나 짐을 찾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승객들의 짐이 워낙 많다 보니, 컨베이어 벨트 위를 가득 메운 가방들이 차례로 지나갔다.

나는 여유롭게 기다렸지만, 결국 내 짐이 나오는 것은 거의 마지막이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MRT 역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새벽의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5kg이 넘는 짐을 들고 공항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마닐라의 거리는 이미 깨어 있었다.

지프니에 올라 도시의 새벽을 바라보며 셔터를 눌렀다. 어둠이 걷히는 도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나. 피곤하지만 묘하게 설레는 순간이었다.


다시 해외 떠돌이가 시작된다. 익숙하면서도 늘 새롭게 느껴지는 이 순간. 이번 여정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해야 할 것들이 이전보다 분명해졌고, 스스로에게 약속한 목표들도 있다.


어딘가에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삶은 자유롭지만, 그만큼 불안정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불안을 이겨낼 방법을 알고 있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채워가기로 했다. 규칙적인 아침을 맞이하고, 글을 쓰고, 걷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 그 작은 습관들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지프니 창밖으로 어슴푸레한 새벽빛이 번진다. 도시는 점점 활기를 띠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길 위를 걷는다. 그 풍경 속에 나도 있다. 피곤함 속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시작되는 이 길 위에서, 나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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