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한 달 살기 08 : 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 Porto'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트 와인의 도시이며 리스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포르투는 '항구 port'라는 뜻으로 강 하구 언덕에 항구와 함께 발전한 이 도시를 지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아래쪽으로 곧게 뻗은 길 끝에 보이는 강에는 작은 배가 지나다녔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3만 원짜리 저가 비행기를 타고 포르투로 넘어왔다. 작고 허름한 호텔방에 캐리어를 놓고 길을 나섰다. 비가 와서였을까 마드리드에 비해 쌀쌀한 날씨에 옷을 잔뜩 껴 입었다. 언덕을 따라 세워진 도시답게 오르막길 아니면 내리막길의 길을 걸어야 했다. 거리에는 아름다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포르투는 걷는 것만으로 도시의 모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길을 걷다 한 상점에 이르렀다. 상점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과 상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은 해리포터 광팬으로서 꼭 방문하고 싶었던 '랠루 서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평가받는 랠루 서점은 '해리포터'와 관련하여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해리포터의 저자 JK 롤링이 포르투에서 영어 강사로 생활하던 당시 방문한 이 서점에서 '해리포터'의 스토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JK 롤링에게 해리포터에 대한 영감을 준 곳으로 이 서점은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다. 유명세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자 서점은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서점에 들어가는데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서점 가운데 거대한 원형 계단이 있었고 책은 양쪽 벽을 가득 채워 마치 벽지가 책모양인 듯했다. 그녀가 이곳에서 어떻게 해리포터의 스토리를 떠올릴 수 있었는지 완전히 이해됐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해리포터가 새 학년을 맞아 호그와트에 가져갈 책을 고르고 있을 법한 분위기였다.
어렸을 때 처음 접한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다가왔다. 부모님이 누군가에게 빌려온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요새 이게 엄청 재미있다더라. 한 번 읽어봐라."
"판타지 소설은 싫은데?"
책 읽기를 썩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크게 흥미를 끄는 책은 아니었다.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날 밤 한편에 치워 놓은 해리포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로 밤을 새워 단숨에 책을 모두 읽어버렸다. 해리포터의 세계관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흥미진진했고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 버린 것이다.
책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이 영화화되어 개봉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고 아버지, 동생과 함께 영등포역 옆에 있는 작은 극장을 찾았다. 그 당시 롯데시네마나 CGV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상영관이 2개뿐인 작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됐다. 작은 스크린 맨 앞에 앉아 상상으로만 보았던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만났다. 그 시절 별다른 재미없이 살던 나에게 이날이 최고의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의 해리포터는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몇 안 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리포터를 읽으며 20대를 맞이했다. 해리포터와 함께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해리포터에 푹 빠져 살았다.
해리포터가 탄생한 랠루 서점을 빠져나와 포르투의 거리를 걸었다. 서점을 나온 후에는 마치 해리포터 속의 '다이애건 앨리' 마을을 걷는 것 같이 느껴졌다. 거리를 따라 작고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을 가진 건물들은 소설 속의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감동과 영감을 주는 특별한 도시가 있기 마련이다. 나를 상상 속으로 빨아들이는 도시 말이다. JK 롤링에게는 바로 이 작은 서점이 그런 곳이었을 것이다. 포르투의 작은 상점이나 레스토랑들은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분위기를 뿜고 있었다. 거리의 작은 바에 들어가 '버터 맥주'를 주문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곳이었고 길을 걷는 내내 해리포터가 생각났다. 포르투는 다른 유럽의 도시와 조금 달랐다. 나를 설레게 하고 감상에 빠지게 하는 특별한 무언가를 갖고 있는 도시였다. 포트 와인과 함께 포르투의 매력에 조금씩 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