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호치민에 입국해서 1박만 예약한 곳에서 아침에 체크아웃하고 카페에 들어왔다.
꽤 많은 에어비앤비 숙소를 다녔지만, 이 정도로 친절한 느낌을 받은 곳은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좋았던 숙소들을 찾아보다가, 문득 내 숙박 히스토리를 보게 되었다.
다른 서비스를 통해서도 숙박했지만, 에어비앤비로 참 오랜 시간 여행을 잘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10월 춘천이 첫 숙박이라고 나오는데, 그전에 제주도 숙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춘천 여행은 자전거로 서울에서 춘천까지, 그리고 버스로 속초를 거쳐 강릉까지 이동하는 2박 3일 일정이었다. 그때의 여행 추억은 자전거 바퀴가 구르던 소리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한때는 대만에 푹 빠져 대만 구석구석을 다니겠다고, 휴가와 공휴일을 잘 엮어 쉼 없이 대만 여행을 떠났던 기억도 있다. 그 모든 여정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작은 깨달음이 스친다.
그렇게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열심히 배낭을 짊어지고 다녔다.
나에게 여행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거친 스타일의 여행을 나와 함께했던 아버지였기 때문에....
초등학생시절 거의 매주말마다 아버지와 삼천포나 남해로 향했고, 다양한 섬에 들어가서 낚시를 했다.
차가운 땅 위에 또는 평평하지 않은 울퉁불퉁한 돌밭에 텐트를 쳤고, 어떤 밤에는 갑작스러운 폭우가 몰아쳐 텐트를 붙잡고 밤새 뜬눈으로 보내기도 하고 너무 추웠던 날엔 바닥에 펼치는 비닐을 온몸에 둘러쓰고 잠들기도 했다.
지금도 그날의 파도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밤이 있다.
어느 무인도의 절벽 같은 돌벽에 몸을 의지한 채 밤새 낚싯대를 들고 있던 그 시간, 갑자기 구름이 달을 가리며 세상이 완전한 어둠에 잠기는 순간이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공간에서는 오직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와 파도가 바위에 부딪힐때 야광충들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생물발광이 온바다를 수놓았던 그 장면,
나는 마치 우주의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러다 거짓말 처럼 구름이 갈라지며 새하얀 달이 모습을 드러내던
그 순간 그 빛이 바다를 가르며 나에게로 왔다...
그날의 바다냄새를 아직난 기억한다.
나에게 여행은 그런것이었다.
거칠지만, 그 속에서 나를 지나갔던 기억.
추억이 된 그것
그것으로 난 충분하다
지금 호치민의 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나는, 아버지로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유산오랜만에 꺼내 생각해보았다.
춘천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형태는 달라졌지만 본질은 바뀐게 없다.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친절함도, 혼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순간들도 모두
아버지와 함께했던 그 밤바다의 파도소리와 함께 한다.
핸드폰을 꺼내 새로운 숙소를 검색한다.
그리고 그 시간 나는 또 어떤 과거의 추억, 또는 미래의 기대를 만날지 궁금해 하며..
여행은 계속되고,
그 안에서 나는 계속 아버지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