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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Oct 06. 2022

사랑, 그리고 이별이 주는 대미지

스페인 한 달 살기 09 :  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

해가지고 어두컴컴해진 거리는 가로등의 노란 불빛이 밝히고 있었다. 와이너리 투어를 하며 마신 와인이 채 깨기도 전에 저녁 식사를 하며 와인을 한 잔 더 마셨다. 포르투는 낭만적인 도시 그 자체로 와인과 잘 어울렸다. 조용한 골목길에 위치한 식당에서 작은 창 밖을 보며 마시는 와인은 오늘의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침표 역할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강에 늘어선 바와 카페를 따라 걸었다. 어느덧 멀리 보이던 포르투의 상징인 동 루이스 다리 아래에 도착했다. 그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고 다리 아래 비를 피해 앉았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근처 바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소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평범하고 조용한 시절의 20대가 끝이 났다. 시간 귀한 줄 모르고 심심함을 때우기 바쁘던 철없던 20대. 얼떨결에 여행지에서 30대를 맞이했다. 포르투는 의무와 책임과 같은 딱딱한 느낌이 아닌 예민한 감성과 변덕이 어울렸다. 내일과 미래를 생각하기보단 지나간 날들을 돌이켜 보는 것이 잘 어울렸다. 포르투는 '지나가버린 사랑'의 느낌이 나는 도시였다.


20대 가장 나에게 중요했던 이슈는 단연코 사랑이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한다는 것의 위대함을 배웠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우주를 받아들이는 일이었고,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나의 우주 속에 사랑하는 사람의 우주를 연결 짓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지만 결국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결국 헤어짐도 함께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랑'은 양면적이어서 항상 '이별'과 함께 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의 미숙함은 나에게 또는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그동안 행복했어. 이별 후에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헤어지고 싶어. 잘 지냈으면 좋겠어.'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냐고,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붙잡아보아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포르투, 동 루이스 다리

헤어짐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그것은 자격지심의 문제일 수도, 현실적인 문제일 수도 또는 각자 감당할 만큼의 사랑을 하고 헤어짐을 통보한 것 일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헤어짐은 '잘 지내'란 말로 귀결된다. 왜 헤어져야 하나고 물으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은 모두 '각자의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나는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헤어져야 했다. 떠나는 사람을 '보내주는 일'은 사랑했던 우리가, 이별하는 우리가 해야만 하는 할 일이란 것을 알게 됐다. 


서른 즈음에 이별을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랑했던 만큼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이별의 아픔도 커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왜 헤어져야 하는지 몰랐던 나에게 이별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머리는 텅텅 비어 멍했고 이 슬픔을 잘 안다는 듯 눈에는 눈물로 가득 찼다. 눈물로 슬픈 감정들을 흘려보냈다. 결국 시간이 흘러 마음에 난 상처가 조금씩 아물었고 가만히 있었도 흐르던 눈물은 이제 흐르지 않게 되었다. 


경험이라는 것은 어떤 스승보다 훌륭하다. 이곳에 앉아 돌이켜보니 사랑에 있어서 나는 조금 성숙해진 것 같다. '이별'이라는 아픔 후에는 꼭 '새로운 삶과 사랑'이 다시 찾아온다. 포르투의 아름다운 강을 보며 기도했다. 영원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과 상처받을지언정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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