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움의 다른 표현
도시에 기억된 추억을 그리다
목차
1. 도시와의 첫 만남
2. 펜이 닿는 순간 도시는 깨어남
3. 골목과 건물 사이에서 추억과의 조우
4. 그리기는 마법의 주문
5. 그리움을 넘어서
도시와의 첫 만남
오랜만에 그 도시와 다시 만났던 날, 과거의 기억을 꺼내라고 속삭이는 도시의 잊혀진 골목, 옅은 기억조각들이 하나둘 기어 나와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그래 기억난다, 이 도시를 처음 만난 날은 그 친구를 처음 만난 날. 뭔가에 이끌려 가방 속 뒤편, 구겨진 채로 오래동안 방치된 스케치북과 펜을 꺼낸다.
펜이 닿는 순간: 도시의 다채로움
도시는 마치 빛과 그림자가 엉켜 녹아내린 아이스크림 같다. 도시전체 우후죽순 들어선 빌딩, 그 사이사이로 떨어진 햇살은 마지막 끝에 흘러내려 그늘진 골목 구석구석으로 사라져 버린다. 누구와도 공유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간직한 골목을 아련하게 바라보다 이내 마음을 먹은 듯 누렇게 하얀 꾸깃꾸깃한 스케치북에 펜을 올려 이야기를 담아보려 한다. 선 하나하나에는 녹았던 햇빛이 살아난듯 수많은 나비가 깨어나 온 도시에 생명이 남아 있음을 전하기 시작한다.
골목과 건물 사이: 추억과의 조우
각 골목과 건물은 나의 추억을 품고 있다. 저기 멀리 보이는 작은 카페, 그 친구와 처음 만났던 그곳. 옥상에서 바라본 일몰, 골목까지 금빛으로 물들였던 노을. 그림 속에 이 모든 순간을 남겨본다. 골목 하나, 창문 하나에 닿을 때마다 그때의 웃음소리와 끊임없는 이야기가 메아리친다. 귀를 간질인다.
그림에 담긴 시간: 기억 꺼내기
그리기는 존재조차 잊어버린 기억까지 찾아내 현재로 불러오는 마법의 주문이다. 순간순간 움직이는 펜 끝에서 그려진 선은 시간의 방향을 거스르는 시곗바늘이며, 도시의 오래전 사라진 건물, 변해버린 구석구석이 여전한 모습으로 깨어난 스케치북은 시간의 지도이다.
그리움을 넘어서
도시를 그리며 그리움은 한 편의 시가 되었다. 유치하지만, 진하게 뭉클한 감동이 있다. 흘러간 시간을 그리워하는 건 죄가 아니듯, 그림 속의 도시는 지난 시간과 지금의 경계를 지운다. 과거의 그리움을 언젠가 추억할 설렘으로 바꾼다. 이렇게, 나의 펜은 멈추지 않고, 도시의 이야기를 이 오래된 꾸깃꾸깃한 스케치북 한 페이지로 영원히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