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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Apr 30. 2024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바르셀로나

스페인 한 달 살기 11 :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있다면 FC 바르셀로나 축구팀과 가우디일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어디를 가나 가우디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도시이다. 바르셀로나가 가우디 한 명으로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우디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가톨릭 성당으로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했다. 가우디가 30세부터 건설하기 시작하여 40여 년간을 이 성당을 지으며 살았다. 독실한 천주교도였던 가우디는 어떤 일 보다 이 성당의 완공을 위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성당 앞을 걷던 가우디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허름한 옷을 입고 있던 가우디는 거름 뱅이로 취급되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가봐야 한다는 말답게 성당 앞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입구 옆에는 가우디가 숙식을 해결하던 작은 집이 있었고 그 집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가우디의 숙소 옆으로난 계단을 따라 올랐다. 멀리서 바라본 성당과 바로 앞에서 보는 성당의 모습은 다르게 느껴졌다. 가우디는 여러 이야기들을 조각상으로 표현해 놓았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조각된 조각상과 그것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나를 압도했다. 멀리서 바라본 성당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가까이에서 성당은 가우디의 노력과 정성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떤 건축물보다 아름다웠고 가우디의 헌신과 희생이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건축물이었기에 성당을 둘러보면 볼수록 마음이 저며왔다. 유럽을 여행하면 많은 성당을 봤었지만 안토니오 가우디의 헌신과 천재성이 담긴 사르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어떤 건축물도 따라갈 수 없는 위대한 성당이었다.


                      

가우디는 자연빛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내부를 디자인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빛은 성당 안을 밝게 비추었다. 붉고, 푸르고, 노란빛이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직선보다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활용한 기둥들은 가우디의 다른 건축물처럼 독창적이었다. 자신의 재능을 신을 위해 사용한다는 소명의식으로 가우디는 건축을 제외한 모든 것을 멀리하고 수도자 같은 삶을 살았다. 그의 예술가적 능력과 이런 소명의식이 이 위대한 건축물을 남긴 것이다. 성당을 완성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죽어간 가우디는 죽어서 성자만 묻힐 수 있다는 성당에 안장된다. 가우디의 삶과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바르셀로나의 건축물을 아름답게 바꾸었으며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명을 이루기 위해 40년간 쏟아부은 성 그라나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의 아파트는 무척이나 저렴했다. 관광 도시답게 다양한 종류의 숙소가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6개월 전에 예약한 이 아파트는 1층이라는 단점 말고는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고 시설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방, 거실, 화장실과 작은 발코니가 있는 작은 아파트는 하루 5만 원 정도에 예약이 가능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은 이 숙소에서 머물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숙소 앞의 거리에는 오렌지 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날씨의 바르셀로나의 거리는 푸르렀다. 아름다운 거리만으로도 바르셀로나 여행은 완벽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창문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줄에 널려있는 빨래와 그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은 따스했다. 


가우디의 건축물과 따뜻한 햇살과 거리만큼 좋았던 것은 이 작은 카페였다. 테이블이라고는 2개뿐인 작은 카페로 내가 묵는 숙소의 골목 끝에 위치해 있었다. 작고 예쁜 간판과 벽에 세워져 있는 화분은 카페 사장님의 센스를 느낄 수 있었다. 거리로 나있는 창틀에 테이블과 의자를 올려놓은 이 카페는 매우 작은 곳이었지만 언제나 사람이 가득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면 이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스페인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작은 잔에 커피가 담겨 나왔다. 이곳 사람들처럼 나도 작은 잔에 담긴 커피를 10분도 안돼 후루룩 마시고 일어났다.


이 카페는 8일간 내 사랑방이 되었다. 이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이 나의 가장 행복한 일과였다. 커피는 여행의 꽃이다. 어떤 도시를 가던 작은 골목길에는 예쁜 카페가 있었다. 아침 일찍 그곳에 앉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거나, 예쁜 하늘을 보면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평화가 찾아왔다.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전날 나는 카페를 방문했다. 그리고 평소대로 커피를 주문했다. 

"카페라테 주세요." 

"어디서 왔어요? 관광객이죠? 꽤 오래 보네요."

"한국에서 왔어요. 아쉽지만 내일 떠나요. 카페가 너무 예뻐서 좋았어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카페 앞에서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으세요?"

나는 어색하게 사진을 부탁했다. 그리고 카페를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남겼다. 거리의 햇살과 오렌지 나무, 그리고 이 카페의 커피를 평생 잊지 못할 듯했다. 



한 달간의 여행, 그리고 아픈 몸을 이끌고 여행을 다녔던 마드리드와 포르투, 리스본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잠시 머물며 추억을 쌓고 정리했다. 커피 한잔과 추억을 꼭꼭 눌러 담던 작고 예쁜 카페 'KOMO KASA'. 이곳에서 스페인 한 달 살기 여행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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